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프로젝트> 세계관 기반의 수많은 2차 창작 게임 속에서,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유독 독특한 경험을 약속한다. 화려한 탄막 슈팅이나 액션이 아닌, 테이블에 둘러앉아 주사위를 굴리고 미지의 이야기를 탐험하는 TRPG의 감각을 디지털로 고스란히 옮겨왔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주사위의 확률이 엮여 한 편의 모험담이 되는 이 게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게임의 방향키를 잡은 토구오카 디렉터는 25년간 게임을 취재한 저널리스트이자 40년간 아날로그 게임을 즐겨 온 코어 게이머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게임 사이의 깊은 간극을 어떻게 메우려 했는지, '운'이라는 요소를 '전략'으로 바꾼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보르헤스 같은 고전 문학에서 받은 영감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순한 개발 비화를 넘어, 한 명의 열정적인 게이머가 들려주는 게임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도쿄 /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 Unknown X의 토구오카 마사히로(徳岡正肇)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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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방 프로젝트로 TRPG? 토구오카 디렉터와 만났다 (현재기사)
디스이즈게임: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토구오카: 네,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의 디렉터를 맡은 토구오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25년 정도 컴퓨터 게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고, 지스타(G-STAR)에도 방문했었습니다. 폴란드,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지에 친구도 많아서, 본래라면 제가 저쪽에 앉아있어야 할 사람이라 조금 긴장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Q. 마리사를 주인공으로 선택하고 '허풍쟁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리고 싶었던 마리사의 모습과 스토리의 메인 테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네, 우선 언노운 X(Unknown X)가 <동방 프로젝트> RPG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더 큰 과제로서 아날로그 게임의 느낌을 살려 음악과 게임의 조화를 이루려는 도전을 했습니다. 이 작품의 큰 콘셉트상의 도전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동방과 음악의 조합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실 아날로그 게임과 음악도 아주 좋은 조합입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그렇고요. 그렇다면 동방, 아날로그 게임, 음악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섞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콘셉트적인 도전이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인공은 가급적 여러분이 잘 아는 마리사와 레이무로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팀 내에 마리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호라후키(ホラフキ, 허풍쟁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 전체를 플레이했을 때, 마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읽는 듯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스토리 테마에 대해서는 조금 교활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현대에 있어 게임 스토리는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신의 내면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플레이해주신 여러분이 체험한 것 자체가 이 작품의 진정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저 나름의 고집을 가지고 디렉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정도까지 조금 어른스러운 척하며 읽었던 고전, 환상 소설, SF 같은 작품들이 가진 분위기를 소중히 만들었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셰익스피어, 필립 K. 딕, 잭 피니, 레이 브래드버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더 나아가 데이비드 린제이 같은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수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만약 체험판을 해보셨다면, 도서관에 갔을 때 '왜 이 도서관은 육각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보르헤스를 읽으신 분일 겁니다. 프로토타입은 육각형이었거든요.
어렸을 적에는 그런 작품들이 어려워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기보다 겨우 도달했다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어린 시절의 제가 겨우 도달한 끝에서 어렴풋이 보았던 풍경을 이 작품에서 잘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렉팅에 임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 스토리의 테마를 밖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로 말하자면, 주니어 문학이나 성장 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각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모습의 마리사가 보스로 등장하는데, 그녀들은 사춘기의 방황이나 소원 같은 것들이 구현된 몬스터입니다. 그러니 사춘기가 먼 과거가 되어버린 분들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Q. 타이틀이나 게임 내용에서 <불 뿜는 산의 마법사>(火吹山の魔法使い)'가 연상됩니다. 이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네, 프로듀서를 포함해서 컴퓨터 버전 '불 뿜는 산의 마법'를 플레이해봤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저도 아날로그 게임이나 게임북을 많이 즐겨왔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보니 기억 속에 있던 모험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북이 가진 가능성을 더 추구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 게임의 출발점 중 하나였습니다.
