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일곱. 화려한 데뷔였습니다.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넥슨 CEO가 된 청년. 그가 스물 여덟에 그 회사를 스스로 나왔습니다. 1년 반 전, 선임됐을 때의 뜨거운 관심에 비해 그의 퇴장은 '새 회사 창업'이라는 몇 단어 속에 너무 조용히 묻혀버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습니다. 서원일 전 넥슨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넥슨이라는 후광(後光) 대신 스스로의 발광(發光)을 택했습니다. /운영자 주
TIG> 오랜만이다. 살이 약간 빠진 것 같다.
술을 안 마셔서 그런 것 같다. 넥슨 다닐 때는 팀별 회식 같은 것 하면 가서 마셨으니까. 와달라고 요청이 왔다. 술값 내달라는 것 아니었게나. ^^;; 그래서 많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
TIG> 사표 쓰고 뭐했나. 창업을 하기 위해 퇴사한다고 들었는데.
공식적으로 사임한 지는 이제 3주 정도 됐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사임하고 나서 뉴욕에 다녀왔다. 돌아와서 바로 뱅뱅사거리에 있는 회사 출근한다.
TIG> 거기는 뭐하는 곳인가. 게임 만드는 것 아닌가.
게임은 아니다. 해봐서 알지만 게임 만들고 성공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게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진행 중인 비즈니스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TIG> 힌트 좀 주라. IT쪽인가? 컨텐츠 비즈니스인가? B2C인가?
IT쪽이다.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게 이쪽인데. 컨텐츠 쪽은 아니다. B2B, B2C 다한다. 현재 나를 포함해 7명이 있다. 올해 안에 10명 남짓으로 사람들을 더 늘릴 생각이다.
TIG> 그러니까 더 궁금해진다. 좀더 가르쳐주라. 회사 이름과 직함이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 보여줄 것도 없는데 회사 이름부터 밝히는 것도 그렇다. 조만간 뭘하는지 밝히겠다. 다만 넥슨을 나가기 전 조언을 구한 몇몇 지인들은 전부 '좋은 아이디어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올해 안에 흑자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왔다.

TIG> 소문들이 많았다. 원래 그만둘 생각이었나.
올해 초부터 정말 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 넥슨에 계셨던 분과 함께 아이디어를 좀더 다듬어보니까 더더욱 애착이 갔다. 그래서 그 분이 먼저 나가셔서 이미 봄부터 사무실을 운영해 왔다.
TIG> 봄부터라고. 흠... 김정주 대표한테는 양해를 구했나.
정말 많이 죄송하다. 정주 형이 급하게 대표이사에 나서게 된 것도 그렇고... 사실 이런 생각(사업 아이템과 창업)을 구상할 때 정주 형에게 맨 처음 이야기했다. 정주 형이 많이 말렸지만,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꺾을 수 없었다.
TIG> '자기 사업'에 대한 생각은 원래부터 하고 있었나.
우리나라 IT쪽을 보면, 86학번 선배님들이 장악하고 있다. 90학번 전후로 간혹 있긴 하지만 96학번쯤 되면 정말 안 보인다. 경영학과 나온 동기들 보면 매킨지나 배인 같은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선호한다. 물론 안정되고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을 것이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그러시더라. 그래봐야 결국 외국 자본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고. 더 힘들겠지만, 중소기업을 만들고 잘 키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TIG> 넥슨에서 해도 되지 않은가.
넥슨 정말 좋은 회사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도 정말 많았고. 그래서 나왔다. 경영학의 꽃은 자기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 아닌가. 매출이 1원이라도 생기면 정말 짜릿할 것이다.
TIG> 그렇더라도 '넥슨 대표이사' 직함은 좀 아까운 것 아닌가.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확실히 정한 상태였고, 그래서 올 봄부터 공동대표인 데이비드에게 권한을 많이 넘겨왔다.
TIG> 넥슨 나오니까 연락 오는 곳은 없나.
게임 사업을 준비하는 몇몇 대기업에서 연락이 오긴 했다. 하지만 이미 하고 싶은 것이 있어 나왔는데...

TIG> 넥슨 나와서 달라진 점이 뭐 있는가.
더 긴장하게 됐다. 멤버들 한명한명에게 더 신경 써야 하구. 솔선수범해야 하니까 출근도 9시 전에 해야 하구. 또 좀 불편해진 점도 있다. 컴퓨터 사려고 델에 전화하고 일일이 확인하고 한다. 넥슨에 있었으면 바로 담당자한테 이야기하면 쉽게 됐는데. 그래도 재밌다.
TIG> 넥슨 CEO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른 CEO들이 겪는 경험을 했다고 보면 된다. 나이가 어려서 힘들었던 점은 그냥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