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외주를 넘어 공동 개발 파트너십까지. 전 세계 유수의 게임사들과 협업 중인 글로벌 게임 개발사 버추어스(Virtuos)가 지난 3월 서울에 스튜디오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버추어스는 <다크 소울>, <니어 오토마타>,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등 수많은 AAA 게임의 개발 및 리마스터링과 플랫폼 이식 작업에 참여하며 그 실력을 입증해 온 개발 명가다.
이 중요한 한국 거점의 수장으로 20년 경력의 베테랑, 윤승환 지사장이 선임됐다. 그는 2005년 갈라넷의 1호 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웹젠, 카밤, 미티컬 게임즈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퍼블리싱과 개발, VR과 웹3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는 앞으로 한국 게임사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게임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업계 베테랑인 그의 깊이 있는 진단을 직접 들어보았다.

▲ 버추오스 서울 스튜디오의 윤승환 지사장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윤승환 지사장: 2005년 갈라넷에서 사원번호 1번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갈라넷은 온라인게임 포털 ‘지포테이토’를 운영하며 한국의 F2P PC게임의 라이센스를 받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였다. 처음에는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직원 중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유일한 인력이라 자연스럽게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후 웹젠이 갈라넷을 인수하면서 웹젠의 북미 법인장을 맡기도 했다.
그 뒤로 카밤에서 시니어 프로듀서로 근무하며 <몬스터 길들이기>의 글로벌 서비스에도 참여했고, 미티컬 게임즈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버추어스에 합류하게 됐다.
Q. 계속 해외 쪽에서 활동하신 건지?
A. 해외에서만 활동한 것은 아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국에서 근무했었다. 카밤 이후 국내 게임사에서 근무한 바 있고, 직접 창업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북미로 돌아가 미티컬 게임즈를 비롯한 현지 게임사에서 활동했다.
Q. 게임 업계에서 굉장히 오래 활동하셨다. 개발에 참여한 게임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한데.
A. 퍼블리싱뿐만 아니라 직접 개발에도 참여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반다이남코의 <갤러그> IP를 활용한 VR 게임 개발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갤러그 피버(Galaga Fever)>라는 이름으로 반다이남코 VR 카페에 출시됐다.
이 외에도 <드림펫>이라는 반려동물 육성 VR 게임을 개발한 경험도 있고, 최근에는 웹3와 지도 기반 기술을 접목한 소셜 게임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집과 동네를 꾸미고 방문객을 늘리며 게임 내 에셋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게임이다.
Q.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의 규모와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서울 스튜디오는 현재 5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채용을 통해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의 첫 번째 역할은 한국 게임사와의 협업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유럽 등 해외에 대규모 제작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 개발사와 협력할 때는 언어적 뉘앙스나 디테일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스튜디오는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고,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조율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두 번째 역할은 단순한 아트 외부 작업을 넘어, 공동 개발과 기획 단계까지 참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주로 아트 제작 중심의 업무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한국 게임사와 함께 기획 콘셉트 단계부터 프로젝트 공동 개발 등 보다 확장된 협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 스튜디오에는 매니저, 디렉터급 인력이 배치되어 있으며, 실무적 기여 또한 가능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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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다변화 맞은 韓 게임, '나홀로 개발' 공식도 깨질까?
Q. 게임 업계의 베테랑으로, 현재 국내외 게임 업계의 현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궁금한데.
A. 한국 게임 업계는 최근 장르와 플랫폼이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리니지라이크 위주의 개발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소울라이크 등 새로운 장르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형 게임사들은 초기 단계부터 PC, 모바일,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설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중소형 개발사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PC·모바일에 집중을 하거나, 콘솔이 국내에서 주류가 될 시점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한국의 고유한 IP와 문화 자산을 활용한 글로벌 진출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예컨대 최근 돌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적 배경을 차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큰 변화보다는 기존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PC와 모바일이 주류를 이루며, 많은 기업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협업 방식에서는 한국과 글로벌 기업 간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한국 개발사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려다 한계가 있을 때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 단계부터 외부 개발 파트너를 전제로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예컨대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디렉터 몇 명이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뒤, 본격적인 개발은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한국은 ‘내부 중심 + 보완적 외부 협력’, 글로벌은 ‘초기부터 외부 협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Q. 해외 기업들이 생각하는 외부 기업과의 협업 관계에 대한 인식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각하는 외부 기업과의 협업 관계에 다소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인가?
