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2>의 등장과 함께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사실 게임 출시 전에는, 2부(바로가기)에서 전해드린 <아이온 2>의 핵심 요소 '전투와 성장'에 대한 열띤 반응이 가장 큰 화제가 되고, 더 크게는 MMORPG 퀄리티에 대한 기준 자체가 상향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오히려 "적극적인 소통"에 대한 영역이다. 옆 동네(주로 서브컬처 게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통의 신]이 된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를 보고 배워라"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풍경은, 전에는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개발 PD가 <아이온 2>의 얼굴이 되어 론칭 전후로 벌써 수 차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진은 유저들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예전의 엔씨의 소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빠른 개선책 제시와 악성 유저에 대한 강경 대응, 서비스 과정에서의 아쉬움에 대한 인정 및 사과 과정까지 모두 호평을 받는 중이다. 엔씨가 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유저 친화적인 대응에 힘을 쏟는 방향으로 노선을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온 2> 게임 콘텐츠와 운영으로 보여준 노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로 전해지려면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부단한 도전 과정이 이어져야만 한다.
이는 단순히 <아이온 2> 업데이트 및 서비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 중인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비롯해 추후 엔씨가 보여줄 타이틀 전반에 걸친 이야기다. 문법이 확실히 바뀌어야 유저들의 반응과 소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왼쪽부터 소인섭 사업실장, 김남준 PD. 11월 19일 론칭 당일 긴급 라이브 때의 모습이다.
▲ 11월 21일 라이브 방송 때의 모습.
▲ 11월 24일 라이브 방송 때의 모습.
▲ 11월 26일 라이브 방송 때의 모습이다. 점차 수염이 길어지는 김남준 PD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아이온 2> 안팎에 남겨진 좋은 유산들 "적극적 소통, 기술적 도약, 적절한 덜어냄"
꼭 엔씨 게임으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소통은 확실히 빛을 발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빠르게 해결해주겠지 하는 신뢰가 자리 잡은 것은 물론이고, 론칭 후 일주일 사이 몇 번이나 라이브 방송을 보다 보니 개발팀에 대한 친근함(?)을 느끼는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래 사진이 아닐까 싶다.
▲ 무려 <아이온 2>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공식 커뮤니티 게시글이다. 유저가 올린 커스터마이징 사례를 공식 채널에서 공유한 모습이다. 이렇게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자체로 굉장히 좋은 신호라 볼 수 있다.
라이브 방송을 이렇게 자주 하고, 개선안을 빠르게 제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중에는 유저들이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들도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가려가며 해야 하고, 잘못된 개선책으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유발되거나, 점검 시간만 길어지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기자가 마도성으로 키운 <아이온 2> 인게임 장면이다. 머리카락의 표현, 의상의 질감 표현, 뒤로 보이는 필드의 디테일 및 원근 표현까지, 엔씨가 그간 쌓아온 기술력이 인게임 곳곳에서 보일 때가 많다. 특히 이게 싱글플레이 게임이 아니라 MMORPG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시야를 넓게 가져가기 위해 줌 아웃한 상태에서 전투를 이어가면 텍스처가 뭉개지거나, 모바일에서의 플레이가 여전히 불편한 점 등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PC 사양에도 다 최적화가 된 것만으로도 조금 놀랐다. 데모 시연 당시엔 지포스 RTX 5070 Ti 사양의 PC였기 때문에, 론칭 때 최적화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한 매체들도 꽤 있었는데, 어느 정도 선방한 셈이다.
이 최적화 과정에서 많은 인원과 노력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들었다. 앞으로의 운영 및 개선 과정도 마찬가지로 체력 소진의 과정이다. 적절한 시점에 호흡 고르기와 함께 장기전을 위한 체력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은 5레벨이었던 완전 초반의 모습이다.
2부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었지만, 45레벨(만렙)까지의 성장을 빠르면 이틀, 길어도 며칠 안에 끝낼 수 있게 적절히 압축하고,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몬스터 처치 수도 매우 낮게 설정한 점은 정말 칭찬할 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덕에 진입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고, 클래스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부캐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더 쉽게 해볼 수 있게 됐다. 20에서 30레벨 전후만 되어도 사냥터에서 무한 사냥을 하기 시작하는 일반적인 게임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메인 퀘스트만 쭉 따라가도 만렙까지 금세 도착한다는 인상이다.
다만, 이 '불필요한 부분의 덜어냄' 또는 '성장의 압축'이라 부를 만한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이 과정에서 옛 유산들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같이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 "인터페이스 면벽 수행"을 포함해...앞으로의 게임들에선 달라져야 할 부분들
45레벨 도달 전까지 필드 사냥을 덜하게 되면서 '귀찮음'이 줄어들고 '쾌속 성장'을 누릴 수 있게 된 건 좋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인터페이스를 너무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걸 "인터페이스 면벽 수행"이라 말하고 싶다. 사진을 먼저 함께 보자.
