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넘게 Xbox 진영을 대표하던 <헤일로>가 시리즈 최초로 PS5 플랫폼에서의 출시 소식을 전했다. 리메이크 신작 <헤일로: 캠패인 이볼브드>가 2026년 스팀, Xbox 외에도 PS5에서도 즐길 수 있는 첫 작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이례적인 사건을 넘어, 역사적인 순간이라 평가할 만하다. 플랫폼 단위에서만 보면 PS5 진영의 일방적 승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Xbox 대표 시리즈들의 침투력을 높이 평가할 만도 하지만, 팬들의 반응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다.
PS5 콘솔 보유 유저 입장에선 좋은 거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두 진영의 역사를 함께 보며 자라온 유저들 중엔 “이건 내가 알던 PS 진영의 스타일이 아니야”, “이건 <헤일로>와 Xbox 진영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순간”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변화에 대한 단순한 거부일까? 아니다.
‘팬심’의 유지에 있어 ‘정체성’의 규정과 유지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랫동안 이어진 이 콘솔 삼국시대의 끝에 웃게 될 사람도, 그 ‘정체성’을 쥐는 자가 될 것이라 본다.
▲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 더 다양하고 넓은 무대로 가는 건 좋기만 한 일일까
Xbox 사장 ‘사라 본드’는 외신과 Xbox 로그 앨라이에 대한 인터뷰를 최근 진행하면서 “독점 문화는 ‘구식’이다. 결국 ‘멀티 플랫폼 게임’이 대세가 될 것”이라 말했다. <콜 오브 듀티>,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의 예시를 들며 사람이 모이고 경험을 공유하는 데 있어, 플랫폼이나 기기에 국한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 한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Xbox 진영은 이러한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포르자 호라이즌>, <기어스 오브 워> 같은 퍼스트 파티 게임들을 PS 플랫폼에 공급했다. 그러나 반대로 PS 진영은 자신들의 독점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등을 Xbox 진영에 내주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헤일로>까지 PS5 출시 소식을 전한 것은 쐐기를 박은 것이나 다름 없다. Xbox 진영은 더 이상 ‘독점작’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헤일로 스튜디오 커뮤니티 디렉터 브라이언 자라드 또한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다. 더 많은 플레이어를 우리가 사랑하는 프랜차이즈로 환영하고, 24년 전 그랬던 것처럼 <헤일로>에 빠져들게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헤일로>는 앞으로 PS 플랫폼에서도 계속 출시될 것이며, 이것은 새로운 시대”라고 선언했다.
한편, 그는 이 발표를 하며 플레이스테이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헤일로> 팬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
Xbox 진영을 책임지던 독점 게임들이 멀티 플랫폼 출시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종의 굴복이 될지, 정복이 될지 그것은 더 긴 역사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선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 닌텐도는 그저 논외라서? 아니 ‘정체성’의 힘이다
이러한 콘솔 삼국시대에서 가장 독점작의 수가 많은 진영은 단연 닌텐도다. Xbox 사장 ‘사라 본드’의 말을 다시 인용하면 이는 “구식”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올드스쿨은 여전히 대단한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콘솔 스위치 2에서도 <마리오>, <동키콩>, <포켓몬>은 약간의 아쉬움들은 있을지라도 여전히 멋진 게임성으로 그 위상을 증명했다.
닌텐도는 현재 Xbox와 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독점작들에 대해 콘솔 진영끼리의 담벼락 허물기를 허용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팀으로 대표되는 PC 시장에도 틈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
<포켓몬>, <마리오>, <젤다>, <커비> 하려면 스위치나 스위치 2를 사야 하는 건 현재까지도 너무나 당연한 전제다.(한편으론 그래서 PS 진영보다 콘솔 가격에 더 민감한 면도 있다) 그리고 이 게임들은 단순히 IP에 기대는 방식이 아닌, 시리즈의 정체성과 역사의 계승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특정 사운드, 모션만 봐도 단번에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함을 가지고 있다.
Xbox 사장 ‘사라 본드’가 언급한 <콜옵>, <마크>, <포나>, <로블록스>의 흥행은 어떠한가. 플랫폼 접근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들이 지켜온 무언가 또한 항상 명확했다. 그런 의미에서 <헤일로>가 지켜온 것은 자체적인 게임성도 있지만, Xbox의 팬덤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포켓몬 레전즈 Z-A>
▲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헤일로>의 정신을 보존한다는 것에 대해 개발진은 Xbox 와이어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단순히 현대화를 위한 현대화가 아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원작)의 스토리와 공간을, 오늘날의 게임에 억지로 어울리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본래의 느낌이 현대의 플레이어들에게도 잘 어울리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여전히 <헤일로>답게 느껴지는가라는 질문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됐다."
아무리 게임 업계의 불문율이 '재밌으면 그만, 사랑받으면 그만'이라 해도, 끝내 <헤일로>마저 발자국을 넓히는 것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헤일로>다움"이라는 말 안엔 더 많은 함의가 있던 것 아니었나. 다른 시리즈는 몰라도 <헤일로>는 Xbox 진영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했을 자존심과 정체성 아니었을까. 설령 PS 진영으로 발을 넓힌다 해도, 팬들의 마음에 완충재를 깔아 줄 더 세련된 설득의 방법이 있진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