▲ 스티브 잭슨과 이안 리빙스턴의 원작 게임북 <불뿜는 산의 마법사>
▲ 이 게임북을 디지털화 한 게임의 한 장면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지만, 게임 저널리스트 경력이 압도적으로 긴 제가 디렉터로 발탁된 이유도 제가 약 40년간 아날로그 게임을 즐겨왔고, 제작 현장에는 30년 정도 몸담았으며, 디지털 게임(컴퓨터 게임) 역시 저널리스트로서 여러 곳을 취재해왔기 때문에 양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컴퓨터 게임 제작에도 10년 전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하여 세가(SEGA)의 모바일 게임 메인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 최근에는 '내비게이터 어워드'라는 시상식의 오리지널 어드벤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Q. 토구오카 씨의 저서에 따르면, 판단력을 '심적 시뮬레이션의 도구'로서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사위 게임 등은 운이 나쁘면 패배한다는 불합리한 경험을 줄 수도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순수한 운의 요소를 어떻게 전략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가져오셨나요?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이 균형을 잡기 위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세요.
A. 조사를 정말 잘하셨네요. 우선 그 점에 감탄했습니다.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집단의 심리는 어느 정도 무작위로 재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개개인의 행동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실패했을 때 책상을 치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무작위성이 개입되는 위치를 신중하게 검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리면, 먼저 플레이어가 글을 읽고 어떤 행동이 좋을지 판단합니다. 이때 판단이 좋으면 비교적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무작위 판정이 기다리고, 판단이 좋지 않았다면 어려운 판정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설령 판정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나쁜 결과는 HP 같은 능력치로 일단 감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히트 포인트는 게임 디자인적으로 말하자면, 운이 나빴던 부분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운이 나쁘니까 보험을 많이 들어두겠다"는 것은 매우 유효한 전략입니다. 반대로, "나는 운도 좋고 판단력도 뛰어나다"고 자신한다면, 그 판단의 결과를 극대화하도록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또한, 능력치의 일부는 어떻게 성장시킬지 컨트롤하는 데에도 사용되므로, 그 균형을 맞춰 자신의 전략을 캐릭터에 반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존경하는 어느 아날로그 게임 제작자분은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을 테스트할 때, 항상 최악의 눈만 나온다는 전제하에 그래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합니다. 저는 그분을 매우 존경합니다. 아마 그분께 저는 혼날 겁니다.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최악의 눈만 계속 나오면 클리어할 수 없거든요.

Q. TRPG 스타일과 게임북이 결합된 듯한 표현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게임북은 80년대 초반, TRPG는 9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도 꽤 유행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이번 작품에 도입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여러 이유가 있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 어느 정도 답변드린 부분은 생략하고, 우선 시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예를 들어 트위치(Twitch) 유출 정보에서 밝혀졌듯이 D&D 실황 중계 그룹인 '크리티컬 롤(Critical Role)'이 트위치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그룹이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또한, D&D 5판 규칙을 완전히 준수하는 <발더스 게이트 3> 같은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볼 때, TRPG나 게임북이 아주 마이너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리서치가 있었는데, 게임북과 현대적인 로그라이크 사이에는 사실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로그라이크를 즐기고 있으니, 게임북이라는 논리도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에서 컴퓨터 게임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연결고리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면 90분이 걸리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웃음)

Q. 전작인 <동방 탄막 카구라 판타지아 로스트>에서 보여주셨던 탄막과 리듬 액션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확률과 선택이 중심이 되는 RPG 장르로 바뀌었습니다. 전작에서는 기계적인 정밀성이나 플레이어의 실행력과 반응성이 요구되었지만, 이번 작품은 주사위 확률이라는 무작위성을 통한 전략, 혹은 리스크 평가와 의사결정이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장르와 게임성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개발팀이 새롭게 얻어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또한, 창작자로서 직면했던 가장 큰 딜레마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네, 이 작품의 제작이 매우 힘들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작팀 모두가 아날로그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 점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같은 기술 컨퍼런스에서도 종종 이야기되고, 최근에는 게임 개발자 교육 현장에서도 논점이 되고 있는 것인데, 바로 아날로그 게임과 디지털 게임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간극이 무엇인지 저희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GDC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아날로그 게임들만 모아도, 그중에서 제대로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이 되는 것은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간극을 저희 나름대로 명확히 하고, 언어화하고, 그에 맞춰 사양을 수정해나가는 작업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힘들었습니다.
