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그림 작가 스노우캣이 그린 웹툰 <옹동스>에 나온 이 문구는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최고의 문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문구는 반려동물이라는 주제를 넘어 그리운 무언가를 마주할 때 사용되는 밈으로 승화되기에 이르렀다. 밈으로 사용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도리어 원본을 찾기가 힘들어졌지만, 이 문구가 밈의 경지에 오른 건 어디까지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아련하고 사랑스러운 문구가 처음 등장한 건 2014년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11년이 지난 지금, 이 문구를 주제로 삼은 강아지 어드벤처 게임 <마이 리틀 퍼피>가 한국의 개발사 드림모션의 손에서 탄생했다. 비록 문구의 원본과는 다르게 고양이 대신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채택하긴 했지만, 이 게임에 담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껴질 것이다. /작성=쿠타르크(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 이제는 밈의 경지에 오른 문구. 이쯤되니 원본 이미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 죽으나 사나 가장 소중한 반려동물, 강아지
# 무지개 다리를 역주행하는 웰시코기
<마이 리틀 퍼피>는 기다리던 주인을 하루빨리 만나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웰시코기 봉구의 이야기를 담은 어드벤처 게임이다.
► 오래 기다려왔던 주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지나왔던 무지개 다리를 다시 건너간다.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은 웰시 코기를 비롯한 강아지들의 귀여움을 묘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명랑한 분위기의 사운드가 봉구의 모험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에 웰시코기를 비롯한 다양한 견종의 등장, 실제 강아지를 보는 듯한 강아지의 습성과 행동, 강아지와 관련된 다양한 패러디, 그리고 강아지와 인간의 끈끈한 친밀과 유대를 드러내는 스토리 등의 요소들로 애견인들의 환심을 산다.
여담으로 많고 많은 강아지 종 중에서 하필 웰시코기가 주인공으로 선정됐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이건 게임의 스토리 작가가 오랫동안 웰시코기를 키우다가 떠나보낸 사연이 반영되어서 그렇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합리적인 가설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본래 이런 3D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캐릭터의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웰시코기는 다른 어떤 강아지 종보다도 궁둥이가 들썩거리는 뒷모습이 ‘끝장나게’ 귀엽기로 유명하다. 아마도 이것이 웰시코기가 주인공으로 선정된 또 다른 이유는 아니었을까.
► 정말이지 끝장나게 귀여운 뒷모습. 어쩌면 이것이 주인공으로 채택된 이유일지도.
이 게임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강아지의 습성과 행동이 아주 정확하게 구현돼있다는 점에 있다. 왕성하게 짖거나 꼬리를 흔드는 행동부터 배를 드러낸 채 드러눕거나 제자리에서 빙빙 돌거나 몸을 낮춘 채 상대의 기색을 살피는 등, 우리들의 머릿속에 익숙하게 잡혀있는 강아지의 모습을 이 게임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강아지끼리 마주쳤을 때 서로의 항문 냄새를 확인한다던가 인간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뒷다리로 선 채 두 앞다리를 빠르게 흔드는 등, 자신들만의 행동 양태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냄새를 통해 주인이나 찾아야 할 무언가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은 후각이 발달한 강아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면서도 게임의 편의성을 더한다.
이렇듯 강아지의 습성 및 행동을 구현하는 것에 대한 개발사 측의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며, 그렇게 구현된 게임 속 강아지의 모습은 상당히 귀엽고 또 어여쁘다. 이것만으로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 강아지가 인형 물어뜯는 건 사후세계라고 다를 게 없나보다.
물론 강아지뿐만 아니라 인간도 등장한다. 그런데 인간들도 강아지와 몸짓과 외마디 음성으로 소통할 뿐 딱히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어쩌면 이건 강아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강아지로선 인간들이 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듣긴 힘들 테니 말이다. 나아가 이 또한 강아지의 생각을 반영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인간들도 몸짓으로만 소통한다. 이건 강아지의 생각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전반적인 게임의 짜임새도 좋다. 게임 진행을 위한 기초적인 액션과 퍼즐은 괜찮은 완급 조절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를 선보여 누구나 무난히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숲과 바다, 사막, 설원 등 각기 다른 장소에 진입할 때마다 해당 장소에 어울리는 새로운 기믹의 게임 플레이가 게임의 흐름을 잘 환기하며, 특히 신나게 달리며 오염된 벌판을 푸르게 정화하는 구간에서는 가슴 한편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질 정도다.
잠입이나 추격 혹은 다른 강아지와의 협동 등, 게임의 장르가 일시적으로 변화할 때 드러나는 시점과 조작의 변화도 제법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밖에 도입부의 <존웍>과 <나는 전설이다>를 비롯한 강아지와 관련된 풍부한 패러디는 적재적소에 등장해 게임의 재미를 더 향상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 장르와 시점의 변화가 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틈날 때마다 튀어나오는 패러디는 보너스.
