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드코어 액션 게임의 정점이자, 수많은 게이머에게 좌절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었던 전설적인 이름, <닌자 가이덴>.
시리즈의 명맥이 끊긴 듯했던 기나긴 침묵 끝에, <닌자 가이덴 4>는 단순한 귀환이 아닌, 액션 게임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만남을 품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시리즈의 원조 개발사 '팀 닌자(Team Ninja)'와 스타일리시 액션의 명가 '플래티넘 게임즈(PlatinumGames)'의 협업.
그것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개발사의 철학이 하나의 칼날 위에서 만나는 프로젝트로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액션이라는 공통 분모 외엔 극과 극을 달리는 스타일의 차이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궁금했다.
약 18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엔딩 크레딧을 마주한 지금, 단언컨대 <닌자 가이덴 4>에 대한 내 평가는 명확하다. 그러나 앞에 펼쳐질 일반 게이머들의 평가도 눈에 보인다. 아마 극호와 극불호로 나뉠 것이다. 과거 <닌자 가이덴>을 즐기며 그 특유의 게임성에 팬이 된 사람과, 이제 막 <닌자 가이덴>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액션 게임으로 접해본 사람으로 말이다.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요청으로 주요 스토리 및 이벤트 등의 스포일러와 관련된 내용은 최대한 피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스포일러 가능성이 있음을 주의 바랍니다.
# 새로운 계승자, 익숙한 혈통
<닌자 가이덴 4>는 과감하게도 시리즈의 상징인 '류 하야부사'를 한 걸음 뒤로 물리고, '야쿠모'라는 새로운 피를 전면에 내세운다. 류의 하야부사 일족과 숙명의 라이벌인 까마귀 일족의 젊은 닌자. 그의 등장은 오랜 팬들에게는 낯섦을, 신규 유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중적인 신호탄이다.
아마 플래티넘 게임즈에서는 자신들이 류 하야부사라는 캐릭터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즉 새로운 주인공인 야쿠모는 한마디로 플래티넘 게임즈 스타일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물론 개발진은 영리하게도 류 하야부사를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배치하여 시리즈의 구심점을 잃지 않았다. 야쿠모는 과거의 유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팬들을 포용하기 위한 문이며, 류는 그 문을 통과한 이들에게 <닌자 가이덴>의 깊이를 보여줄 뿌리인 셈이다.
야쿠모의 가장 큰 특징은 '마귀'(한국어 번역)와 '까마귀'라는 두 개의 전투 스타일을 실시간으로 오가는 변칙적인 전투 방식에 있다. '마귀' 스타일이 혈족 마법으로 무기를 변형시켜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광역 기술에 집중한다면, '까마귀' 스타일은 플래티넘 게임즈 특유의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으로 단일 대상에게 폭풍 같은 콤보를 쏟아붓는 역할을 수행한다.
눈앞의 적이 소수 정예인지, 아니면 벌 떼처럼 몰려드는 잡병인지에 따라 두 스타일을 물 흐르듯 전환하며 전장의 판도를 지배하는 것. 이것이 야쿠모가 제시하는 새로운 전투의 언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추가되는 새로운 무기 역시 플래티넘 게임즈 스타일이다.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그래플링 훅과 레일 그라인딩은 전투의 무대를 지상에서 공중과 벽면으로 확장시킨다. 단순히 맵을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 적의 공격을 피해 허공으로 솟구친 뒤 다른 적에게 맹렬한 공중 콤보를 이어가거나, 위기 상황에서 순식간에 전장을 이탈하는 등 전술의 폭을 혁신적으로 넓혔다.
이러한 수직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움직임은 명백히 플래티넘 게임즈의 특징이다. 하지만 벽을 타고 달리고, 적을 밟고 더 높이 뛰어오르는 감각 속에는 팀 닌자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었음에도 '이즈나 드롭'의 육중한 낙하감과 '비연'의 날카로운 돌진감이 여전히 손끝을 짜릿하게 만드는 이유다.
<닌자 가이덴 4>는 이처럼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교차시키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또 발전시킨다. 하지만 이질적이라는 양면의 칼과 같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 두 철학의 충돌, '패링'이라는 협상안
게임을 시작하고 컨트롤러를 잡는 순간, 손끝에 와닿는 묵직한 점프의 감각과 벽을 달리는 특유의 관성은 지난 20년간 팬들의 근육에 각인된 <닌자 가이덴>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공격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야쿠모의 움직임은 기존 시리즈의 육중함을 벗어던지고,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가볍고 유려하게 전개되었다. 콤보와 콤보 사이의 연결은 막힘이 없었고, 적의 공격을 스치듯 피하며 이어지는 반격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이것은 명백히 플래티넘 게임즈의 영역이었다. <베요네타>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과 <니어: 오토마타>의 고속 전투에서 느꼈던 특유의 속도감과 스타일리시함이 <닌자 가이덴>의 뼈대 위에 재구축된 것이다.

