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의 최신 영상 생성 AI ‘소라 2(Sora 2)’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를 무단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디즈니, 마블 등 미국 IP는 생성되지 않도록 보호 조치가 된 반면, 일본 IP는 아무 제약 없이 생성되는 ‘이중잣대’가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과 함께 일본 정치권에서도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출시된 소라 2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소라 모바일 앱은 출시 첫 주 만에 iOS에서 62만 7천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는 OpenAI의 대표 AI 챗GPT의 첫 주 iOS 다운로드 수인 60만 6천 건을 넘어선 수치다.
텍스트만으로 실사에 가까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기술력에 대한 감탄도 잠시,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뒤덮은 ‘소라발(發)’ 콘텐츠 사이에서 한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바로 유명 IP의 저작권 침해 관련 문제였다.
▶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의 한 장면.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이 아닌, 소라로 생성된 영상이다. '소라 2'는 영상을 생성해주는 AI 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생성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그래서 관련 문제 제기도 애니메이션과 게임 IP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 디즈니는 '보호', 닌텐도 등 일본 IP는 '방치'?
소라 2의 공개 직후, X(前 트위터) 등 SNS에는 <드래곤볼>, <나루토>, <귀멸의 칼날> 등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영상들은 단순히 캐릭터의 외형만 흉내 낸 수준을 넘어, 원작의 화풍과 움직임은 물론 실제 성우의 목소리까지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일부 입 모양과 음성이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소라를 통해 제작되었음을 알리는 워터마크가 없었다면 공식 영상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했다.
뿐만 아니라 닌텐도의 <포켓몬스터>와 <슈퍼 마리오>, <소닉 더 헤지혹> 등 일본의 유명 게임 프랜차이즈 역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됐다. ‘마리오’와 그의 친구들은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피카츄’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군인 역할을 맡았다. 해당 영상들은 모두 당연히 사전에 동의받지 않은, 해당 IP의 저작권을 도용해 제작된 영상이었다.
▶ 소라로 제작된 영상 갈무리. 이와 비슷한 영상이 정말 많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OpenAI의 차별적인 정책이었다. 일본의 IT 매체 IT미디어의 검증에 따르면, ‘백설공주’,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관련 캐릭터나 ‘마블’의 히어로 이름을 프롬프트에 입력하면 “플랫폼의 안전 기준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영상 생성이 거부된다. 하지만 <드래곤볼>이나 <귀멸의 칼날> 등 일본 IP 관련 프롬프트는 아무런 제재 없이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콘텐츠가 얕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의 IP만 선택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의 시오자키 아키히사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직접 사용해보니 심각한 법적·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며 “일본의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기 위해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권리자가 신청하세요"...'옵트아웃(Opt-out)' 미신청은 암묵적 동의?
이러한 차별의 배경에는 소라 2의 '옵트아웃(Opt-out)' 정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OpenAI는 소라 2 출시 전 일부 대형 스튜디오 및 제작사에게 자신들의 저작물을 AI 학습 데이터에서 '제외할 기회'를 제공했다. OpenAI가 연예기획사나 대형 스튜디오에게 옵트아웃 절차를 알린 것은 소라 2 공개 불과 '열흘' 전이었다.
쉽게 말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것을 권리자가 별도로 거부하지 않는 한 OpenAI는 해당 저작물을 학습 및 생성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OpenAI는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신고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일본 외에도 여러 국가의 IP가 몸살을 앓는 중이다.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또한 '소라 2'로 생성된 콘텐츠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는 OpenAI의 일방적인 선언일 뿐, 저작권자가 권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 효력이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권리자가 옵트아웃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저작물 사용을 허락했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소송의 위험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의 저작권 보호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닌텐도의 IP까지 무단으로 도용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향후 OpenAI가 대규모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마찬가지로 소라를 활용해 제작된 영상의 한 장면. 워터마크가 없었다면 이 영상이 공식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