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근심걱정 모두 잊고 어딘가로 멀리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품고 사는 마음이다. ‘자유’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상하는 직관적인 이미지는 ‘공기를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거나 하늘을 나는 모습’, ‘동화처럼 아름다운 환상적인 세계’다. 근래 나온 게임 중 이러한 상상에 가장 충실히 부합하는 타이틀이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가 아닐까 싶다.
참 재밌는 점은, 레이싱 장르 마니아가 아니어도 마치 종합선물세트로 가득한 놀이공원을 질주하는 느낌으로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 레이싱 장르 팬들에게는 다른 게임에서 꼭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시스템을 모두 한 곳에 모아둔 속 시원한 타이틀이 되어줬다는 것이다. 초심자와 고수를 모두 사로잡는, 얼핏 양립하기 어려워보이는 이 과제를 어떻게 성공한 걸까?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말 그대로 정말 “끝내주는” 게임이니 꼭 한 번은 경험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아마 다른 많은 말보다, 게임을 끄고 밥을 먹다가도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음악이 워낙 좋아서 어딜 가도 계속 흥얼거리게 됐다는 일화만 들려드려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 기가 막힌 레이싱 트랙과 음악
2025년은 레이싱 게임이 풍년인 해다. 앞서 6월 5일에는 닌텐도 스위치 2 기기 발매와 동시에 론칭 타이틀로 <마리오 카트 월드>가 나왔고, 11월 20일에는 또 스위치 2 독점작인 <커비의 에어 라이더>가 기다리고 있다.(참고로, <커비의 에어 라이더>는 소라, 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개발 타이틀이긴 하다) 두 타이틀 모두 ‘스위치 2’로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9월 말에 출시된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는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다. 접근성 자체가 다른 셈이다. 그 많은 플랫폼 중 하나인 ‘스팀’에서의 반응만 봐도 이 게임의 민심을 알 수 있다. 4,509개 스팀 리뷰 중 무려 96%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무료 체험판도 있으니 꼭 찍먹이라도 해보시라.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잠시 우리가 현실에서 드라이브를 떠날 때를 상상해보자. 가장 중요한 건 ‘어디를, 누구와, 어떤 분위기로’ 갈 것인가 아닐까. 그 지점에서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는 매우 영리한 해법을 제시했다. 기존 <소닉> 시리즈에 등장하던 여러 캐릭터 외에도 <페르소나>, <용과 같이>, <마인크래프트>, 하츠네 미쿠, <스폰지밥>, <팩맨>, <록맨>까지 정말 온갖 콜라보가 다 등장한다.
▲ <소닉>의 핵심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 시리즈를 고루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너무 반가울 라인업도
▲ 정말 한가득이다.
▲ 종합선물세트다.
▲ 심지어 콜라보 캐릭터들도 알차다 못해 입이 떡 벌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건 ‘레이싱 트랙’을 비트는 방식이다. 애초에 기본적인 트랙의 수도 적지 않은 편인데, 핵심 콘텐츠인 그랑프리 모드에선 지루할 틈도, 긴장을 늦출 틈도 없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나의 테마를 고르면 각기 다른 3개의 트랙을 완주하고, 마지막에는 그 3개의 트랙을 교차로 넘나드는 리믹스 트랙을 달리는 구조로, 총 4 차례의 승부를 연달아 치르는 방식이다.
이 개별 트랙들은 매우 개성 있고, 숨겨진 숏컷, 레이스에 변주를 주는 여러 함정과 상호작용 가능한 기믹 등이 곳곳에 가득해 좋았다. 점프, 대시 발판 등이 적재적소에 많은 건 기본이고, 지면에서의 질주 외에도 수면 위에서의 경주, 공중 비행도 잘 섞여 있을 뿐더러, <소닉> 특유의 핀볼처럼 튕겨나가는 기믹이나 롤러코스터처럼 위 아래로도 뒤집히는 구조 등 공간 활용을 굉장히 다채롭게 하고 있다. 마치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를 놀러다니는 느낌이다.



