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철의 혼을 노래해 온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그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팬들의 기대와 애정은 깊고 단단하다. 하지만 2021년, 30주년 기념작 <슈퍼로봇대전 30>은 시리즈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적잖은 우려를 남겼다. 전례 없는 자유도를 선사한 '택티컬 에어리어 셀렉트' 시스템은 신선했지만, 그 이면에는 서사의 집중도를 해치는 산만함과 지나치게 쉬워진 난이도, 그리고 통제 불능의 대미지 인플레이션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로부터 4년, 시리즈의 명운을 짊어진 후속작 <슈퍼로봇대전 Y>가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초기 공개된 트레일러의 실망스러운 비주얼은 팬들의 우려에 불을 지폈고, 커뮤니티는 차가운 비판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2025년 8월 8일 배포된 체험판을 통해 직접 만져본 게임 속에서, 영상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게임성과 개발팀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8월 28일 발매된 <슈퍼로봇대전 Y>는 단순한 시리즈의 신작이 아니다. 이는 전작의 과오에 대한 개발진의 진솔한 '응답'이자, 시리즈의 근본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전작까지 개발에 참여한 '테라다 타카노부'가 개발팀을 떠난 뒤에 나오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긴 하지만...

# 별들의 축제, 하나의 운명으로 엮이다
<슈퍼로봇대전>의 정체성은 '참전작'이라는 별들을 어떻게 엮어 하나의 '이야기'라는 밤하늘을 수놓는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로봇대전 Y>의 시나리오는 근래 시리즈 중 단연 최고라 칭할 만하다. 팬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숙명'이라는 거대한 테마 아래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완벽하게 융합시킨 점이다.
이번 작품은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SSSS.DYNAZENON>, 심지어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와 같은 파격적인 신규 참전작들을 과감히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한다.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조합이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각 작품의 핵심적인 갈등과 주제가 서로의 서사에 깊숙이 관여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예를 들어, <수성의 마녀>가 던지는 차별과 연대의 메시지는 다른 건담 시리즈의 오랜 전쟁사와 공명하고, '고질라'라는 불가해한 재앙은 인류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를 극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크로스오버의 완성도는 단순히 메인 스토리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산만한 미션 구조를 개선하여, 초반부 미션을 어떤 순서로 공략하는지에 따라 캐릭터 간의 대화나 상호작용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디테일을 심어두었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무게감을 더하고, 반복 플레이의 가치를 높이는 영리한 장치다. 물론 <용자 라이딘>이나 <초전자로보 컴배틀러 V>와 같은 고전은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라이선스 문제로 애를 태웠던 <마크로스> 시리즈가 비록 <마크로스 델타>에 국한되지만 마침내 공식적으로 전 세계 팬들을 만난다는 점 또한 의의를 지닌다.
<슈퍼로봇대전 Y>는 이 모든 별들을 그저 한자리에 모아두는 '올스타전'을 넘어, 각자의 숙명을 짊어진 그들이 서로의 운명에 개입하고 함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장대한 서사시를 완성해냈다.

# 전술의 귀환, 한 수의 무게를 되찾다
<슈퍼로봇대전 Y>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한(?) 연출 너머, 깊이를 되찾은 전술적 게임플레이에 있다. 개발진은 전작을 향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시리즈의 근간이었던 '고민하는 즐거움'을 되살리기 위해 시스템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자원 관리의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되었다. 파일럿 스킬 육성과 기체 개조가 동일한 자금(Credits)을 소모하도록 변경되어,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자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단연 난이도 밸런스의 재조정이다. 전작의 게임성을 해친 주범으로 꼽혔던 '기력 인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렸다. '하드' 및 '엑스퍼트' 난이도에서는 적 격파 시 아군 전체의 기력이 상승하는 규칙이 삭제된다. 이로 인해 파일럿의 에이스 보너스, 정신 커맨드, 그리고 후술할 '어시스트 링크' 시스템을 통한 기력 관리가 전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때문에 강력한 필살기는 더 이상 손쉽게 난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신중한 판단 끝에 사용해야 하는 말 그대로 최적의 한 수를 두기위한 패가 된다.

또한 시리즈의 전통적인 도전 과제였던 'SR 포인트' 시스템은 이번 작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드' 및 '엑스퍼트' 난이도에서는 5턴 이내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추가 자금을 보상으로 얻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도입되었다. 이는 무작정 버티는 플레이가 아닌,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략을 유도하여 숙련된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술적 목표를 제시한다.

