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가을이다. 성수에 인기 많은 팝업이 많은 건 길게 설명하면 입 아플 정도고, 그 유동 인구가 많은 한복판에 ‘인디게임’ 행사가 열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구글이 후원하는 인디게임 커뮤니티 IGG(인디 게임즈 그룹) 코리아가 올해 처음 개최한 ‘ALT+G’라는 행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기저기 다양한 테마의 공간들이 성수에 가득했던 가운데, 그 중에서도 핫플레이스였다 할 만하다.
주말에 현장까지 나와본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행사 시작 전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직접 시연을 즐겨볼 수 있는 게임들도, 굿즈 매대를 마련해 유저들을 만난 게임들도 모두 라인업이 손에 꼽히게 좋았지만, 더 큰 규모의 팝업도 많은 성수에서 인디게임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그 걱정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식을 알고 아침부터 찾아온 각 게임의 팬들 외에도, 성수에 다른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이 ALT+G 행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매 시간마다 다른 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준 DJ들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핫도그나 레드불 음료, 시연에 줄을 서서 흥미를 가지는 게이머들까지 가득했다. 인파를 보고 오는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게임들을 만나고 갔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다. 시연작을 모두 소개해드리기엔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니, 이곳에 오신(또는 못 오신) 분들이 직접 못해보셨다면 언젠가 후회할, 인디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가 추천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여드리려 한다.
▲ 오늘(25일) 성수에서 열린 인디게임 페스티벌 ALT+G의 현장.
▲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도 많이 방문했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 이번이 첫 행사였는데 이 정도 반응이었으니 내년에도 열릴 수 있길 바라본다.
▲ 총 10개의 시연 출품, 4개 게임의 플리마켓이 마련됐고
▲ 음악, 먹거리, 상품 등도 분위기를 더 뜨겁게 해줬다.
# 리자드 스무디 <셰이프 오브 드림즈>
시연작 중 일반 게이머들에게 가장 익숙할 만한 작품은 <셰이프 오브 드림즈>가 아닐까 싶다. 리자드 스무디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한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출시 전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오스)이 망한 슬픔에 사무쳐 만든 게임으로 유명하기도 한 작품이다.
리자드 스무디 심은섭 대표는 지난 9월 게임 출시 이후 글로벌 유저들의 반응이 국가마다 많이 달랐던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밸런스를 잡기 위해 더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나라도 있었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빌드의 강함을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나라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분위기가 강한 나라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 만큼 리자드 스무디는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업데이트에도 진심이다. 스팀 페이지에서는 2026년 여름까지의 로드맵을 만나보실 수 있다.
▲ 리자드 스무디 심은섭 대표
# 캣 소사이어티 <던전 인>
<던전 인>은 이 행사뿐만 아니라, 웬만한 인디게임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아닐까 싶다. 큰 돈을 벌기 위해 던전 코 앞에 있는 동굴에 여관을 연 주인공. 입구는 하나지만 다가오는 길드는 둘인데, 서로 앙숙인 바다 길드와 산 길드다. 이들에게 이중영업을 들키지 않으며 성공적으로 여관을 운영해야 하는 전략게임이다.
단순히 여관을 운영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두 길드가 싸우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느 쪽을 도와 승리하게 만들지, 의심과 신뢰 사이에서 줄 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는 것도 중심에 있다. 이중영업을 하는 만큼 편을 잘 들어서 의심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랑던전이라는 인디 개발자 그룹에 속해 있기도 한 캣 소사이어티 고민진 대표는, 현장 시연을 할 때마다 유저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어려워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얼리 액세스 출시 후 많은 개선과 업데이트를 거쳐온 게임인 만큼, 확실히 이렇게 신선한 시스템에도 현장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캣 소사이어티 고민진 대표
# 반지하게임즈 <엘리멘테일>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 <엘리멘테일>은 <서울 2033>, <페이크북>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반지하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작이다. <엘리멘테일>도 꽤나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물, 불, 번개 속성 카드로 덱을 잘 구성하는 것을 넘어, 어떤 ‘콤보’를 만드느냐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같은 동일 원소의 카드를 연속으로 방출하면 마법 공격이 더욱 강력해진다. 서로 다른 원소 3개가 모이면 강력한 공격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이 스톡 콤보를 위해 얼마나 더 카드를 뽑을 것인지, 어떻게 카드를 강화하고 덱을 구성할 것인지, 전투에 영향을 주는 유물의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모두 신경써야 한다. 하지만 게임의 메인 캐릭터 다람쥐처럼, 정말 “다람쥐도 즐길 만큼” 입문은 쉽고 직관적이다.
이번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만큼, 출시를 기다려보시는 것도 좋겠고, 현재 스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데모를 즐겨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 왼쪽부터 반지하게임즈 차필근 COO, 정윤지 공동대표
# 스튜디오 두달 <솔라테리아>
게임스컴 2025 현장에서도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던, 스튜디오 두달의 2D 액션 메트로배니아 게임 <솔라테리아> 또한 ALT+G에서 핫한 게임 중 하나였다. 개발사가 <라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감성과 내러티브 전달력이 강점인 것은 물론이고, 패링 중심의 액션이 도전적인 난도를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게임이다.