이는 액션 게임 역사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다. 과거 팀 닌자를 이끌었던 이타가키 토모노부는 "밀고 당기는 맛이 있는" 묵직한 액션을 선언하며,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의 대명사였던 <데빌 메이 크라이>를 향해 "너무 가볍다"고 평한 바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액션 게임의 대명사가 20년의 세월을 돌아 하나의 게임위에 펼쳐졌다. <닌자 가이덴 4>는 이 두 철학의 충돌이자 완벽한 융합의 결과물이다.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해' 덤벼드는 시리즈 특유의 살벌함과 높은 난이도는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그 위협에 맞서는 플레이어의 액션은 플래티넘 게임즈 특유의 화려하고 자유로운 표현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기적적인 융합의 중심에는 '패링' 시스템이 있다. 보스의 맹렬한 공격은 일반적인 방어로는 막아낼 수 없으며, 회피만으로는 공격 기회를 잡기 어렵다. 해법 중 하나는 적의 공격이 닿기 직전, 정확한 타이밍에 방어 버튼을 눌러 공격을 쳐내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패링을 해내면, '챙!' 하는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적이 순간적으로 무력화되며 결정적인 공격 찬스가 열린다. 이 패링이야말로 팀 닌자가 요구하는 방어의 정밀함과 플래티넘 게임즈가 추구하는 공세의 스타일리시함이 만나는 완벽한 접점이다.

패링은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수비 기술인 동시에, 가장 화려한 콤보를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는 공격 기술이기도 하다. <세키로>의 튕겨내기처럼, 마스터하는 순간 게임의 차원을 바꾸는 이 고수준의 테크닉을 통해 플레이어는 방어와 공격, 생존과 파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투의 흐름을 지배하게 된다.

# 선혈의 미학, 절망 끝에 피어나는 카타르시스
18시간의 여정 내내 화면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용검이 적의 몸을 스칠 때마다 사지가 절단되고, 목이 날아가며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전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잘려나간 신체 부위로 가득했다.
이는 <닌자 가이덴 2>가 보여주었던 극강의 고어 표현을 현세대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시킨 모습이었다. 단순한 잔인함을 넘어, 타격 하나하나에 묵직한 파괴의 감각을 실어주는 이 연출은 <닌자 가이덴> 시리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중요한 것은 이 고어 표현이 단순한 시각적 자극에 그치지 않고, 게임플레이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핵심 피드백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팔이 잘린 적은 원거리 공격을 멈추고 필사적인 자폭 공격을 시도하며, 다리가 잘린 적은 바닥을 기어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으려 든다.
사지 절단은 적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방심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새로운 위협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는 폭력적인 표현이 어떻게 전술적 깊이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며, 검열에 실망했던 핵심 팬층을 확실히 만족시키겠다는 개발진의 타협 없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하드코어함은 게임 후반부에서 마주하는 거대 보스들과의 전투에서 절정에 달한다. 쉴 틈 없이 넓은 범위를 공격하며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1페이즈, 간신히 체력을 모두 깎아내자 더욱 흉포한 모습으로 변이하여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쏟아내는 2페이즈, 그리고 단 한 방에 플레이어를 즉사시키는 필살기까지. 모든 패턴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단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전투는 시리즈 전통의 '벽'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 시리즈가 언제나 그래왔듯 결국 파훼법은 있다. 전투 중 축적되는 특수 게이지를 사용해 흐름을 바꾸고, 마침내 모든 공격을 패링으로 받아치며 보스를 무력화시키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이것이야말로 시련을 통해 증명하는 닌자의 이름이며, <닌자 가이덴>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다.