A. 해외 기업들도 외부 협업에 대한 보안 우려는 분명히 있다. 버추어스의 파트너 중에는 아마존, 디즈니, 애플처럼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이들도 처음부터 전면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아트 에셋 작업부터 시작해 결과물을 검증한 뒤 신뢰가 쌓이면 협업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방식을 택한다.
한국은 아직 이러한 단계적 접근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에는 외부 개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협업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콘솔 플랫폼이 점차 주류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경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업과 협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외부 협업의 장점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하나의 게임을 PC, 모바일, Xbox, PlayStation(이하 PS), 닌텐도 스위치까지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면, 한정된 내부 인력만으로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때 전문성을 갖춘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면 시간·예산 측면에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인력은 정규직처럼 고정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늘리거나 줄이는 ‘램프업·램프다운’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Q. 오늘날 게임 산업의 최대 화두는 AI다. 현재 버추어스는 AI를 게임 개발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A. 버추어스는 내부적으로 AI를 다양한 영역에 활용하고 있다. 아트 에셋 제작, NPC와 유저 간의 상호작용 설계, 시나리오 검수와 같은 스토리텔링 작업 등 여러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부 AI 전문 기업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등 AI룰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다만 AI가 완성된 결과물을 곧바로 게임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기반으로, 인력이 다시 폴리싱하고 수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AI 기술이 많이 발달하면, 그만큼 필요한 인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오히려 더 늘어나거나 프로세스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는가?
A. 인력 규모를 단순히 줄거나 늘어난다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AI 활용 능력이 업계 종사자들에게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효율성과 속도를 높여 업무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는 지적재산권(IP)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어떻게 다루고, 이를 자산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AI는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여주는 보조 수단일 뿐, 인력을 대체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게임 개발용 AI 모델 '뮤즈(Muse)'로 생성한 게임 플레이 장면
Q. 최근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게임 개발 도전이 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버추어스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는지?
A. 한국에는 PC와 모바일 분야 전문가가 많지만, 콘솔 개발은 성격이 다르다.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할 때 기술적·경험적 차이가 컸던 것처럼, 콘솔 역시 플랫폼별로 요구되는 기술, 하드웨어 제약, UI·UX 설계, 그리고 유저 경험의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히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개념이 아니라, 콘솔에 특화된 개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콘솔 도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 규모 개발사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게임 개발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년 이상 걸리는 만큼,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콘솔에 맞춘 전략과 경험이 필요하다.
버추어스는 글로벌 콘솔 프로젝트 경험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한국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에 진입할 때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적 지원부터 협업까지 폭넓게 기여하며, 빠른 전환과 글로벌 확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중소업체와도 협업한 케이스가 있나?
A. 중소 규모 개발사와도 협업한 사례가 있다. 다만 회사 정책상 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히기는 어렵다.
중소 개발사가 콘솔에 도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데브킷(Dev Kit)’이다. 예를 들어 닌텐도는 개발용 키트를 제한적으로 배포하기 때문에, 스위치 2 초기 단계에서도 한국 내 소규모 기업에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기기를 확보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어렵게 확보하더라도 실제 개발 경험이 부족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버추어스는 스위치 1에서만 20개 이상의 타이틀을 이식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도 스위치 2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실적 덕분에 닌텐도로부터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고, 초기 단계에서 데브킷을 제공받았다. 이처럼 축적된 경험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중소 개발사들이 콘솔 시장에 진입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닌텐도 스위치 이식도 버추어스가 담당했다.
