2005년, 화려한 콤보 액션과 강렬한 비트로 MMORPG 시장을 뒤흔들었던 <카발 온라인>이 올해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게임이 명멸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IP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리고 그 20년의 역사를 기념하듯, 이스트게임즈는 원작의 정통성을 계승한 공식 후속작 <카발RED>를 세상에 내놓았다.
<카발RED>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모바일로 옮겨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원작의 핵심인 ‘콤보 시스템’과 ‘배틀모드’ 등 손맛 있는 전투 시스템은 유지하되, 이야기의 무대는 대파괴 이후 300년이 지난 미래로 옮겨 새로운 서사를 구축했다. PC와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플레이 지원과 저사양 기기 최적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인 점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연 <카발RED>는 20년 전 그 시절, 우리를 네바레스 전장으로 이끌었던 그 뜨거운 전율을 다시금 선사할 수 있을까? 약 일주일간 게임을 플레이해본 소감을 전한다.
![]()
# 원작의 DNA는 그대로
<카발 온라인>의 공식 후속작답게, 전작의 세계관과 시스템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카발RED>에선 원작의 다양한 ‘배틀 스타일’ 중 명확한 역할과 개성을 가진 배틀 스타일이 재등장한다. 방어와 공격 능력이 균형잡힌 ‘포스 실더’, 호쾌한 근접 전투가 특징인 ‘워리어’, 강력한 화력으로 넓은 범위의 적들을 공격하는 ‘위자드’, 안정적으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포스 아처’, 치명타 중심의 근접 전투를 펼치는 ‘포스 블레이더’ 등 5가지의 배틀 스타일이 구현되어 있다.
원작의 세계 네바레스도 그대로 등장하지만 이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전작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한 여정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멸망 이후 3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의 네바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과거 멸망을 막기 위해 소환된 전사 중 한 명으로, 알 수 없는 힘으로 미래로 넘어온 반가운 얼굴 ‘유안’과 함께 생존자들의 도시를 재건하면서 예언된 위기를 막기 위해 싸운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네바레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 싸웠던 플레이어
▶ 반가운 얼굴 '유안'도 다시 등장한다.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노바소닉의 강렬한 BGM은 여전히 전율을 선사하며, 이는 달라진 네바레스의 풍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린 디스파이어’가 ‘크림슨 디스파이어’로 변모하고, ‘포트 루이나’가 ‘루이나 시티’로 불리게 된 이 낯선 미래에서 <카발 온라인>의 진한 향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 긴 시간이 지나 달라진 네바레스의 지역명
# 핵 앤 슬래시의 호쾌함 속에 숨겨진 정교한 피지컬 싸움
전투 시스템 역시 원작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카발 레드>의 전투는 다수의 적을 쓸어 담는 일대다 중심의 핵 앤 슬래시를 지향한다. 기본 공격부터 스킬 대부분이 광역 판정을 지니고 있어, 시원시원한 몰이 사냥의 쾌감을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게임은 자동 전투 기능을 지원한다. 필드에서 볼 수 있는 일반 몬스터들은 특정 포인트에서 무리 단위로 생성되며, 생성된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한 공격 패턴 없이 선판정 공격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별다른 추가 조작이 요구되지 않는다.
▶ 일반적인 필드에서는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의 일대다 전투가 진행된다.
다만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몬스터와는 달리 보스 몬스터의 모든 공격은 정교한 후판정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기본 공격은 공격별로 고유의 모션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강력한 광역 공격은 워닝싸인으로 공격 지점이 표시된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이 <카발 레드>의 회피 시스템이다. 5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해 자주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피해량이 큰 공격이나 광역 공격을 회피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회피 사용 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적 효과가 부여되는데,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에 소모되는 회복 아이템의 수량이 달라진다.
▶ 타이밍에 맞게 회피하면 보스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할 수 있다. 이걸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회복약의 수도 달라진다.
이와 함께 <카발RED>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시스템이 또 있으니, ‘배틀 모드’와 ‘콤보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배틀 모드는 일종의 변신 시스템으로, 일정 시간동안 새로운 무기와 스킬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을 쏟아내는 필살기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배틀 모드 2’에 해당하는 무기가 배틀 모드로 등장하며, 배틀 모드 사용 시 각 배틀 스타일의 개성과 특징이 더욱 강해진다.