▲ 트랙도 다양하고 속도감도 너무 좋다.(속도는 선택할 수도 있다)
분위기를 담당해주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닉>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을 살리는 각종 효과음들과 함께 ‘멜로디 선율’이 매우 강조된 음악이 귀에 직관적으로 들어온다. 각 트랙마다 다른 분위기의 음악들이 마련됐는데, ‘트래블 링’(포탈)을 넘나들며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면, 그 분위기를 음악으로도 바로 느낄 수 있다. 레이싱 전반부와 후반부의 타이트해지는 경쟁의 느낌도 마찬가지로 고조되는 음악으로도 전달된다.
특히 재밌었던 기믹은 단일 트랙 안에서도 1등으로 달리는 레이서가 ‘트래블 링’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 중간에 변주되는 트랙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물음표가 있는 ‘링’을 고르면 원래의 테마보다 더 다이나믹한 변수가 많은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하는 느낌이라서 레이싱에 큰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였다.

▲ 트래블 링을 지나갈 때마다 설레게 된다.

#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잡은 디테일들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의 최대 장점은, 원하는 대로 입맛에 맞춰 거의 모든 것을 커스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가젯’ 시스템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게임 진행을 통해 최대 6칸까지 해금할 수 있는 플레이트에, 코스트가 다른 ‘가젯’을 취향에 맞춰 배치해 레이스의 판도를 바꾸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드리프트를 토네이도처럼 회전하는 방식으로 바꿔 다른 레이서들을 밀어내는 가젯도 있고, 차량끼리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짧은 대시를 하게 해주는 가젯도 있다.
당연히 초록 글러브, 폭탄 등 달리는 중 얻는 공격 아이템들을 더 크고 강력하게 강화해주는 가젯도 있다. 게임에서 ‘파워’ 스탯으로 대표되는 충돌 중심의 호전적인 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 가젯 종류도 다양한데 이 커스텀이 가져오는 플레이 스타일의 변주폭이 꽤 큰 편이다.
반대로 스피드, 액셀, 핸들링, 대시 스탯 중심으로 커스텀해서 빠르게 치고 나가거나, 충돌을 최대한 피하며 컨트롤로 승부를 하는 플레이도 매력적이다. 스타트 라인부터 부스터 등 특정 아이템을 손에 쥐고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달리는 동안 방어 아이템을 적절히 손에 넣어, 안정적인 레이스를 설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70종이 넘는 가젯 외에도 차량도 부품마다 커스텀이 가능하다. 외형만 다른 게 아니라, 세밀한 스탯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최적의 머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여기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도색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텍스처도 바꾸고 스티커도 부착할 수 있는데, 스티커는 위치를 조정해 원하는 곳에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 머신(차량)은 통으로 고를 수도 있고, 부품마다 교체도 가능하며, 각 파츠마다 스탯도 다르게 붙어 있다.
▲ 심지어 스티커도 원하는 곳에 붙이는 커스텀이 다 가능하다.
게임 진행 초반에는 고를 수 있는 머신 파츠의 수가 적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AI로 구성된 적 팀과 ‘특수한 룰’(머신끼리 터치를 더 많이 한 팀에 팀 부스터 및 가산점을 주거나, ‘링’을 많이 모은 팀에 이점을 주는 등)로 구성된 매치를 정해진 횟수 이상 승리하면 신규 ‘머신’도 얻을 수 있게 구성됐다. 별도의 퀘스트 라인업, 호감도 시스템 등과 함께 장기적인 플레이에도 동기부여를 잘 해둔 모습이다.
▲ 진행 보상으로 머신도 주고, 그 외에도 해금 요소가 많이 있다.

