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생의 숨결)를 배경으로 했던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가 플레이의 여운을 달래줬던 것처럼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왕국의 눈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젤다무쌍 봉인 전기>도 드디어 발매됐습니다.
<젤다무쌍> 시리즈는 Wii U 시절에 발매됐던 <젤다무쌍 하이랄의 전설들>에 이어 무쌍 명가인 코에이의 오메가 포스를 주축으로 만들어 왔고, 이번에도 공통분모를 지닌 개발진이 새로운 거처에서 완성했습니다. 무쌍 액션으로는 내로라 할 전문가들이 나선 만큼 최근 두 <젤다의 전설> 무쌍 시리즈들은 각 게임의 갈라 쇼처럼 화려한 마무리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리뷰는 본 무대를 열렬히 좋아한 관객으로서 27시간 동안 축제를 즐긴 후기이자, 메인 챌린지를 비롯해 엔딩을 볼 때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 사이드 챌린지를 최대한 경험한 소감입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봉인 전쟁을 다룬 <왕국의 눈물> 프리퀄
만약 이랬으면 어떨까 하는 가정으로 풀어나가는 이프(if) 스토리였던 전작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와 달리, <젤다무쌍 봉인 전기>는 본작인 <왕국의 눈물>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정식 스토리입니다. 본작 오프닝에서 하이랄의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젤다의 시점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프리퀄이기도 하고요.
젤다가 과거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봉인 전쟁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는지와 같은 굵직한 사건들은 이미 본작에서 알려졌지만 젤다가 소니아 왕비와 라울 국왕에게 발견되던 정황이라든지 가논돌프를 봉인하기까지 고군분투하던 하이랄 병력의 상황이라든지 하는 구체적인 사이사이의 일들은 처음 공개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던 이야기에서 다른 면을 보여준다든지 내막을 드러내며 새로운 정보를 주진 않습니다. 정사를 다루다 보니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도 들지 않고 전개 과정 역시 본작에서 공개된 것들로 설명이 가능한 범위에서 그치고요.
실제로는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하면서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조금은 기대했지만 이미 아는 이야기의 장황한 버전에 가까웠습니다. 이렇다 보니 거친 비유이긴 하지만 마치 영화의 감독판처럼, 본작에 애정이 있어야만 의미 있게 느껴지는 잘려 나간 장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왕눈 오프닝에서 신화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던, 젤다의 시점을 다룬다.
▶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새로운 사건은 없다.
#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명과 암
대신,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심지어 엔딩에선 조금 울컥했을 정도로요. 바로 봉인 전기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의 활약 때문입니다.
캐릭터 설명부터 하자면 이번 게임에서는 본작에 등장한 인물들을 비롯해 비석을 물려주는 역할로만 스쳐 지나갔던 네 명의 초대 현자들이 주역으로 나서며 오리지널 캐릭터도 진영을 불문하고 다수가 등장합니다.
문제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알아가고 싶을 만큼의 매력을 어필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현자들은 영걸들의 클론처럼 느껴지며 이들 진영의 추가 캐릭터들 역시 현자들의 클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왕국의 인물들도 연결점을 주는 서사가 약하다 보니 엑스트라 같고요. 현자들에 대응하는 가논돌프의 마인 네 명은 할당된 대사가 있다는 게 의아할 정도로 잡몹급 비주얼과 위압감으로 제일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처참한 라인업에서 게임을 구제하는 건 뿌리 내릴 자리를 찾고 있는 코로그 모험가 '칼라모'와 트레일러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수수께끼의 '기사 골렘'입니다.
특히 <왕국의 눈물>을 완성했던 젤다마저 멱살 잡혀 끌어간다고 해도 될 만큼, 칼라모는 뛰어난 캐릭터성과 훌륭한 서사에 전투 성능까지 그야말로 봉인 전기의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 차라리 메인 스토리의 비중을 배경 수준으로 줄이고 칼라모를 중심으로 하는 코로그 외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조나우의 비보를 받은 네 명의 현자들과 각 진영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이 약해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
▶ 가논돌프의 하수인인 네 명의 '마인'도 등장해 전용 대사까지 치지만 비주얼도 위압감도 매우 아쉽다.
▶ 캐릭터와 서사의 아쉬움을 전부 무마시키는 코로그 모험가 '칼라모'.
# 기본 공격과 강한 공격의 간결한 조합
본격적인 플레이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전투는 무난히 재밌습니다.
