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비를 입은 작은 소녀 '식스'를 주인공으로, 또 동료로 삼아 진행됐던 두 편의 <리틀 나이트메어>가 세 번째 악몽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전 시리즈들의 개발사인 '타시어 스튜디오' 대신 <언틸 던>과 <다크 픽처스> 시리즈로 영화적 경험에 집중된 게임을 만들어 온 '슈퍼매시브 게임즈'가 개발을 담당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면들이 있었는데요. 그러면서도 계승된 점들도 적지 않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암울한 잔혹 동화를 담은 네 개의 챕터
<인사이드>와 <림보>를 연상케 하는 초현실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에 '팀 버튼' 감독 스타일의 잔혹 동화스러운 공포를 엮어낸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근간은 여전합니다.
대신 색은 더 적게 쓰고 훨씬 낮은 채도로 일관해 암울함을 강조했고 추격전과 장면 전환에서 카메라 움직임을 이용한 연출이 많아졌습니다. 적막함 속의 굉음으로 공포를 표현한 사운드 디자인은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로는 충분했지만 미스터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던 전작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입장에서는 허전하고 아쉽더라고요.
배경은 아이들의 악몽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1편의 잠수함 '목구멍'과 2편의 '창백한 도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나선으로 이어진 세계로 완전히 다른 곳을 보여줍니다. 추후 발매될 '나선의 비밀' 챕터를 제외한 네 개의 챕터는 서로 다른 테마와 적들이 등장하며 커다란 거울로 넘나들 수 있는데요. 새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챕터를 완료할 때마다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으로 어렴풋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전작들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지만 첫 번째 챕터인 '망자의 도시'에서는 1편의 배경인 잠수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세 번째 챕터인 '사육제'에서는 이전 시리즈들에서 귀여움을 담당했던 노움들을 다시 껴안아 줄 수 있어 반가움을 줍니다. 과도하게 뚱뚱한 사람들이나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표현 등 몇 가지 눈에 띄는 익숙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 네 개의 챕터마다 다르게 표현된, 암울한 세계와 기괴한 괴물들.
▶ 시리즈의 귀염둥이 노움도 다시 만날 수 있다.
# 아쉬운 시인성과 반쪽짜리 해결책
중반 이후 손전등이 주요 기능으로 등장할 만큼 이번 게임은 더 어두워졌습니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컷신 등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살펴보며 파악해 나가야 하죠. 여기에서는 뭘 해야 할까 하며 살펴보는 방식은 마음에 들었지만 공간을 인지하고 대상을 식별하기 위한 시인성이 낮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입체적인 공간에서 메인 진행 외에도 숨겨진 구역을 탐색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가 배경이고 어떤 게 길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소위 '죽으면서 배우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많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가야 했죠. 또 업적에 관련된 수집품과 이벤트를 위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오브젝트들은 똑같이 생겼거나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무의미한 것들도 많아 탐색의 재미가 크진 않았습니다.
다행히 대안은 이미 게임 안에 있습니다. 접근성 옵션에서 적과 캐릭터,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체와 소지할 수 있는 아이템의 테두리를 강조할 수 있어 웬만큼 중요한 것들은 눈에 잘 보이게 할 수 있거든요. 이 옵션을 활용하면 수집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앞서 언급한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퍼즐의 8할은 상호작용 지점을 찾기만 하면 해결될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에 게임이 너무 시시해져 버리고 아트가 완성한 분위기를 크게 해친다는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짝이며 주목도를 높여준다거나 특정 키를 눌렀을 때만 일시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힌트 시스템이었다면 문제를 조금은 완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 익숙해지기까진 어디가 길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 주요 대상을 강조해서 볼 수 있지만, 미관을 크게 해치며 게임이 시시해져 버린다.
# 협력과 협공의 재미가 있는 2인 플레이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두 명의 주인공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협동 게임이 됐다는 겁니다. 까마귀 가면을 쓴 '로우'는 활과 화살로 밧줄을 끊고 공중의 적을 공격할 수 있고, 양갈래 머리를 한 '얼론'은 렌치로 벽을 부수고 기계를 조작하며 기절한 적에게 다가가 때릴 수 있습니다.
분담된 역할을 각자 또는 함께 완수하며 협력해서 길을 열어나가는 과정이 대부분이지만 몇 번의 인상적인 전투도 하게 되는데요. 협공 방식이 자연스럽고 함께 해낸다는 고양감이 확실해 좋았습니다. 공포감을 유지해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더 많은 전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정도로요.
공포감에 있어서도 둘이 계속 함께하니 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혼자서 플레이를 한 저로선 온전히 느낄 수 없기야 했지만 상대방의 도움을 얻어야 해결할 수 있고 내가 실수하면 상대도 위험해지는 상호 의존성이 생겼다는 점이 의외로 공포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 캐릭터는 렌치를 든 '얼론'과 활을 든 '로우' 중 선택할 수 있다.
▶ "AI야, 내가 렌치를 돌릴게. 너는 건너가서 고정해 줘!"
▶ 밸런스 좋은 업무 분담으로 협공의 맛이 좋은 전투.