즉 과거 시리즈와 달리 <슈퍼로봇대전 Y>은 강력한 기체 몇몇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물론 후반으로 가면 할 수는 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 나가는, 초기 시리즈의 시뮬레이션 RPG로 회귀한 것이다.
# 새로운 변수, '어시스트 링크'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스템은 단연 '어시스트 링크' 와 'STG 메모리' 시스템이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히로인이나 서브 캐릭터들을 '어시스트 크루'로 편성하여, 전투 중 HP 회복, 공격력 상승 등 다양한 지원 효과를 발동시키는 이 시스템은 전장의 조연들을 당당한 주역으로 끌어올렸다. 어시스트 크루는 사용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성장하며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는 등, 기체 개조와 파일럿 육성 외에 새로운 성장 축을 제공하여 육성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어떤 크루를 조합하고 어느 타이밍에 커맨드를 사용할지가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전술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기체 개조와 파일럿 육성에 공통으로 크레딧이 사용되면서 어시스트 링크의 효율은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일종의 정신기와 일회성 개조 혹은 육성의 파급력을 제공하기에 전략적인 묘수가 된다.


또한 크레딧과 별도로 운용되는 MXP를 사용해 개방하는 STG 메모리도 마찬가지다.
<로봇대전>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부대 전체를 강화하는 시스템의 발전형이라 할 수 있는 'STG 메모리 개방'은 말 그대로 부대 전체에 영향을 주는 효과를 개방하는 시스템이다. 3개의 루트로 구성되고 부대 평가(랭크)에 따라서 다양한 루트를 개방할 수 있다. 물론 언제든지 리셋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을 다양화해주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택티컬 에어리어 셀렉트' 시스템 역시 한 단계 진화했다. 게임 초반에는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여 원하는 작품의 동료를 먼저 영입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에는 선형적인 구조로 전환하여 스토리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는 자유도와 서사적 집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영리한 설계이며, 전작의 산만함을 효과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런 시스템들이 적절히 시너지를 가져가면서 <슈퍼로봇대전 Y>만의 특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만 시스템 적으로는 어느 정도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게임 전체에 있어서는호불호가 강하게 작용된다.

# 빛나는 혼, 그러나 익숙한 그림자
<슈퍼로봇대전>의 꽃은 단연 화려한 전투 연출이다. <슈퍼로봇대전 Y>는 이 점에서 명확한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수성의 마녀>의 건담 에어리얼이 보여주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비트 스태프의 군무, <SSSS.DYNAZENON>의 묵직하고 박력 넘치는 합체 시퀀스 등 신규 참전작들의 전투 애니메이션은 현세대기의 성능을 유감없이 활용하여 팬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하지만 영광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바로 '전투 연출 재사용'이라는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다. 'V', 'X', 'T', '30'에서 이어져 온 수많은 기체들이 이전 작의 연출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시리즈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팬들에게 깊은 아쉬움과 허탈감을 안겨준다. 이는 개발 자원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신작에 대한 기대를 배신하는 성의 부족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랫동안 시리즈를 즐겨온 올드팬의 입장에서 <슈퍼로봇대전 Y>의 연출의 박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90년대~2000년대까지 셀 애니메이션의 섬세한 연출이 기존 시리즈였다면, 2020년대 이후의 3D 애니메이션의 화려하지만 뭔가 딱딱하고 느린 연출이 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으니까.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작의 세련된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다소 조잡하고 직관성이 떨어지는 UI는 '모바일 게임 같다'는 혹평을 받으며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깎아내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에서 보고되는 간헐적인 로딩 문제와 버그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스팀(STEAM) 버전에서의 해상도 문제는 더우 심각하다. 물론 이 시리즈를 4K로 즐길 이유는 없다고 할지언전 최대 해상도가 1920 x 1200만 지원하는 건 너무 타협을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혹시 해상도 제약을 쓴 이유가 기존 시리즈의 에셋을 재활용 해야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 '선택과 집중'이 빚어낸 결과물 하지만...
<슈퍼로봇대전 Y>는 결코 완벽한 게임이 아니다. 연출 재사용과 투박한 UI라는 명백한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다. 개발진은 올드팬의 요구와 신규진입하는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현명한 전략을 택했다.
그들은 비주얼의 전면적인 쇄신 대신, 시리즈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게임플레이'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우리는 역대 시리즈에서도 손에 꼽히는 크로스오버 서사와, 도전적인 전술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슈퍼로봇대전 Y>는 <슈퍼로봇대전 30>의 쉬운 난이도와 산만한 스토리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또 한번 플레이를 해봐야할 숙제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반면, 화려한 비주얼과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유저에게는 다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슈퍼로봇대전>이라는 시리즈 자체의 운명은 아마 <슈퍼로봇대전 Y>가 유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여부에 달렸다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방향성을 어느정도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합격점을 주고 싶다.
- 크로스 오버 스토리의 짜임새와 몰입도
- 전략을 고민하게 만드는 추가 시스템
-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활용성
- 여전한 연출의 재활용
- 생각보다 박진감이 떨어지는 전투 연출
- 익숙해지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UI/U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