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저들이 게임을 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처음부터 정가를 주고 구매해 준비된 콘텐츠를 즐기는 패키지 게임, 그리고 무료로 시작하되 심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부분 유료(온라인) 게임이다.
게임 기술 발전과 함께 유저들은 큰 비용 없이 높은 완성도를 가진 게임을 몇 시간이고 즐길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금 형편에 따라 최소 비용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욕구는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다른 게임을 찾을 때 '가격대 성능비 평가'가 어떤지 의식하는 유저를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인디 게임 중에서는 10,000원 이하 가격으로 명작 소리를 드는 작품이 많이 있다. 과거엔 제법 가격이 나갔으나, 세월이 흐르며 큰 폭으로 할인 판매 중인 게임도 많다. 그런 작품 속에서도 어지간한 2~3,000원대 유료 게임보다 이름이 알려진 무료게임들이 있으니, 이들 중 필자의 마음에 든 게임 10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성=유형권(게임 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선별 기준 - 가급적 고르지 않은 게임
· 온라인 + 부분 유료화 서비스 지원 형식을 가진 게임
· 원작 게임이 따로 존재하는 데모 무료 형식을 가진 게임
· 방치형 / 클리커 기반 게임 (예시: NGU Idle 등)
· AA급 이상의 개발 규모 및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 (예시: 크루세이더 킹즈 2 등)
1. 썬더 티어 원
키워드 : 3D / 액션 / 슈팅 / 탑다운 / 협동 / 온라인 / 군인 / 현대기술
개발 : Krafton, Inc. [한국]
출시일 : 2021년 12월 7일
유저 평가 : 5,225명 / 68%
군인 4명이 협동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2021년에 크래프톤이 내놓은 야심작이었으나, 상업적으로 큰 흥행을 이끌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는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2년 후에는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서버를 내리는 등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2025년 4월에 이르러 스팀 무료 게임으로 전환되었다. 유료로 판매되던 패키지 게임이 완전 무료로 전환되는 사례는 스팀 게임 전체를 살펴봐도 드문 편에 속한다.
<썬더 티어 원>이 무료로 전환되기 이전의 상점 가격은 19,900원이었다. 업데이트가 멈추고 멀티 플레이 지원도 끊겼지만, 기존에 등록되어 있던 싱글 캠페인과 유즈맵을 플레이하는 것은 가능하며, 플레이어 자리는 AI로 대체 가능하다. AI를 대동한 싱글 플레이가 될 경우 캠페인 체감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나, 유저가 AI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단은 지원되기에 신중히 진행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부분 유료화를 지원하지 않는 스팀 무료 게임들의 평균 플레이 시간이 10분에서 1시간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슈팅 게임 중에 가성비 최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썬더 티어 원>이 막 무료 전환하던 시점에 필자가 확인한 스팀 유저 평가 비율은 66%였으나, 현재는 68%까지 상승하며 무료 이용을 환영하는 유저가 많아졌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2. OpenTTD
키워드 : 2D / 빈티지 / 건설 / 시뮬레이션 / 쿼터뷰 / 도시 경영 / 사각 타일 / 샌드박스 / 현대기술
출시일 : 2004년 3월 12일
유저 평가 : 15,325명 / 96%
고전 명작 <트랜스포트 타이쿤 디럭스>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오픈소스 프로젝트라 그런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유료로 판매중인 다른 도시 경영 게임 못지 않은 콘텐츠 분량을 자랑한다. 20년 전 게임이라 투박한 그래픽과 더불어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 진입장벽을 극복하는 순간! 교통제국을 만들기 위해 무한히 시간을 투자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3. 하빈저
키워드 : 3D / 레트로 / 액션 / 슈팅 / 1인칭 / 로그라이크 / 어둠 / 복고풍 / 판타지
개발 : Dobrx [폴란드]
출시일 : 2024년 10월 3일
유저 평가 : 800명 / 95%
빠르고 둔탁한 느낌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는 3D 슈팅 게임. 끊기듯이 움직이는 듯한 몬스터와 달리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모습은 과거 유명한 몇 고전 슈팅 게임을 연상하게 한다.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인만큼 콘텐츠 길이는 크지 않다. 넓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 적과 전투를 마친 후엔, 얻은 재화로 무기나 스킬을 얻어 더 강해진 전투를 반복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스팀 상점의 인기 태그에는 '로그라이크'가 붙어있지만, 전투 중에 캐릭터가 선택적으로 점점 강해지는 기믹이 있는 것은 아니니 참고하자.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지만, 온라인 + 부분 유료화로 서비스 중인 게임이 아니라면 보기 드문 장르의 스팀 무료 게임이다.