# 자체 엔진과 라이브 서비스 개발 경력… 韓 게임이 최적화에 강한 이유
Q. 글로벌 AAA 게임에서 최적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A.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결국 게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0년 전 게임과 지금의 게임 개발 규모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에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멀티플랫폼에 대한 대응을 초기부터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 최적화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리메이크나 리마스터의 경우에도 과거에 제작된 에셋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면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리소스 중복이 생겨 최적화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Q. 게임을 개발할 때 하이엔드 모델을 상정하고 최적화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 중간 스펙의 컴퓨터로도 충분히 돌릴 수 있을 만큼을 상정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인가?
A. 보통은 둘 다다. 개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옵션을 고려한다. 최고급 스펙을 기준점으로 삼기도 하고, 동시에 중상위 스펙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상적으로는 유저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권장 사양을 설정하고, 동시에 최소 사양에서도 원활히 구동될 수 있도록 PC든 모바일이든 해당 기준을 맞추어 개발한다.

▲ 최근에는 <보더랜드 4>가 최적화 논란에 휘말리자, 개발사 랜디 피치포드 대표가 "게임의 최적화는 '꽤' 잘되었다"고 발언해 많은 비난을 샀다.
Q.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개발 과정에서 하이엔드 스펙을 기준으로 하고, 개발 막바지에 중저사양에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최적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개발 환경도 그런지 궁금한데.
A. 개발사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다. 팀 스위니 대표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상 시간과 자원만 충분하다면 모든 사양에 맞게 최적화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개발 일정과 비용 대비 효율성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참여했던 <메탈 기어 솔리드 델타> 프로젝트는 원작이 20년 전 작품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퀄리티로 재현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개발사는 유저에게 최고의 비주얼과 경험을 제공하려 하지만, 일정 안에서 어느 수준까지 최적화할지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콘솔은 정해진 사양이 있기 때문에 그 스펙에 맞춘 최적화가 필수다. 반면 PC나 모바일은 다양한 사양을 고려해야 하므로 권장·최소 요구사항을 설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하게 된다. 또한 PC나 PS5 같은 고사양 기기를 우선 기준으로 삼고, 이후 스위치나 모바일처럼 저사양 기기에서는 에셋이나 퍼포먼스를 다운그레이드해 구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Q. 반면에 한국에서 출시되는 게임들은 최적화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다. 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A.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로 한국의 많은 게임사들은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자사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즈를 적극적으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최적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한국 게임의 대부분은 라이브 서비스 기반이다. 패키지 게임처럼 출시 순간이 ‘최종 버전’인 것이 아니라, 서비스하면서 버그 픽스나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 초반에는 얼리 액세스나 베타 형태로 대규모 유저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상용 버전까지 자연스럽게 개선해 나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베타에만 수십만, 수백만 명이 참여해 안정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한국은 전통적으로 MMORPG 강국이기 때문에 서버·클라이언트 간 통신, 패킷 처리 같은 네트워킹 분야에 강점이 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네트워크 기반 최적화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최적화는 유저 경험과 직결된다.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서버와 계속 통신하는 구조인데, 만약 아트 에셋 하나가 수십 MB~수백 MB라면 전송 속도에 따라 체감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일정 시간 오가는 패킷 빈도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게임사들이 이러한 네트워크·서버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온 점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Q. 앞서 버추어스는 많은 타이틀의 닌텐도 스위치 이식 작업에 참여했다. 최근 스위치 2가 출시되었지만 여기에 진출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버추어스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A. 스위치 1은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대 이상 판매됐다. 스위치 2 역시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첫해만 2천만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한국 게임사들과 미팅을 하면 “우리 게임은 스위치 1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스위치 2를 염두에 두고 개발 방향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많이 조성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닌텐도 스위치 1의 사양은 아이폰 7과 비슷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스위치 2는 PS4와 PS5의 사이 정도의 스펙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둘은 스펙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제는 스위치 1을 기준으로 할지 스위치 2를 기준으로 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Q. 구작 게임을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하는 사례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리메이크·리마스터 작업에 대한 버추어스의 노하우는?