# 절묘한 밸런스 그리고 기대되는 캐릭터 라인업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월드>나 10월 16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의 게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는 레이서들이 그토록 바라던 황금 밸런스를 잘 찾아갔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필드에서 얻는 ‘강력한 아이템’으로 ‘너무 불합리하게 1등을 견제하거나’, 레이스 판도를 ‘막판에 갑자기 뒤집는’ 기분 나쁜 플레이가 많이 배제됐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해당 레이스에서 순위가 낮을수록 조금 더 강력한 공격 및 질주 아이템이 나와주는 구조는 비슷하지만, 일발역전을 할 정도의 오버 밸런스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실력’ 요소와 어느 정도의 ‘변수’가 공존하고 있다.
▲ 아이템 사용 장면들.
이는 트랙 구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부 트랙에선 의도적으로 가감속을 하지 않으면 낙사를 하고 다시 트랙 위로 되돌려지는 코너가 적재적소에 있어, 넋놓고 달리다간 컨트롤 과실 100%로 순위가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뒀다. 그런가 하면 또 인코너만 노리는 게 능사가 아니게, 대시 발판과 움직이는 대시 링을 많이 배치해,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실력이 되게끔 해뒀다.
좌우상하로 폭이 넓은 트랙, 좁은 양갈래로 갈라져 서로 다른 교전 양상을 만들 수 있는 트랙들도 많다. 개인적으론 빠르게 치고 나가는 스피디한 질주를 더 선호하던 편인데,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에선 일명 ‘몸빵’ 플레이도 가젯 시스템과 변수가 많은 트랙 구성 덕에 매우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장기적인 운영도 화려한 DLC 구성 덕에 큰 걱정이 없다. 하츠네 미쿠는 지금도 인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고, <페르소나>의 조커, <용과 같이>의 카스가 이치반은 무료 업데이트로 등장하며, <마인크래프트>, <스폰지밥>, <팩맨>, <록맨>, <닌자 거북이>, <아바타 아앙의 전설>까지 DLC로 나올 예정이다. 평행세계의 캐릭터들인 ‘나인’, ‘드레드’, ‘러스티’도 합류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캐릭터와 머신들은 시즌 패스로 순차적으로 모두 만나볼 수도 있고, 배포 시점에 개별 DLC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역시 이 중에서도 가장 취향저격인 건, 클래식 <록맨> 시리즈의 ‘록맨’과 ‘블루스’ 캐릭터가 참전하고, ‘러시’가 머신으로, ‘와일리 성’이 신규 트랙으로 등장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록맨>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여기서라도 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어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당연히 <록맨> 특유의 BGM도 나온다.
한때 ‘고닉’ 취급을 받던 파란 히어로 ‘소닉’. 지금 무덤 안에서 목소리만 새어나오는 시퍼런 히어로 ‘록맨’이 가장 핫한 신작에서 함께 달리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 갓겜에 찾아오게 된 갓겜. <록맨> 팬은 그저 눈물만 흘린다.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으신가. ‘동심’을 살려낸 게임 타이틀들은 대체로 다 유치하다고 느끼셨는가. 그렇다면 망설임 없이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의 세계로 뛰어들어 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시큰둥병’에 걸려 웬만한 게임으론 재미를 잘 못 느끼던 요즘, 정말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낀 몇 안 되는 ‘수작’이었다. 이 테마파크에서 근심을 잊고 달려보자.
- 오늘도 밥 먹으며 흥얼거릴 귀에 오래 남는 음악
- 가젯, 머신 커스텀이 주는 플레이 스타일의 자유와 목표
- 메인인 그랑프리나 온라인 대전 못지 않게 재밌던 각종 모드
- '록맨' 팬 여기에 잠들다... 캡콤이 할 일을 세가가 하고 있다
- <마리오 카트>, <카트라이더> 팬들을 흡수한 게임성
- 보이스 지원이 되는 캐릭터도 있고 아닌 캐릭터도 있다
- 돈값을 하긴 하지만 저렴하진 않은 가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