# 혼자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해 주는 AI
협동 게임이지만 혼자서만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 역시 싱글 플레이만으로 엔딩을 봤고요. 혼자서 플레이한다면 <언래블>이나 <트라인> 시리즈처럼 캐릭터를 전환하며 모든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는 선택한 캐릭터만 조작하고 다른 캐릭터는 AI가 맡습니다.
캐릭터 간의 의사소통은 핑을 찍거나 채팅을 할 수 없고 '부르기'만 가능합니다. 친구와 플레이한다면 디스코드 등의 외부 채팅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 한 눈치껏 진행해야 하죠. 혼자서 플레이 할 땐 부르기 기능이 AI 행동의 트리거로 작동합니다. 구체적인 타이밍이나 요청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위치나 시점에 도달해 사인을 보내야 하는 거죠. 대체로 원활하게 진행되긴 하지만 가끔 우스운 상황이 생기기는 합니다. 동시에 점프를 해서 바닥을 눌러야 할 때 합을 맞추기 어렵다거나 추격전마다 AI가 쏜살같이 달려가 버려 고민 없이 꽁무니만 따라가면 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이유로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가급적이면 진짜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깊은 상호 의존성을 체감하며 더 많은 리트라이를 하게 된다고 해도요. 참고로 로컬 협동이나 온라인 자동 매칭은 없고 등록된 친구와 온라인으로 플레이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한 명만 보유하고 있어도 구매하지 않은 친구를 초대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친구패스 시스템을 쓰고 있고요.
▶ AI는 눈치껏 잘 움직이지만, 플레이어가 눈치를 잘 줘야 한다.
▶ 제발 하나, 둘, 셋! 하면 뛰라고 말해 주고 싶었던 동시 점프 미션.
# 다소 난해하고 번거로운 조작 방식
플레이하며 퍼즐이나 길 찾기, 전투 등 어려움을 느낄 만한 요소는 없기 때문에 게임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와 플레이하는 것도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다만 조작법이 난해해 게임을 많이 해 본 경우여도 초반에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특정 행동을 하기 위해 키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사다리를 오르거나 상자 등을 잡고 올라가려면 잡기 버튼과 방향키를 함께 누르고 있어야 하고 어딘가에 매달렸다가 점프를 하려면 이 상태에서 점프 버튼까지 눌러야 합니다. 물건을 들고 나르기 위해서도 잡기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고요. 옵션에서 길게 누르는 방식 대신 토글로 변경할 수는 있지만 단계가 복잡해져 훨씬 불편하고 다급하게 눌러야 할 땐 실수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 어떤 방식을 택하든 도구로도 쓰이는 무기 사용은 항상 사전 동작과 마무리 동작이 필요해 무척 번거로웠습니다. 보통은 무기를 쓰는 버튼을 누르면 무기를 꺼냈다가 다른 행동을 하면 무기를 집어넣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무기를 한 번 쓰려면 무기를 꺼내고 사용하기를 눌러야 했습니다. 무기를 꺼낸 상태에서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무기를 다시 집어넣어야만 했고요. 물론 익숙해지면 할 만하지만 불필요하게 복잡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 리뷰 빌드여서 정식 발매에서는 패치가 될 수 있지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조작 방식의 튜토리얼이 매우 늦게 출력돼 처음에 조금 어리둥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메뉴에서 조작법을 미리 확인하고 시작하면 헤맬 일도 없고 더 빠른 적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물건을 옮기려면 정말 손으로 잡듯이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했다.
▶ 사전 리뷰 빌드에서는 튜토리얼이 늦게 출력되는 경향이 있었다. 혹시 모르니 조작법을 미리 확인하고 시작하자.
# 총평
<리틀 나이트메어 3>는 개발사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리즈의 매력을 크게 잃지는 않은 후속작입니다. 협동 게임으로 선회하며 게임성에 변화를 줬고 색감과 연출 스타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암울하고 기괴한 분위기와 혐오스러운 적들이 자아내는 공포감은 시리즈의 인기 이후 등장한 유사한 게임들에게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이듯 가장 <리틀 나이트메어>스러운 느낌을 살려냈습니다.
이야기도 주인공의 비밀 한 가지는 완전히 밝혀지며 마무리되기 때문에 깔끔한 편이지만 세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 시리즈를 닮기도 했고요. 어쩌면 세계관 설명은 추가 콘텐츠로 공개될 남은 챕터의 이름이 '나선의 비밀'인 만큼 이후에는 밝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틀 나이트메어 3>는 이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다시 느낄 수는 없고 함께 플레이할 친구가 없다면 약간의 반감된 재미를 느껴야 하지만, 새로이 확장된 <리틀 나이트메어>의 세계관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플레이할 가치가 있습니다. 둘이서 할 캐주얼한 게임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도 괜찮은 선택이고요.
- 혼자서도 엔딩까지 쾌적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AI
- 챕터마다 다르게 등장해 다양해진 공간과 적들
- 낮은 시인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켜기엔 게임성을 해치는 접근성 옵션
- 음악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허전한 음향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