2026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제 성우 녹음도 진행되면서 마지막 보강을 하는 중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릿’(정령)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일까 고민하며, 단순한 호흡 연기가 아닌 이들의 음성 언어를 담아낸 작업이었다고 전해들어 정식 출시 버전이 더욱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솔라테리아> 또한 현재 스팀에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실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플레이해보셔도 좋겠다.
▲ 스튜디오 두달 이규원 공동대표
# 잠깐, 어떻게 알짜배기 게임들이 힙한 분위기로 모였을까
게임 시연 및 굿즈 판매로 나온 게임들이 가진 ‘인지도’만으로 이런 행사가 첫 회부터 흥행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ALT+G 행사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구글의 후원으로 입장료가 ‘무료’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마 성수를 종종 와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핫하다고 하는 팝업이 많이 있어도 줄이 너무 길어서 가까이 가볼 엄두가 안 나거나, 앞서 다른 공간에서 돈을 좀 쓴 상황이라면 지갑 사정이 신경쓰이는 경우도 생기고, 결정적으로 마음 편히 쉽게 들러 ‘쉬어갈 공간’이 잘 없다.(주말엔 그 많은 평범한 카페도 대부분 만석이다)
▲ 시연 환경도 괜찮은 편이었다.
인디게임 커뮤니티 IGG가 행사 구성을 잘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선정작 8개, 후원 전시 2개로 10개의 시연작이 모인 구성부터가 좋다. 이들을 뽑을 때부터 장르나 스타일, 로직이 가급적 겹치지 않게 부문을 나눠 뽑았고, 각 부문별로 출품을 원한 지원자들도 많아 20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현장에 온 게임도 있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인디게임들이 유저들, 퍼블리셔들을 만날 수 있는 주요 오프라인 행사들인 플레이엑스포, BIC, 지스타, 비버롹스(버닝비버)와는 또 결이 많이 달라 매우 소중한 공간이자 기회라 생각한다. 잘 아시겠지만, 앞서 언급한 주요 행사들엔 너무 많은 출품작들이 나와 어떤 게임을 봐야 할지 그것부터가 일인 경우가 흔하고, 특정 장르에 편중되거나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출품작들의 퀄리티가 다소 아쉬운 경우도 적잖게 있기 때문이다.
ALT+G는 선택과 집중을 잘한 것뿐만 아니라, 행사의 분위기도 잘 만들었다. 게임 행사인 줄 모르고 지나가던 행인들도 DJ 음악에 귀부터 쫑긋하게 되는데, 이 또한 IGG의 리드인 캐츠바이스튜디오 조민근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나온 센스다. 조민근 대표는 현업 DJ 출신의 개발자로, 개발했던 게임도 <캣 더 디제이>라는 DJ 기능을 활용한 리듬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핫한 성수에서 힙한 분위기의 게임행사가 무료로 열렸으니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에 향할 수밖에 없었다.
▲ 이런 행사를 만든 주역들이다. 왼쪽부터 프리더스트 정승호 대표, 스페이스 엔 김채영 디렉터, 이즐 정구휘 대표, 캐츠바이스튜디오 조민근 대표.
▲ 시간마다 다른 DJ들이 힙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 시연작 외에도 플리마켓의 굿즈들도 귀여운 게 많아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사진은 <고양이와 비밀의 숲> 굿즈.
▲ <차깨비 찻집> 굿즈.
▲ 시연 공간에도 귀여운 캐릭터를 실물로 볼 수 있게 구성한 곳들도 있었다. 사진은 <던전 인>.
# 마지막 추천 게임, 화이트카이트 <할로원더밴드>
ALT+G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할로원더밴드>였다. 할로윈 테마의 리듬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단순히 노트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넘어, <리듬천국> 스타일처럼 행동과 화면의 연출에 맞춰 리듬 플레이를 진행하는 재미를 갖춘 기대작이다.
리듬게임이니 음악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매력적인 아트와 애니메이션 연출, 귀엽고 개성 있는 캐릭터까지 여러 박자를 모두 갖춘 <할로원더밴드>는, 아직 개발 중인 게임임에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에 꾸준히 참가하며 차근차근 팬덤을 만들어온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본다.
<할로원더밴드> 또한 시연작으로 나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들은 굿즈 플리마켓의 일원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그럼에도 게임을 알고 찾아왔거나, 귀여운 캐릭터에 이끌려 굿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 곳이기도 했다. 내년인 2026년 할로윈 시즌 쯤에 게임의 정식 출시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여름의 BIC 2025 출품작 중에서도, 이번 ALT+G의 여러 게임 중에서도, 누군가 기자에게 단 하나의 게임을 추천하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할로원더밴드>를 말할 정도로 이 게임의 매력과 완성도는 상당하다. 현재 스팀 페이지에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으니, 곧 다가올 2025년 할로윈을 이 귀여운 게임과 함께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 화이트카이트 서의명 디렉터, 경혜린 아티스트 겸 애니메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