물론 호불호가 어느 정도 갈릴 만한 요소도 몇 가지 있다. 이를테면 일자 진행에 가까운 레벨 디자인이 그러하다. 갈림길이나 샛길이 거의 없는 외길에 가까운 디자인이라 게임이 단조롭게 다가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반대로 쾌적한 게임 진행을 위한 효율적인 동선 설계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가 하면 주요 이벤트 장면에서 접하게 되는 QTE 시스템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가 없다. QTE 시스템 자체가 철이 지나 다소 낡아 보이긴 해도 강아지들의 역동적인 액션을 최대한 단순한 조작으로 즐길 수 있어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여지가 있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은 완성도는 조금 어설프긴 해도 앞서 언급한 패러디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흥미롭게 즐길 만하다.
► QTE 자체가 고루하게 느껴질 순 있어도 이 게임에서만큼은 나름 잘 어울린다.
# 동화 같은 훈훈함, 그 이면에 숨겨진 씁쓸한 사연들
강아지와 강아지의 관계, 그리고 강아지와 인간의 교감과 소통을 핵심으로 한 스토리는 깊은 울림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인공 봉구는 주기적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주인에 대한 행복했던 추억을 상기시키는 한편 주인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간다. 봉구 이외에 다른 강아지들은 대개 인간과 함께 등장해 인간과의 친밀함을 과시하며, 설령 홀로 나온 강아지라 하더라도 대개는 자신의 주인을 어떻게든 만나 교감을 나눈다.
여기에 봉구의 친화력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처음 만난 강아지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봉구가 다른 강아지를 적극적으로 돕거나 반대로 다른 강아지들이 봉구를 스스럼없이 돕는 훈훈한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어린이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왕도적인 스토리지만, 그렇기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할 만하다.
► 인간과 강아지가 교감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덕분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면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간들의 홀대와 냉대로 인해 삐뚤어진 강아지 무리의 사연, 그리고 과도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마음이 꺾인 수의사의 사연은 안타깝고 착잡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암울하고 슬픈 사연을 통해 애완동물의 처지에 대한 어두운 일면을 드러내며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한다.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는 이들이거나 강아지에 애정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들이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 이 수의사의 사연이 꽤 착잡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수의사분은 사후세계에서도 꽤나 고생하신다.
다만 세계관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있어 어색한 점도 적지 않다. 우선 게임 내내 봉구를 비롯한 강아지들을 위협하는 도깨비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이질감과 위화감이 느껴진다. 거대한 덩치로 강아지들을 붙잡아 헤일로를 빼앗지만, 고양이와 사신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모습만을 보이는데, 이런 도깨비들에 대한 추가적인 묘사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도깨비들의 존재가 게임에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 그래선지 도깨비를 피하기 위한 잠입 파트와 추격 파트도 스토리의 관점으로 보면 너무나 갑작스럽게만 느껴진다.
가장 말이 많이 나올 만한 건 역시나 절정 부분이다. 봉구의 여정을 돕기 위해 후반부에 등장했던 강아지들이 한곳에 집결하는데, 이게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그 장면을 연상하게끔 만들어 웅장해 보일 것 같아도 봉구와 다른 강아지들이 서로 우정을 쌓거나 하는 식의 빌드업이 부족한지라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저 뜬금없고 황당하게만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래도 주인을 찾아가기 위한 봉구의 여정에 극적인 전개와 연출을 넣기 위해 개연성을 어느 정도 희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과도하게 극적인 연출보다는 좀 더 담담하고 잔잔한 톤을 유지하면서 강아지와 인간의 교감을 꾸준히 강조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라는 문구가 담긴 그 그림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 갑작스러운 강아지 어셈블. 웅장하다기엔 다소 뜬금없는 집결이다.
► 오히려 담담하고 잔잔한 톤을 일관적으로 유지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듯싶다.
# 고양이에 <스트레이>가 있다면, 강아지엔 이 게임이 있다
<마이 리틀 퍼피>는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으로써 훌륭한 점이 많은 게임이다. 강아지의 습성과 행동을 정확하고도 정교하게 반영한 덕분에 강아지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게임 속 강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주인을 하루빨리 만나기 위해 고되고 험난한 모험을 감내하는 웰시코기의 이야기는 강아지라는 동물이 지닌 긍정적인 이미지와 맞물려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록 일부 설정과 절정부의 뜬금없는 연출이 게임의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그것이 강아지와의 교감 및 유대라는 주제를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사이버펑크 배경의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트레이>가 고양이 게임의 대표주자가 되었듯, 이 게임 역시 강아지 게임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이 게임을 플레이해 볼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특히나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이들이라면 이 게임에서 재미와 감동 모두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강아지와 인간의 끈끈한 유대
-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스토리
- 시기적절하게 등장하는 풍부한 패러디와 다양한 미니 게임
- 맥락이 썩 부드럽게 이어지진 않는 이야기 전개
- 극적인 절정을 위해 개연성이 희생된 클라이막스
쿠타르크(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