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덱(Steam Deck)에 이어 밸브(Valve)가 PC 게이밍 하드웨어 라인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밸브가 스팀 덱에 이은 새로운 스팀 하드웨어를 발표했다. 2026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 하드웨어 라인업은 차세대 '스팀 컨트롤러(Steam Controller)', 16cm의 정육면체 콘솔 '스팀 머신(Steam Machine)', 그리고 독립형 VR 헤드셋 '스팀 프레임(Steam Frame)'으로 구성된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액세서리나 후속작 출시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용(스팀 덱), 거실(스팀 머신), 그리고 가상현실(스팀 프레임)이라는 게이밍의 세 가지 영역을 '스팀OS(SteamOS)'라는 단일 운영체제와 '스팀(Steam)'이라는 플랫폼으로 통합하려는 밸브의 전략이 구체화되는 단계로 평가된다.
밸브는 10년 전에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팀 덱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밸브가 콘솔과 VR 시장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스팀 머신'의 재등장, 2015년과의 차이점
이번 라인업에서 '스팀 머신'이라는 이름의 등장은 많은 올드 게이머들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15년, 밸브는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거실용 PC '스팀 머신'을 출시했지만, 파편화된 하드웨어, 미성숙한 스팀OS, 그리고 윈도우라는 강력한 대체재 앞에서 시장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26년에 등장할 스팀 머신은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먼저, '검증된 OS'가 탑재된다. 신형 스팀 머신은 스팀 덱과 '동일한' 게이밍 최적화 SteamOS를 사용한다. 이는 수천만 대의 스팀 덱을 통해 검증되고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빠른 일시 중지/재개, 클라우드 저장 등 익숙한 기능도 그대로 지원한다.
다음으로, '표준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밸그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신형 스팀 머신은 밸브가 직접 설계한 약 16cm 크기의 작은 정육면체 형태다. 이는 과거처럼 여러 제조사가 개별적으로 스펙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밸브가 '거실에 최적화된' 표준 하드웨어를 제시함을 의미한다.

성능 면에서 밸브는 타협하지 않았다. 밸브는 이 기기가 "스팀 덱보다 6배 이상 강력하다"고 명시했다. 주요 성능은 다음과 같다.
- CPU: 커스텀 AMD Zen 4 6코어/12스레드 (최대 4.8 GHz, 30W TDP)
- GPU: 커스텀 AMD RDNA3 28CU (최대 2.45GHz, 110W TDP)
- 메모리: 16GB DDR5 RAM + 8GB GDDR6 VRAM
- 성능 목표: FSR을 통해 4K 60FPS 게이밍을 지원하며, 레이 트레이싱도 지원
- 512GB와 2TB 모델 2종(마이크로SD 확장슬롯)
- 스팀 컨트롤러 동봉 또는 기기만 판매
- DisplayPort 1.4 (최대 8K 60Hz)
- HDMI 2.0 (최대 4K 120Hz, HDR, 프리싱크 지원)
- Wi-Fi 6E 및 1 Gbps 이더넷
- 10 Gbps USB-C 3.2 Gen 2 및 4개의 USB -A 슬롯(전면 2개 후면 2개)
- 스팀 OS 구동으로 스팀 클라우드 및 기본 기능 지원
- 다른 컨트롤러 및 PC 주변기기와 액세서리 호환


위의 주요 성능을 보면 강력한 연결성도 갖췄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 5와 Xbox Series X에 대응하는 밸브의 '콘솔'로 볼 수 있다.
이제 게이머들은 "콘솔의 편의성과 PC의 방대한 라이브러리"라는 과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접하게 될 것이다. 거실 TV 아래에서, 복잡한 설정 없이 스팀 컨트롤러를 들고 즉시 스팀 라이브러리를 즐기는 경험. 이것이 밸브가 제시하는 거실 게이밍 방식이다.

#"스팀 프레임은 PC다", 주목할 만한 접근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스팀 프레임(Steam Frame)'이다. 밸브는 VR 시장에서 '밸브 인덱스(Valve Index)'라는 하이엔드 PC VR 기기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스팀 프레임은 다른 방향을 취한다.
핵심은 "Steam Frame은 PC입니다!"라는 자료 속 한 문장이다.