4. 우크라이나 워 스토리
키워드 : 2D / 비주얼 노벨 / 텍스트 / 어드벤처 / 전쟁 / 유럽 / 우크라이나 / 현대기술
개발 : Starni Games [우크라이나]
출시일 : 2022년 10월 18일
유저 평가 : 1,075명 / 87%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라는 실제 사건을 기초로 제작된 게임. 개발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체험담을 대거 반영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시점에서 점령지를 탈출하는 과정에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기록이 담겨있다. 지금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진 게임인만큼, 다른 스토리 게임보다 몰입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 특징. 별다른 이미지 전환이 없는 순수 텍스트 어드벤처에 가깝지만, 선택지가 존재해 멀티 분기 진행이 가능하다.
국내 유저 시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어 번역이 조금 어색하고, 아예 번역이 안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는 곳이 있다는 점이 있겠다.
5. 아바리아
키워드 : 2D / 레트로 / 수리 / 회피 / 탄막 / 어드벤처 / 탑뷰 / 판타지
개발 : Vanripper [폴란드]
출시일 : 2024년 12월 17일
유저 평가 : 16,350명 / 96%
필자가 아는 한, 퍼즐 장르로 유저 평가 10만 이상의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은 스팀 무료 게임은 2020년에 출시된 <헬테이커>밖에 없다. 그로부터 4년 후, <헬테이커>의 개발사 Vanripper의 후속작 <아바리아>가 출시되었다. 전작의 아성을 이길 정도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1만개 이상의 압도적 유저 평가를 받는데 성공해 개발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전작이 턴제 퍼즐이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엔 실시간 회피 액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 오브젝트를 수리해야 되고, 이 과정에서 미소녀 유령들의 방해를 피해야 되는데 이게 체감 난이도가 제법 높은 편이다. <헬테이커>에서 보았던 캐릭터 디자인과 유쾌한 이야기, 중독성 있는 비트는 여기서도 맛볼 수 있다.
DLC 판매는 전작과 동일하게 아트북 + 사운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식 한글은 지원하지 않지만 유저 한글패치가 준비되어 있다.
6. 나르키소스 1st & 2nd
키워드 : 2D / 비주얼 노벨 / 시한부 / 동양 / 현대기술
개발 : Sekai Project [일본]
출시일 : 2007년 5월 15일
유저 평가 : 5,075명 / 95%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주로 다루는 비주얼 노벨 게임. 선택지가 전혀 없어 유저가 게임 진행에 어떤 자주적인 개입도 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키네틱 노벨이라 불리고도 있다. 초기 2개 타이틀은 단편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상업적인 판매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2개 작품을 합쳐 스팀 무료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2개 타이틀 합쳐 평균 플레이 타임은 5~6시간이며, 삶과 죽음이 소재인 이야기인만큼 전반적으로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필자도 과거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다.
공식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유저 한글패치를 받는 것이 좋지만, 한글패치 적용 중에는 스팀 도전과제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참고하자.