# 새로운 시대를 여는 용의 검, 하지만…
<닌자 가이덴 4>는 '익숙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플레이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살인적인 난이도와 피와 살점이 튀는 잔혹한 미학은 시리즈의 영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영혼을 감싸고 있는 육체, 즉 게임을 움직이는 액션의 감각은 완전히 플래티넘 게임즈의 언어로 쓰여 있다. 새로운 주인공 야쿠모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그의 새로운 액션 스타일은 두 거장의 DNA가 완벽히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변주곡이 어떤 모습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변화가 성공적인지 아니면 기존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킬지는 아직 확답하기 힘들다. 20년 전부터 이 시리즈의 팬인 입장에서의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닌자 가이덴>의 이름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하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아이덴티티인 난이도부터 타협한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플래티넘 게임즈의 DNA가 깊이 이식되면서, 원작의 정체성이 일부 희석되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특히 야쿠모를 조작할 때, 스타일 전환과 특수 기술, 그래플링 훅까지 거의 모든 버튼을 쉴 새 없이 사용해야 하는 복잡한 조작 체계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닌자 가이덴> 특유의 '어렵지만 단순명료한' 조작의 미덕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정교한 액션을 펼치기보다는, 플래티넘 게임즈의 게임처럼 현란한 콤보를 입력하는 데 급급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인 '극한의 난이도'에 대한 방향성이 다소 타협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1번의 엔딩 이후 같은 맵을 하야부사로 플레이할 때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역시 시리즈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다. 이야기는 여전히 액션을 위한 무대 장치로서 기능하며, 개연성이나 깊이를 따지기보다는 다음 전투로 플레이어를 이끄는 역할에 충실하다. 선형적인 구조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닌자 가이덴> 시리즈가 본래부터 액션의 쾌감에 모든 것을 집중해 온 특징이기도 하다. 심오한 서사를 기대한 유저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시리즈의 팬이라면 액션을 위해 모든 것을 곁들인 이 방식을 다른 의미로 납득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악명 높은 특징 중 하나인 불편한 카메라 구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벽에 시야가 가리거나, 갑자기 나타난 적을 비추지 못하는 등 전투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분명 현대적인 게임의 기준에서 명백한 단점이며,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불편함마저도 극복해야 할 시련의 일부로 받아들여 온 기존 팬들에게는 "역시 <닌자 가이덴>답다"고 웃어넘길 수 있는 익숙한 요소라는 점에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 액션 게임으로는 확실한 재미, '닌자 가이덴'으로서는 미묘함
역설적으로 <닌자 가이덴 4>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잠재력을 품고 있다. 액션의 명가인 코에이 테크모의 '팀 닌자'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액션이라는 장르의 재미는 분명하다.
여기에 발매 첫날 Xbox Game Pass를 통해 수천만 명의 구독자에게 제공되는 파격적인 유통 방식이 더해지면서 어쩌면 기존 시리즈를 체험한 게이머보다 많은 수가 <닌자 가이덴 4>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
하드코어한 게임성으로 핵심 팬덤을 결집시키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대중적 확산을 동시에 노리는 영리한 이중 전략은 14년 만에 부활한 <닌자 가이덴>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분명한 건 이 게임의 초반은 처음 접하는 게이머에게, 후반과 엔딩 이후에는 기존 팬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애초에 <닌자 가이덴 4>는 기존 시리즈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온 타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닌자 가이덴 4>를 플래티넘 게임즈가 외주 개발한다고 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플래티넘 게임즈가 <닌자 가이덴>의 본질을 대체하려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수많은 연출에서 알게 되겠지만 새로운 주인공 아쿠모는 류 하아부사를 대체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인 류 하야부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모습은 게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세대교체도 아니다. 역으로 원작의 캐릭터와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닌자 가이덴>을 에스프레소라고 할 때 <닌자 가이덴 4>는 라떼와 커피우유 중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커피에 우유를 넣으면 라떼가 되고, 우유에 커피를 넣으면 커피우유가 된다. 즉 그 비율이 중요하다. 그럼 커피 50%에 우유 50%를 넣으면 이건 라떼일까 아니면 커피우유일까?
<닌자 가이덴 4>는 그 비율과 농도에서 어쩌면 너무나 절묘하게 원작 IP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스타일의 비중을 잘 섞었다. 그래서 뭐라 불러야 할지는 미묘하지만 맛은 있는 그런 레시피가 나왔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닌자 가이덴 4>는 과거와 현재를 엮은 양쪽 모두의 입장을 반영하는 그런 게임이다.

- 스타일리시하면서 묵직한 닌자 액션
- 타협하지 않은 액션 표현
-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과거 역시 존중하는 콘텐츠
- 납득하기 힘든 스토리
- 전체적으로 어두운 맵 디자인
- DLC로 남겨 놨을 듯한 콘텐츠의 부족함
- 밋밋한 레벨 디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