주인공인 젤다는 지니고 있던 조나우족의 비보로 빛의 힘을 증폭해서 사용합니다. 전투는 기본 공격과 강한 공격을 조합해서 사용하며 기본 공격을 몇 차례 썼는지에 따라 이어지는 강한 공격이 다르게 나가는 방식입니다. 사이드 미션을 완료하면 더 많은 기본 공격이 필요한 강한 공격이 추가되거나 기존의 강한 공격의 후속타를 넣을 수 있는 강화를 할 수 있어 진행도에 따라 더 화려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공격을 쓰려면 기본 공격을 몇 번 썼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어떤 강한 공격이냐에 따라 연타를 입력해야 한다거나 단타 후 길게 눌러야 하는 등 조작법이 조금씩 다르고, 속성 공격 등 누적 효과를 위해 여러 번 반복해서 써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입력 UI를 보지 않고선 몇 번째의 기본 공격을 쓴 건지 소리와 모션만으로 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설정을 통해 항상 띄워둘 수 있고 시인성도 굉장히 좋지만, 자리 한편을 차지해서 띄우고 있기엔 사이즈가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더라고요.
▶ 젤다는 빛의 힘이 깃든 노란 빛의 공격과, 시간을 되돌리는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 약한 공격(Y)을 몇 번 쓰고 강한 공격(X)을 쓰느냐에 따라 다른 공격을 쓸 수 있다.
# 캐릭터마다 다른 고유기와 무쌍다운 액션들
평타 외에 캐릭터마다 다르게 주어지는 '고유기'도 있는데, 언제든 사용할 수는 있지만 주로 돌진 공격, 점프 공격 등 붉은빛을 내는 적의 특수 공격을 파훼하는 약점 공격으로 쓰입니다. 적의 공격 타입은 알맞은 대응을 하기 전까지는 모션을 보고 맞춰야 하며 쿨타임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공격을 적시에 쓰는 소소한 재미를 주는 부분입니다.
이밖에 체력 바 밑의 게이지가 가득 차면 쓸 수 있는 '필살기', 저스트 회피 후 기본 공격을 연달아 가할 수 있는 '러시', 약점 게이지를 소진시켜 가하는 '스매시', 스매시 후 빈틈없이 달려들어 공격할 수 있는 '추격'까지 무쌍답게 쉴 새 없이 공격할 수 있는 쾌감은 확실합니다.
강력한 공격들뿐 아니라 필살기가 찼을 때 등 세심하게 적용돼 플레이의 쾌적함을 높이는 진동 설계도 손맛을 더하고요.
▶ 젤다는 돌진 공격에 '관통의 빛'으로 대응하고, 점프 공격은 '빛의 활'로 파훼할 수 있다.
▶ 전작과 마찬가지로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 '러시'를 발동할 수 있다.
# 적절하게 적용한 왕눈의 시스템
<왕국의 눈물>이 지닌 독창적인 시스템도 적당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각종 기능을 지닌 '조나우 기어'는 고유기처럼 단축키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룡의 머리로 화염 공격을 하고 선풍기로 투사체를 돌려보내는 등, 본작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기본 기어들을 필요한 상황에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소모하지만 전투마다 자동 회복되고, 소진하더라도 필드에서도 쉽게 구할 수도 있으며, 조나우 기어를 고유기로 쓰는 캐릭터들은 배터리 소비를 줄이는 고유기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종류가 많지 않고 조합해서 사용할 수도 없어 본작만큼 창의적인 활용은 불가능하지만요.
무기에 소재를 결합하는 '스크래빌드'도 직접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은 소재를 단축키에 장착해서 사용할 때마다 소재를 소모해 투척 아이템이나 무기로 쓸 수 있습니다. 속성은 물론 추가 효과가 붙어 있기도 하고, 어떤 건 길게 차징해서 사용하고 어떤 건 연발로 사용하는 등 사용법도 저마다 다릅니다. 고유기 쿨이 돌고 있거나 배터리를 아껴야 할 때 추가 공격을 넣기에 유용했습니다.
번외로 칼라모와 기계 골렘으로 비행하며 플레이할 수 있는 슈팅 파트도 가끔 등장하는데, 전용 조나우 기어와 별도의 액션을 선보이긴 하지만 단조롭고 투박해 좋은 인상으로 남진 않았습니다.
▶ 몇 가지 조나우 기어도 사용할 수 있다. 단축키에 등록해 스킬처럼 쓰는 방식으로, 본작에서처럼 조합 등은 불가능하다.

▶ 스크래빌드도 단축키에 등록해 소모형 아이템으로 쓸 수 있다. 대신 추가 효과와 조작 방식이 다양한 편.
# 동료와 함께하는 든든함, 싱크 스트라이크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19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콤보 구성, 고유기가 다릅니다. 스크래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와 비보를 활용한 추가 고유기를 쓰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는 등 기본 설정에서 오는 차이도 있고요. 같은 무기여도 강한 공격의 스타일은 조금씩 달라서 캐릭터마다 특징은 잘 나뉘어 있는 편입니다.