▲ (캐릭터 얼굴 예쁜 게 눈에 먼저 들어오긴 하지만) PC 기준 우측의 인터페이스 화면을 보자. 퀘스트 진행 같은 큼직한 줄기 외에도, 원정을 포함한 던전 입장, 업적 및 타이틀, 데바니온 및 스킬 관리 등 정말 많은 순간에 인터페이스 안팎을 드나들게 된다.
▲ 인벤토리(큐브) 예시다. 이 또한 마찬가지다. 굉장히 자주 드나들게 된다. 레벨 업이 빠른 만큼 더더욱 스킬이나 데바니온 노드를 찍는 시점도 잦고, 퀘스트 진행이 빨라 얻는 아이템 및 장비가 많아서 인벤토리 관리도 매우 자주 해줘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RPG 중에 인벤토리 안 보고 하는 게임이 있나? 인터페이스에서 여러 콘텐츠 접근성이 좋아서 오히려 편하던데? 그 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지적이 아니라 경험과 몰입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페이스는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개입할 때 도움을 주는 도구의 모음일 뿐이다. 45레벨까지의 성장 과정에서 전투 및 공간 탐색의 시간에 못지않게 인터페이스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다는 건, 영화나 드라마, 연극으로 비유를 하면 제4의 벽을 깨는 순간이 과하게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 우상단의 미니맵이 보여주는 시야가 던전 및 필드에서 실제로 움직이게 되는 거리에 비해 넓지 않아서, 지도 화면을 자꾸 넘나들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몰입을 종종 깨곤 했다.
이런 현상들이 45레벨 도달 이후의 콘텐츠에선 훨씬 완화되긴 한다. 원정, 초월 등의 던전 콘텐츠가 한 번 돌 때 소요되는 시간이 짧진 않은 편이기 때문에, 그 한 번 한 번의 호흡을 소화하고 나서야 인벤토리와 인터페이스를 보게 된다.
하지만 초중반의 성장 구간에서 인터페이스를 자주 보는 경험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몇 레벨에 해금될 잠금 요소 등을 보면서, 이미 충분히 빠른 압축된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저 콘텐츠를 이미 하고 있을 텐데"하는 생각에 조급함을 느끼게 됐다.
▲ 물 속에도 공중에도
▲ 지상에도 마찬가지로 필드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많았음에도 이를 천천히 감상할 진짜 여유는 만렙 이후에 찾아왔다는 인상이다.
<아이온 2>의 마을 구성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느낀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공간의 넓고 좁음과 무관하게 메인 및 사이드 퀘스트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 제작 및 상점, 창고 등 기능적 수요를 해결해주기 위한 배치에 집중했다는 인상이다.
아마 '플레이 과정이 쉽고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과한 친절로 이어진 게 아닐까 예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의 <쓰론 앤 리버티> 때와는 의도된 플레이 템포도, 이를 위한 기획의 접근 방식 자체도 많이 달랐다고 볼 수 있다.
개발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아이온 2>의 압축된 성장 과정 안에서도 인터페이스나 인벤토리를 보는 시간을 지금보다 줄일 더 세련된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전의 게임들이 연상되는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야, 비슷한 레벨 업 및 파밍 과정을 거치더라도 확연히 다른 게임 세계에 와있다는 인지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과제를 가장 크게 어깨에 짊어지고 있을 작품은 아마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일 것이다. 원작이 콘솔게임인 <호라이즌> 시리즈인 만큼, 콘솔게임에 준하는 몰입감과 세계의 탐색 과정을 강조해야만 한다.
결국 이때의 과제도 인터페이스가 몰입에 주는 긍정, 부정적 영향에 대한 컨트롤이 될 것이다. 참고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또한 PC와 함께 모바일 또한 출시 플랫폼으로 계획하고 있다.
▲ 엔씨가 차기작으로 개발 중인 신작 MMORPG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PC 최적화에 대한 노력은 이번 <아이온 2>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여준 편이니, 출시 시점에 모바일 경험도 매끄럽게 만드는 것 또한 <호라이즌> MMO가 공통적으로 겪을 부담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결단과 쇄신의 순간이었겠지만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BM이나 적극적인 소통 등 유저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설득과 준비는 지금의 모습처럼 이어가면서, 장르의 오래된 문법을 조금씩 바꾸는 시도를 함께 해야 할 때다.
<아이온 2>는 그 변화의 문을 여는 긍정적 신호탄이었다고 본다.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 나올 작품들에선 엔씨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가져본다.
▲ <아이온 2>를 하다 보면 굉장히 자주 마주하게 되는 '문을 여는 장면'.
▲ 주인공에게 아이온의 희망을 이어갈 것이라 말하는 장면.
▲ <아이온 2>가 엔씨가 변화의 문을 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完)
🎮 <아이온 2> 리뷰 3부작
▶ [아이온 2 리뷰①] 사활 건 작품, 설득의 시작은 첫인상부터 (바로가기)
▶ [아이온 2 리뷰②] 전투는 일품, 빠른 성장 뒤에 남겨진 숙제 (바로가기)
▶ [아이온 2 리뷰③] 소통의 신? 나아진 점과 나아져야 할 점 (현재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