콤보 시스템은 타이밍에 맞게 키를 입력하면 콤보가 쌓이면서 공격에 추가 효과가 붙는 시스템이다. 콤보가 낮을 때는 추가효과가 명중률 정도에 그치지만, 콤보 수가 높아지면 콤보로 인정되는 구간이 좁아지는 대신 피해량 증가 같은 강력한 효과들이 추가된다.
<카발RED>는 이 같은 <카발 온라인> 전투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계승하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이를 재구성했다. 일반적인 성장 단계에서는 시원시원한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의 자동 전투를 중심으로 하되, 던전과 보스 콘텐츠 등에서는 회피와 배틀 모드, 콤보 시스템을 활용한 손맛 있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 강력한 필살기인 배틀 모드와
▶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한 콤보 시스템
반면 스킬 시스템에서는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카발RED>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난다. 각 배틀 스타일은 15개의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각 스킬은 고유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의 퀵슬롯은 총 10개로 2개의 스킬 슬롯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구조인데, 이어진 슬롯에 동일한 속성을 가진 스킬을 등록하면 속성마다 다른 시너지 세트 효과가 발동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카발RED>만의 독특한 스킬 시스템이다. 총 10개의 퀵슬롯은 두 개씩 짝을 이룬 구조인데, 연결된 슬롯에 동일 속성 스킬을 배치하면 ‘시너지 세트 효과’가 발동된다. 15종의 스킬이 지닌 속성과 효과를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스킬 빌딩의 재미가 후반부 플레이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 스킬의 속성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스킬 빌딩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Alz’가 곧 스펙? 과금만큼 중요한 꾸준함
게임의 핵심 플레이 사이클은 던전, 어비스, 보스 레이드라는 세 가지 축으로 순환한다. 유저는 자신의 전투력에 맞게 매일 정해진 횟수와 시간 내에서 이 콘텐츠들을 소화하며 끊임없이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하게 된다. 이것이 <카발RED>의 하루 일과이자 성장의 기본 공식이다.
▶ 게임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던전
그렇다면 이러한 하루 일과의 보상은 무엇일까? 캐릭터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에 주는 장비와 이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도 중요하지만, 인게임 재화인 Alz(알즈)의 획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보상, 그중에서도 인게임 재화인 ‘Alz(알즈)’의 압도적인 가치다. <카발RED>에서 Alz는 타 게임의 골드 이상의 위상을 가진다. 스킬 해금에만 무려 1천만 Alz가 소모되는 것은 예사고, 코스튬이나 무기 외형, 심지어 성장에 필수적인 각종 재화가 모두 Alz로 구매 가능하다. 말 그대로 ‘만성적인 Alz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구조다.

▶ 게임 내 Alz 상점. 소환권부터 업그레이드 코어까지, 중요한 아이템들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무소과금 유저들에게 기회가 된다. 게임의 3대 수집 요소인 펫, 탈것, 용병 소환권을 유료 재화(포스젬)뿐만 아니라 Alz로도 매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lz로 구매한 소환권에서도 소환으로 획득 가능한 최고 등급인 '영웅' 등급이 등장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장비 강화의 재료인 ‘업그레이드 코어’ 역시 상점에서 수급 가능하다. <카발 레드>의 강화는 2레벨부터 하락하는 대신 강화 단계가 오를수록 강력한 추가 효과가 붙는다. 강화 레벨을 빠르게 높이는 것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lz로 이를 꾸준히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카발RED>에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의뢰, 몬스터 도감과 아이템 도감 등 플레이 타임에 비례해 캐릭터의 성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과금’만큼이나 ‘꾸준함’이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다.
▶ 몬스터를 대량 처치해 추가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 도감 시스템
정리하자면, <카발RED>는 <카발 온라인>의 20년 역사를 현대적인 문법으로 다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원작의 핵심인 배틀 스타일과 타격감은 계승하되, 시스템과 편의성은 최신 트렌드와 플랫폼 환경에 맞춰 영리하게 재해석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시 초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볼륨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반복적인 일일 과제 외에 유저들을 붙잡아둘 '한 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대규모 PvP 콘텐츠인 ‘전장’ 등 굵직한 업데이트가 이미 예고되어 있다는 점이다.
탄탄한 기본기는 증명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유저와의 소통과 꾸준한 업데이트다. 전작이 그러했듯, <카발RED> 역시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롱런하는 장수 게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