이는 스팀 프레임이 단순한 PC 연결형 스트리밍 기기가 아님을 시사한다. '4nm 스냅드래곤 8 Gen 3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SteamOS'를 운영체제로 사용한다는 점은, 이 기기가 메타(Meta)의 퀘스트 시리즈와 유사한 '완전 무선 독립형(Standalone) VR 헤드셋'임을 의미한다.
밸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스팀 라이브러리 전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VR 전용 게임은 물론, 기존의 수많은 2D(non-VR) 스팀 게임들까지 스팀 프레임 내부의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주요 스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스팀 OS 채택
- CPU: 4nm 스냅드래곤 8 Gen 3 ARM64 프로세서
- RAM: 16GB Unified LDDR5X
- 무선인터넷: Wi-Fi 7, 2X2
- VR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5GHz / 6GHz 스트리밍 지원
- 저장공간: 256GB / 1TB UFS 및 마이크로SD카드 확장 슬롯
- 디스플레이: 눈당(per eye) 2160 x 2160 해상도의 LCD 패널과 팬케이크 옵틱
- 주사율: 72Hz부터 최대 144Hz(실험적)까지 지원, 110도의 넓은 시야각(FOV)
- 무게: 헤드스트랩과 배터리를 포함한 총 무게 440g(기본 장치는 185g)
- 4개의 외부 카메라와 2개의 내부 아이 트래킹 카메라 및 외부 IR 조명
- 충전 가능한 21.6Wh 리튬이온 배터리
물론 PC VR 스트리밍 기능도 지원한다. Wi-Fi 6E(6Ghz) 무선 어댑터가 기본 포함되어 PC와 저지연으로 직접 연결되며, 특히 아이 트래킹을 활용해 사용자가 보는 곳에만 최고 해상도를 전송하는 'Foveated Streaming' 기술을 지원한다. 여기서 밸브의 세 가지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독립형 VR 시장 진출이다. 퀘스트가 점유하고 있는 독립형 VR 시장에 스팀이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무기로 진입한다. 둘째, 스팀OS의 ARM 생태계 확장이다. 스냅드래곤(ARM 기반) 프로세서에서 SteamOS를 구동한다는 것은, 밸브가 x86을 넘어 ARM 생태계로 스팀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새로운 게이밍 폼팩터 제시다. "자체만으로 어디서나 몰입감 넘치는 게임플레이"라는 문구는, 스팀 프레임이 단순 VR을 넘어 '휴대용 프라이빗 시어터'이자 '가상 PC'로서의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안하고 가벼운' 착용감과 '컨트롤러 입력의 완벽 지원'까지 약속한 스팀 프레임은, 밸브가 스팀 덱으로 휴대용 게이밍 시장에서 성과를 낸 것처럼, VR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다.


#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점', 차세대 스팀 컨트롤러
이 모든 하드웨어를 하나로 묶는 마지막 퍼즐은 바로 '스팀 컨트롤러'다.
2013년 처음 등장한 스팀 컨트롤러는 듀얼 트랙패드라는 혁신을 시도했지만, 과도한 독창성으로 인해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밸브는 그 혁신의 요소를 스팀 덱의 조작계에 적용하여 '트랙패드 + 아날로그 스틱'이라는 조합을 완성했다. 새로운 스팀 컨트롤러는 바로 이 '스팀 덱의 구조적 기반'을 공유한다.

정밀 입력을 위해 스팀 덱에서 검증된 차세대 고정밀 자석 엄지스틱(TMR), 햅틱 피드백을 지원하는 2개의 트랙패드, 6축 IMU(자이로), 4개의 할당 가능한 그립 버튼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입력 방식을 포함했다.
HD 햅틱 기능도 특징적이다. 총 4개의 LRA 햅틱 모터(트랙패드 2개, 그립 2개)를 탑재해 정교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연결성 면에서도 독점 무선 연결을 위한 'Steam Controller Puck'은 약 8ms의 낮은 지연 시간을 보장하며, 블루투스와 USB 유선 연결도 지원한다.

이는 단순히 스팀 머신이나 스팀 프레임의 '번들' 컨트롤러가 아니다. PC, 노트북, 스팀 덱, 스팀 머신, 스팀 프레임 등 '스팀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표준 입력장치다. 밸브는 스팀 덱으로 완성한 조작계를 자사 생태계의 표준으로 삼아,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미 준비된 전략, 스팀 덱이라는 '선례'
밸브의 전략은 명확하다. 스팀 덱(휴대용), 스팀 머신(거실), 스팀 프레임(VR)이라는 하드웨어 라인업을 구축하고, 이 모든 것을 스팀OS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통합한다.
이는 애플이나 구글이 보여준 '생태계' 전략과 유사하지만, 밸브는 '개방성(Open Platform)'이라는 PC 게이밍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계획은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적용된다. 3가지 제품 모두 스팀 덱과 마찬가지로 KOMODO(https://komodostation.com/ )를 통해 한국, 일본, 홍콩, 대만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물론, 시제품 발표 이후에도 수많은 궁금증은 남아있다. 이에 대한 답은 제품 리뷰가 가능한 시점에서 직접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디스이즈게임은 해당 기기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입수하고 리뷰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는 가격과 성능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되었다. 즉 2015년의 스팀 머신은 콘솔보다 저렴하지 않으면서 PC보다 강력한 성능을 보이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2026년에 선보일 새로운 밸브의 하드웨어는 성능과 가격을 모두 노리고 있고, 게이밍 시장의 지형이 밸브로 인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스팀 덱이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했다면, '스팀 프레임'과 '스팀 머신'은 그 현실을 확장하기 위한 밸브의 '다음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 발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팀 덱이 이룩한 성과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팀 덱 이전, 리눅스 기반의 휴대용 PC 게이밍은 실현이 어려운 과제로 여겨졌다. 밸브는 '프로톤(Proton)'이라는 호환성 레이어를 통해 윈도우 기반의 스팀 라이브러리 대부분을 구동해냈고, 합리적인 가격에 강력한 성능을 탑재한 '오픈 플랫폼' 기기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스팀 덱의 성공은 밸브에게 두 가지를 안겨주었다. 첫째는 수익과 시장 점유율이며, 둘째는 '스팀OS가 윈도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확인이다. 이 성공적인 '선례' 때문에 10년 전의 실패를 딛고 준비한 새로운 하드웨어는 준비된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