Q. 동방 프로젝트 하면 환상적인 BGM과 매력적인 아트워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작 BGM의 어레인지나 비주얼 콘셉트 등 '동방다움'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네, 먼저 아트에 관해서는 일본의 동방 2차 창작계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실적을 가지신 そちゃ(Sotya)'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트에 관해서는 상당히 자신감이 있달까, 안심하고 '이것이 바로 동방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관해서는, 사실 이번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요. 이쪽은 원래 동방 어레인지 곡을 많이 발표하셨고, 이야기와 음악 양쪽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융합시키는 RD-Sounds님의 협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컸습니다. 실제로 RD-Sounds님과는 이 작품의 프로토타입조차 존재하지 않던 단계부터 제작 회의에 참여해주셔서, 어떤 내용이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습니다.
각 스테이지의 음악은 모두 동방 어레인지 곡인데, 이 역시 RD-Sounds님과 그러한 논의를 거친 후에 "어떤 어레인지가 좋을까요?" 하는 식으로 부탁드렸습니다. 참고로, DLC에는 RD-Sounds님이 지금까지 만들어오신 곡들 중에서 각 스테이지의 일반 필드곡이나 보스곡에 맞춰 직접 셀렉션해주신 'RD 믹스' 같은 것이 2가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걸 적용하면 게임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 꼭 체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제시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상업적 이용이 허용됩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수많은 동방 2차 창작 게임들이 있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점인데, 작품을 만드실 때 원작자인 ZUN 씨의 확인을 받는지, 또 그분과 어떤 교류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네, 구체적인 작업 흐름은 생략하겠지만, 공식 2차 창작으로 나오는 것들은 당연히 ZUN 씨의 확인을 거칩니다. ZUN 씨와의 교류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크리에이터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 경우에는 '인디 라이브 엑스포(Indie Live Expo)'라는 유튜브 방송의 대기실에서 자주 뵙게 되어, 그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또, 다른 행사 대기실에서도 함께하게 되고요. 더 깊게 이야기하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말해야 하니 피하겠습니다만, 그런 형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ZUN 씨가 들고 있는 컵에 담긴 건 물입니다..
Q. 2024년 말 체험판이 배포된 후 정식 발매까지 기간은 후반 작업을 위한 기간이었나요? 아니면 체험판을 통해 수집된 피드백을 제품 버전에 반영하기 위한 기간이었나요?
A. 네, 둘 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험판을 통해 받은 피드백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작팀으로서도 아직 구현되지 않았던 부분을 구현해나가면서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게임 마스터의 음성을 아나운서인 마츠자와 네키(松澤ネキ) 씨가 담당해주셨습니다. 현역 아나운서가 게임 음성을 녹음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인데, 마츠자와 씨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우선, 마츠자와 네키 씨를 현역 아나운서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코어 게이머가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겁니다. 엄청난 <여신전생> 팬이라서, 녹음 현장에 있던 꽤 코어한 <여신전생> 팬 스태프 몇몇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죠.
녹음 기간 중에 <여신전생> 신작이 발매되었는데, 마츠자와 씨가 유튜브 채널에서 실황 중계를 새벽 3, 4시까지 하더라고요. '저래도 괜찮나? 우리 녹음에는 영향 없겠지만,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가장 곤란했던 건 스태프롤이었습니다. '마츠자와 네키'를 로마자로 어떻게 써야 할지 정말 고민스러웠는데, 결론은 스태프롤을 직접 확인해주세요.

Q. 레벨 디자인으로 꽤 고생하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들어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A. 레벨 디자인은 정말 고생했습니다. 여전히 더듬어가며 작업하는 단계라서, 솔직히 지금 상태가 최고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고, 분명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느낍니다. 최종적으로 가장 참고가 된 것은 '젤다의 전설' 초대작이나 '슈퍼 마리오' 같은 닌텐도의 클래식 액션 게임들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게임들을 다시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레벨 디자인의 기본을 다시 배웠습니다. 관련 논문들도 여러 편 참고했고요.