특히 두 명의 캐릭터가 협동 공격을 하는 '싱크 스트라이크'는 조합마다 다른 멋진 연출이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시전자 혹은 대상자인지에 따라 같은 조합도 다른 기술로 쓰여 다양하게 활용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싱크 스트라이크를 조합할 캐릭터들을 한데 묶어 이동시키면서 미미하게나마 전략을 펼치는 기분을 내 볼 수도 있고요.
다만 성능으로는 혼자 쓸 수 있는 필살기나 스매시에 비해 엄청난 대미지를 주지도 않고, 워낙 반복적인 전투들이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밋밋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후반의 지루함을 상쇄할 만큼 고양감을 극대화하는 더 큰 시너지와 더 화려한 연출의 총공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어 조금 섭섭하더라고요.
▶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19명. 첫 줄의 우측 한 칸이 신경 쓰이지만, 엔딩 이후에도 새 캐릭터 추가는 없었다.


▶ 두 캐릭터가 협동 공격을 펼치는 '싱크 스트라이크'는 이번 게임의 킥. 짝! 하는 박수 소리가 굉장히 찰지다.
# 마구 증식하는 무수한 챌린지들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에서도 사이드 미션이 마구 증식하는 걸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션들은 젤다가 과거로 넘어올 때 사진을 찍기 위해 들고 있던 프루아패드에 기록됩니다. 지상의 하이랄을 기본으로 본작에서 그려진 지저와 하늘섬에서도 임무가 주어지죠. 사이드 콘텐츠들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부가 전투인 '배틀 챌린지'와 맵에서 소재를 전달하면 자잘한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 '하이랄 챌린지'가 있고, 캐릭터마다 주어지는 연계 퀘스트인 '속마음 챌린지'도 있습니다.
특히 속마음 챌린지는 캐릭터별 특수 대화를 볼 수 있다는 안내 때문에 특히 신경이 쓰여서 열심히 했는데요. 캐릭터마다 지정된 액션을 완료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모든 캐릭터를 열심히 쓰게 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추가 소재를 얻는 용도로도 쓸모가 있긴 하지만, 정작 최종 보상은 컷신도 아니고 텍스트 몇 줄인 데다 내용도 시시콜콜해서 너무 허탈했습니다. 사실상 모든 챌린지를 완료해야 볼 수 있는 이벤트의 재료로서의 가치가 훨씬 높더라고요.
꼭 백 퍼센트로 게임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반복의 강도와 보상의 밸런스로 볼 때 챌린지들은 캐릭터 업그레이드나 무기 강화 시스템 등 명시된 보수를 보고 필요한 것들 위주로 챙기는 편이 나아 보였습니다.
▶ 메인 배틀 한 번을 끝내면 서브 챌린지가 우르르 추가된다. 엔딩을 보고 솟아나는 노란 마커들은 조금 두려웠을 정도. 그.. 그만!
▶ 속마음 챌린지는 캐릭터 별 연속 퀘스트인데 중간 보상은 소재와 무기 등 꽤 쏠쏠하지만, 최종 보상은 텍스트 몇 줄로 허탈함을 안겨줬다.
# 총평
<젤다무쌍 봉인 전기>는 호쾌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액션, 진동을 잘 살린 섬세한 손맛과 차세대 기기로 비로소 안정을 찾은 기술적 부드러움 등 후반부의 플레이를 견인할 성장 요소에 아쉬움은 있지만 무쌍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잘 구현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이야기 등 IP의 중요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기에 액션성만을 고려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극초반부터 <왕국의 눈물>의 스포일러로 볼 수 있는 언급이 나오기도 해서 반드시 본작을 마친 후에만 플레이 해야 하는 게임이지만, 본작의 결말과 과정의 주요 사건을 알고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서사적 재미가 오히려 반감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모든 순간이 애틋하게 느껴지기는 하며, 곁들여서 들려주는 새 캐릭터의 이야기가 본작과 다른 재미를 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본작의 이야기에 감정이 너울거렸던 플레이어가 기대한 만큼의 에피소드나 연출은, 주요 이야기인 봉인 전쟁의 서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실제와는 반대로 <야생의 숨결>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했던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는 정사로 부연 설명을 하고, <젤다무쌍 봉인 전기>는 <왕국의 눈물>의 이야기에 위안이 되어 줄 이프 스토리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캐릭터 별 다양한 액션과 공략의 묘미가 있는 약점 공격
- 본작의 시스템을 훌륭하게 이식한 전투 시스템
- 손맛과 편의성까지 갖춘 섬세한 진동
- 전작 대비 비로소 안정을 찾은 프레임 (독 모드 기준)
- 인상적이지 못한 대부분의 오리지널 캐릭터들
- 성취감보단 부담을 주는 사이드 미션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