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외모를 꾸미거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등, 멋을 부린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멋을 부리는 것이 자기 관리와 기분 전환에는 물론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드러내 남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을 부린다는 게 때로는 부정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아마도 멋 부리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라기보단 겉으로 보이는 멋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채 내면의 진정성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을 것만 같은 본능적인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허세'라는 단어나 '겉멋만 들다'라는 표현이 대상을 낮잡아보는 의도로 사용되고는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 멋있는 게임은 수도 없이 많지만, '멋있고 재미있는 게임'과 '멋은 있는데 재미는 뒤떨어지는 게임'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의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악마의 빙의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탐험하는 게임 <포제서즈>는 유감스럽게도 후자에 해당되는 게임이라 해야할 것 같다. 악마적인 색감과 비주얼은 분명 압도적이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성까지 압도적이진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작성=쿠타르크(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 멋부리는 걸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사진은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
▶ 겉멋만 잔뜩 내세운 악마적인 감각
# "악마적으로 세련된" 비주얼, 클리셰를 비튼 탄탄한 서사
<포제서즈>는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개발사로 유명한 ‘하트 머신’의 신작으로, 빙의한 악마의 힘으로 부활한 반항적인 소녀 ‘루카’의 폐허가 된 도시를 탐험하는 여정을 담은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횡스크롤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빨강과 검정의 비중이 높은 강렬한 색감, 사악함과 날카로움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이미 멸망을 맞이한 어두운 도시를 잘 묘사한 비주얼은 악마적으로 세련된 센스를 한껏 드러낸다.
▶ 빨강과 검정으로 가득한 강렬한 비주얼은 그야말로 악마적이다.
강렬하고 스타일리쉬한 픽셀 그래픽의 게임으로 유명했던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2D 애니메이션 풍의 비주얼을 채택한 모습이다. 비록 비주얼 스타일은 많이 달라졌어도 하트 머신이라는 개발사의 비주얼적인 감각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그밖에 악마와 인간의 공존 및 공감을 소재로 한 스토리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한편 메트로배니아의 기본에 충실한 듯한 게임 디자인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선 캐릭터와 스토리의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다. 도입부에서는 죽음을 앞둔 루카에게 악마인 ‘렘’이 빙의하여 루카의 목숨을 살리는데, 이때 렘이 루카에게 빙의한 이유와 더불어 이들의 불편한 공생관계에 대해 충분히 묘사한다.
이후 수차례의 회상 장면을 통해 루카와 렘 각자의 사연을 시기적절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각자의 다른 입장과 처지로 인해 주기적으로 다투거나 서로에 대해 공감하기도 하는 등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착실히 쌓아나간다. 여기에 루카와 렘의 관계 변화 및 진전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빙의물의 클리셰를 잘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일부 상황에서 이 클리셰를 미묘하게 벗어나 소소한 반전과 재미를 선사한다.
▶ 죽음에 직면한 인간과 악마. 이 둘은 각자 자신을 위한 불편한 공생관계를 맺게 된다.
세계관 설정도 탄탄하게 잡혀있다. 균열을 통해 넘어온 악마라는 존재의 강력함과 불완전함을 잘 드러내고, 비밀스럽게 진행된 인간들의 실험과 그로 인해 악마의 힘이 폭주하여 도시가 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악마들의 빙의 능력이 빙의 대상뿐만 아니라 악마인 자신들에게도 다소 위험성이 따른다는 묘사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렇듯 탄탄한 세계관 및 캐릭터 설정이 스토리 내내 크게 흔들리는 일 없이 이어지고, 이것이 충분한 개연성을 지닌 결말로 이어진다. 후반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살짝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어떤 결말이 나오더라도 납득이 되는 수준이다.
다만 몇몇 이벤트 신에서 앞뒤 맥락과 화자를 완전히 무시한 듯한 생뚱맞은 대사가 흘러나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루카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뜬금없이 실험의 경과에 관해 물어보는 식이다. 이는 스토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상의 프로그래밍이 꼬여서 나타나는 문제로 추정된다.
▶ 주인공을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래저래 격려도 잘 해주는 츤데레 악마
▶ 악마들의 폭주 역시 어찌보면 인간들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일런지도
# 전투는 '합격', 그러나 탐험은 '낙제’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재미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이라면 단연 전투와 탐험일 것이다. 우선 전투 부분은 완성도가 낮지 않은 편이다. 빙의된 악마의 힘으로 되살아난 소녀 루카는 부엌칼이나 야구 방망이, 하키 스틱 등의 무기와 마우스나 볼링공, 안경 같은 도구를 사용하며 다소 실용적(?)이면서도 나름대로 파괴력이 있는 전투를 벌인다.