A. 외부 개발사이기 때문에, 리메이크·리마스터 작업 시 원작자의 IP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저희가 의견을 드리기도 하지만, 프로젝트의 방향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원작사가 “아트는 상향하지만 게임플레이와 UI는 그대로 간다”라고 하면, 그 비전에 맞춰 작업을 진행한다. 대신 아트 업스케일이나 그래픽 개선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게임플레이 경험은 원작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협업한다.
Q. 앞서 말씀하신 <메탈 기어 솔리드 델타>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20년 전 게임을 리마스터하는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A. 특별히 작업 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는, 프로젝트 규모와 협업 방식에서 도전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언리얼 엔진 5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찾던 과정에서 코나미와 연결되어 시작된 것이고, 초기 단계부터 긴 논의를 거쳤다.
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스튜디오가 함께 협업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버추어스는 전 세계에 20개가 넘는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스튜디오마다 강점이 다르다. 어떤 곳은 언리얼 엔진에 특화되어 있고, 어떤 곳은 유니티에, 또 어떤 곳은 아트, 애니메이션, 컨셉 디자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각 스튜디오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협업했기 때문에 규모가 크면서도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했다.

▲ 지난달 출시된 <메탈 기어 솔리드 델타>(왼쪽)와 2004년 출시된 원작 <메탈 기어 솔리드 3>(오른쪽).
업스케일링된 그래픽 차이가 눈에 띈다.
# 韓 게임사의 '든든한 해결사'를 꿈꾼다
Q. 최근 플랫폼 홀더들이 적극적으로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추세다. 향후 콘솔 플랫폼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A. 콘솔 플랫폼의 미래는 여전히 독점 콘텐츠와 유저층 확보를 위한 전략적 협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닌텐도는 독점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PS와 Xbox는 유사한 유저층을 기반으로 협력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유저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모든 독점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랫폼들은 여전히 독점 타이틀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며, 자사 플랫폼에 먼저 출시하거나 일정 기간 한정 독점을 통해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다. 결국 콘솔 시장은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각 플랫폼이 독자적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포르자>,<인디아나 존스> 등 기존 Xbox의 독점 타이틀이 PS 스토어에 출시되어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Q.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은 늘고 있지만, 그 결과물에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많다. 성공적인 플랫폼 확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성공적인 플랫폼 확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협업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Xbox는 북미에 강점이 있고, PS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는 등 각 플랫폼마다 주요 유저층이 다르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크로스 플랫폼 지원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특정 플랫폼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면서 최적화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PC에서 성공을 본 뒤 콘솔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케팅도 두 번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보다는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협업해 멀티플랫폼에 최적화된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업계 농담처럼 이야기하자면, 우리와 협업하는 비용이 오히려 마케팅 비용보다 적게 들 수 있다.
Q. 해외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신작을 런칭할 때, 앞으로는 한국의 콘솔 시장도 더 의식하게 될까?
A.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작년 지스타에는 PS 임원들이 다수 방문했는데, 이는 처음 있는 사례로 알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해외 콘솔 플랫폼들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본다.
Q.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는 어느 게임사와 어떤 IP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A. 서울 스튜디오 설립의 취지는 공동 개발 및 전체 개발에 있다. 이미 출시된 한국 게임들의 기존 IP뿐 아니라, 새로운 IP 확장 가능성을 가진 모든 게임사와 협력하고 싶다. 우리는 다양한 IP를 기반으로 함께 개발하며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선 디스이즈게임도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축하드린다(웃음).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는 한국 게임사들의 든든한 해결사가 되고 싶다. 개발 과정에서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외부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