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게임 디렉터 카미야 히데키와 요코 타로가 13일 개막한 ‘2025 지스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비범한 게임 디자이너의 머리를 살펴보는 스페셜 대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오프닝 세션에서 두 디렉터는 자신들의 독창적인 게임 제작 방식과 철학에 대해 공유했다. 사회는 일본의 게임 미디어 ‘패미통’의 하야시 카츠히코 대표가 맡았다.
오랜 시간 라이벌이자 동료로 친분을 다져온 두 사람은 추구하는 스타일도, 강점도 완전히 다르다. <데빌 메이 크라이>, <베요네타> 등을 개발한 카미야 히데키는 게임 게임의 ‘손맛’을 중시하는 인물인 반면, <니어> 시리즈의 아버지인 요코 타로는 게임의 핵심이 되는 시나리오와 이러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무대 구성에 집중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 돈 vs 주문? 두 거장의 상반된 게임 기획법
“게임 개발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시작되는가?” 두 사람은 이 물음에 답했다.
요코 타로는 자신의 게임 개발은 결국 ‘돈’에서 출발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예산, 시간, 스태프의 역량 등 가용할 수 있는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고, 대중과 퍼블리셔의 니즈 역시 부합해야 하므로 이에 맞춰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는 30대에 이르러 ‘만들고 싶은 게임’보다는 ‘지금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프리랜서로서 명확한 소속이 없었던 요코 타로와 달리, 카미야 히데키는 캡콤과 플래티넘 게임즈, 클로버 스튜디오 등 개발사 소속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자신의 회사로부터 ‘이런 게임을 생각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기획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데빌 메이 크라이>는 <바이오하자드>의 후속작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서 시작됐고 , <오오카미>는 클로버 스튜디오의 간판이 될 타이틀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완전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보다는 모호하더라도 방향이 잡혀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전했다.
카미야 히데키는 자신의 게임에는 반드시 그 게임에만 있는 고유한 '메커니즘'을 넣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뷰티풀 죠>의 VFX 파워, <오오카미>의 붓 그리기, <베요네타>의 위치 타임이 바로 그 예시로, 이것이 게임의 구조를 디자인하는 ‘게임 디자이너’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요코 타로는 독창성보다는 제품으로서 ‘구매할 의미’가 있는 것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임이 넘쳐나기에 재미가 없더라도 충분히 구매할 의미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재미 외에도 좋아하는 아이돌의 출연, 혹은 정신적 신념의 일치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양한 동인이 게임을 구매할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니어> 시리즈의 개발자 요코 타로
# “스케줄을 의식하면 엣지가 죽는다”
개발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마감 기간의 압박에 두 사람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요코 타로는 이 질문에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마감일을 지킬 방법보다 어떻게 하면 마감일을 어길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다”라는 것이다.
그는 게임 개발이 50% 정도 진행되었을 때는 예산의 2배를 요구하고, 90% 진행되었을 때는 30%의 추가 예산을 요구했다. 이미 개발이 충분히 진행된 이상 이를 무를 수는 없기에 클라이언트들은 출시일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그의 방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단 한 번도 완성한 게임에 대해 완벽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게임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작품이기에 최대한 출시일을 미루어 게임을 끝까지 다듬고자 한 것이다.
카미야 히데키도 그의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 그 역시 출시 스케줄은 안중에 두지 않고 “액셀만 밟는” 개발자이며, 마감일에 쫓겨 만들고자 했던 것을 포기해야 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스케줄을 의식하면 자신만의 날카로운 엣지를 갖출 수 없다”고 말하며, 감독의 역할은 굴하지 않고 액셀을 밟는 일임을 강조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강연장을 찾은 한국 개발자들에게 조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을 추월한 한국의 게임 기술에 감탄한 요코 타로는 SNS 등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정치, 주거, 고용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나리오의 씨앗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카미야 히데키 역시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언급하며 , “이 재미는 이 타이틀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할 만한 독창적인 게임과 자신만의 독특한 작가성을 드러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본인이기에 <오오카미>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듯, 한국의 개발자들도 문화적 강점을 살린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격려하며 세션을 마쳤다.

► <데빌 메이 크라이>, <베요네타>의 개발자 카미야 히데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