전투 경험이 일천하다는 걸 반영하기라도 하듯 모션은 다소 투박하지만, 평타 공격이 딱딱 끊어지는 것이 묘하게 절도마저 느껴진다. 여기에 패리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받아치거나 반사할 수도 있어 전투의 손맛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 분명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안 해본 소녀일 텐데 묘하게 절도가 넘친다.
메트로배니아의 꽃과도 같은 보스전의 경우 대부분의 보스가 체력이 많지 않다. 따라서 보스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체로 2분에서 3분을 넘지 않는다. 물론 공격 패턴이 화려하고 변칙적인 데다가 체력을 절반 정도 깎을 시 발악 패턴도 있어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보스의 체력이 적은 덕에 침착하게 빈틈을 노려 몇 번 때리다 보면 생각보다 보스전을 빨리 끝낼 수 있다.
다른 메트로배니아 게임의 보스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단판 승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러한 짧고 강렬한 보스전은 보기에 따라서는 강점으로 볼 여지도 있다.
▶ 하수 : 한두 방이면 처치하겠지, 고수 : 처치하기 엄청 까다롭겠구먼;
그다음으로 메트로배니아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탐험인데, 실은 이 탐험 부분이 문제가 꽤 많다. 일단 게임을 처음 접하고 익숙해지는 데 있어 필요한 튜토리얼이 매우 부실하다.
특히 필수 스킬을 획득한 시점에서 해당 스킬의 활용법을 제대로 알려주질 않는다. 이 때문에 정확한 스킬의 사용 방법 및 효과에 대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여기에 일정 시점에 다다르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단서 제공이 뚝 끊겨버린다. 이 시점부터는 오로지 플레이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아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게임의 자유도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그저 막막하게만 다가올 따름이다.
▶ 이 시점부터 게임의 진행이 뚝 끊겨버린다. 플레이어로선 그저 막막할 따름.
그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디자인의 가시성 및 직관성이 썩 좋지 못한 데다가 게임 시스템의 편의성도 매우 나쁘다. 대체로 게임의 색감이 어두운 데다가 벽이 절묘하게 가려진 경우가 많아 얼핏 봐서는 통로인지 벽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설령 막혀있는 벽이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막힌 벽이 뚫리는지 파악하기도 까다롭다.
게임의 모든 영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니맵이 존재하긴 하나 방의 세부적인 구조나 아이템의 위치를 표시해 주지 않아 미니맵으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난감하다. 그나마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이 존재하긴 하지만, 역이 너무 적기도 할뿐더러 배치 또한 다소 제한적이다.
이런 단점들이 쌓이고 쌓여 게임의 쾌적한 진행을 방해하고, 나아가 게임에 대한 흥미를 크게 떨어뜨린다.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탐험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탐험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면 게임의 평가도 마땅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이렇게 생긴 벽을 보면 누구나 때려서 부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누구나 말이다.
각종 버그와 오류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인공 루카가 비좁은 벽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거나 지나갈 수 없는 벽을 뚫고 나아가거나 멀쩡히 잘 움직이던 캐릭터가 아예 사라져 버리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유독 자주 발생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던 중 못 보던 캐릭터를 마주치면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 대사가 제대로 등장하지 않을 때가 있다. 혹은 아무도 없는 평범한 상황에서 갑자기 대사가 툭 튀어나올 때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캐릭터와 상황에 맞지 않는 대사 출력 또한 버그와 오류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나마 게임이 아예 멈춰버리는 극단적인 상황까진 가지 않아 다행이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잦은 버그와 오류 또한 게임의 평가를 깎아 먹는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 분명 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아무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 그나마 게임이 강제로 꺼지는 극단적인 상황까진 가지 않는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 잠재력은 분명했으나, 핵심을 잃어버린
<포제서즈>는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한두 가지 정도의 강점은 있는 게임이다. 악마적인 감각을 잘 살린 비주얼은 압도적이고, 인간 소녀 루카와 빙의 악마 렘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도 탄탄하다.
다만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탐험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부실한 튜토리얼, 결여된 가시성과 직관성, 은근히 불편한 조작감, 그리고 부족한 편의성. 이 모든 것이 겹치면서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는다. 이 모든 걸 감내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려 해도 잦은 버그와 오류가 또 다시 플레이어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포제서즈>는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멋진 게임이긴 하다. 분명 멋있고 재밌는 게임이 될 잠재력은 있었으나, 탐험의 결함으로 인해 겉멋만 잔뜩 든 게임에 머물러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쉬움' 난이도가 따로 준비돼 있어 조금이라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탐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하면 메트로배니아 장르 특유의 탐험과 발견의 재미를 기대하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에 더 주목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 확고한 캐릭터 개성, 의외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 투박하면서도 나름 절도 있는 전투
- 메인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단서의 부재
- 위화감이 느껴지는 조작감
- 지나치게 잦은 버그와 오류
쿠타르크(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