7. 디스피겨
키워드 : 2D / 레트로 / 슈팅 / 탄막 / 탑다운 / 로드라이크 / 어둠 / 단색 / 판타지
개발 : Cold Brew Entertainment [미국]
출시일 : 2023년 7월 27일
유저 평가 : 5,250명 / 97%
제한된 시야를 갖고 플레이어에게 다가오는 벌레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게임.<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연상되는 전투 및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자동 공격과 수동 공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필자의 경험상 <뱀파이어 서바이버> 시스템을 차용한 다른 게임들의 평균 스팀 가격은 2,000~8,000원 사이로 결정되는 편이다. 하지만 무료로도 출시된 타이틀이 몇 개 있었고, 그 중 상대적으로 <디스피겨>가 독립적인 그래픽 묘사와 더불어 유저 인지도를 얻는 모습이 보여 소개의 자리를 가져보았다.
한글 언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영어 수준이 어렵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8. DYO
키워드 : 2D / 퍼즐 / 플랫포머 / 어드벤처 / 사이드뷰 / 로컬 협동 / 수인 / 사원 / 판타지
개발 : Team DYO, Josia Roncancio [미국]
출시일 : 2018년 2월 14일
유저 평가 : 1,775명 / 96%
분할 화면을 활용한 2인 협동 퍼즐 게임. 화면을 고정했다 풀었다 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두 캐릭터가 탈출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이동해야 한다. 온라인을 지원하지 않아 로컬 협동 기반 게임이지만, 스팀에서 지원하는 리모트 투게더를 이용하면 멀리 있는 친구와도 같이 즐길 수 있다. 게임 디자인상 스피드를 요하는 게임이 전혀 아니기에 혼자서도 두 캐릭터 동시 조작이 크게 불편하진 않으니 참고하자.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체감 난이도 상승이 큰 게임이다. 평균 유저 플레이 시간은 2-3시간이지만, 퍼즐에 자신이 없는 유저라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9. 쉬피: 어 숏 어드벤처
키워드 : 2D / 레트로 / 플랫포머 / 어드벤처 / 사이드뷰 / 수인 / 몽환적 / 판타지
개발 : MrSucideSheep [오스트리아]
출시일 : 2024년 2월 6일**
** 유저 평가 : 19,650명 / 98%
이 게임의 개발자 MrSucideSheep은 1,28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과 79만명의 사운드 클라우드 팔로워를 가진 유명 EDM 업로더이다. 그 덕분인지 게임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그래픽과 함께 배경 음악 연출 수준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남짓 플레이하면 엔딩을 볼 수 있을만큼 콘텐츠가 길진 않지만, 확실하게 갖춰진 기승전결 스토리와 기본 문법에 충실한 플랫포머의 조합이 배경 연출과 어우러져 유저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한글을 지원하지 않지만, 장문의 텍스트가 들어가진 않았으며 영어도 기초만 알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10. 블러디 헬
키워드 : 2D / 레트로 / 액션 / 슈팅 / 탄막 / 어드벤처 / 탑뷰 / 메트로배니아 / 지옥 / 판타지
개발 : Pun Intended [네덜란드]
출시일 : 2023년 1월 28일
유저 평가 : 6,350명 / 97%
지옥에서 악마들을 소탕하는 천사 새의 여정을 담은 슈팅 게임. 스팀 무료 액션 게임 중에서는 드물게도 메트로배니아 요소가 적용되어 있으면서도, 지옥의 분위기를 잘 묘사한 그래픽과 탄막 슈팅의 묘미를 잘 살린 레벨 디자인의 조합이 유저 고평가의 원동력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앞서 언급한 다른 스팀 무료게임보다 텍스트 비중이 있는 것에 반해, 한글 지원이 없어 언어 장벽이 일부 있다는 정도다.
유저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스팀 상점 페이지를 통해 <블러디 헬 2>가 후속작으로 개발 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소개한 10개 게임 중, 맘에 든 게임이 있었는가? 유료로 판매해도 어느 정도 값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게임이 있었는가? 그 밖에도 정말 괜찮은 무료 게임이 스팀 플랫폼에 많이 있으나, 가능한 장르가 겹치지 않는 선에서 인상적인 게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유형권 - 게임 블로거
세상을 살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으며, 게임 개발사에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자유인으로 블로그를 포함해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