그럼에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아날로그 게임과 디지털 게임의 간극을 언어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연구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Q. 동방 프로젝트의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에 담아내는 데 있어, 원작 팬과 신규 유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또한, 차별화를 위한 특별한 시도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 네, 우선 동방의 세계는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전부 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전제했습니다. 그래서 동방을 잘 몰라도 본 적 있는 캐릭터인 레이무와 마리사를 주축으로 삼고, 동방 세계의 독특함을 느끼게 해줄 비교적 유명한 캐릭터들을 플레이어 동료로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번에 동료로 4명이 등장하는데, 이 4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논의가 있었고, RD-Sounds님으로부터 "이런 캐릭터가 좋지 않을까요?" 하는 굉장히 긴 리스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동료 멤버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멤버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특히 모코우가 함께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히키코모리인 파츄리가 등장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이 작품은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라는 게임을 파츄리가 발견해서, 홍마관 멤버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홍마관 멤버들의 역할은 바로 게임의 '플레이어'입니다. 그중에서 모코우는, 혹시 TRPG를 플레이해보신 분이라면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아주 천진난만하게 파괴적인 결정을 내리는 타입의 플레이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경험 있으실 거예요. "던전이 있군. 게임 마스터, 던전 근처에 강이 있습니까?" 그 뒤는 생략하겠습니다.
Q. TRPG의 특성 중 하나는 여럿이 함께 즐긴다는 것입니다. 싱글 플레이 게임인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그 맛을 어떻게 살렸나요?
A. "저는 예나 지금이나 TRPG의 묘미가 단순히 룰이나 시나리오의 재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떠들며 즐기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TRPG를 실제로 플레이하는 시간보다도 게임이 끝난 후, 간식과 음료를 한 손에 든 채 오늘의 플레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본작은 이러한 'TRPG의 총체적인 경험'이 지닌 재미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각 장 사이사이에 홍마관에서의 감상회 장면을 배치한 것도 바로 그런 의도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가상이지만), 그 동료들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TRPG 특유의 함께 즐기는 재미를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플레이하실 때는 반드시 피자와 탄산음료를 가져다 두세요. 그래야지 TRPG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이 게임만의 독특한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특히 '마리사'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게임 플레이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독특한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 중인 홍마관 멤버들이 게임 진행 중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기존에도 익명의 시청자들이 게임 진행에 댓글을 다는 형태의 게임들은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외모와 이름, 그리고 고유한 개성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앞서 답변한 내용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본작이 추구하는 TRPG다움의 정체성'에 대한 답변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마리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마리사를 구출하는 모험 과정을 지켜보며 코멘트하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마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플레이어들도 자연스럽게 마리사의 인물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다음은 엔딩과 DLC에 대한 질문입니다. 멀티 엔딩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또 다른 모험'이라는 것은 새로운 스토리나 DLC를 의미하는 건가요? 그리고 정식 발매 이후 콘텐츠 추가나 업데이트 계획이 있나요?
A. 네, '또 다른 모험'은 간단히 말해 2회차 플레이입니다. 이 작품은 숨김없이 말씀드리자면, 총 2번 플레이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2회차, 즉 '강한 상태로 새로 시작(強くてニューゲーム)'하는 2회차 플레이에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바로 전 질문에 이어서 답변드리자면, 2회차에서는 플레이어가 바뀝니다.
그리고 게임 중에 엄청나게 강한 적이 있어서, 어쩌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3회차 플레이 정도는 해야 할지도 모르는 밸런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콘텐츠 추가나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아직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는 상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예상치 못한 질문이네요. 하긴, 저도 이런 질문 많이 했었죠. 예상했어야 했는데. (웃음) 이 작품은 매우 기묘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 기묘함, 알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언젠가는 알게 될 수도 있고, 영원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저는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게임보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남는 듯한 체험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부디 그 답답함마저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말은 "There is always another way."(언제나 다른 방법은 있다)입니다.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가 아니라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게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업무 관계상 다양한 인디 게임을 접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디 게임이 제작되는 곳은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5년무렵부터 종종 폴란드의 게임 업계를 취재했는데, 당시에 느꼈던 열기를 지금의 한국 인디 게임 업계에서 느낍니다. 그런 뛰어난 인디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시는 한국 게이머분들에게, 이 작품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