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게임 개발씬에선 PC/콘솔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졌지만, 여전히 모바일게임 씬은 큰 돈이 오가고, 많은 유저 풀이 있는 핵심 시장이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라스트 워> 등의 일명 ‘땅 따먹기’ 4X 게임들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들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개발사들이 늘어난 게 현실이다.
다른 개발사들의 이러한 고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상위 게임들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라스트 워> 그리고 캐주얼 퍼즐 장르의 최강자로 군림한 <가십하버>는 모두 2024년 상반기 대비 2025년 상반기 매출에서 2억 달러(약 2,782억 원)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줬다.
빈익빈부익부의 잔혹함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이들의 운영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작년에도 이미 잘 나가고 있던 게임들이 어떻게 계속해서 더 높은 매출로 나아갈 수 있던 걸까. 센서타워는 최근 시장분석 리포트에서 상위 100개 모바일게임이 모두 라이브옵스 게임이며, 이 상위 100개 게임들의 인앱구매 수익이 꾸준히 상승해왔던 편임을 강조했다. 라이브옵스 운영은 다들 하고 있는데, 더 잘하는 주체는 그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궁금해진다. 다른 게임들도 운영에 도가 텄을 텐데, 이 최상위 게임들은 도대체 뭐가 달랐던 걸까. <가십하버>와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예시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 <가십하버>
▲ 2024년 상반기 대비 2025년 상반기 인앱구매 수익 성장 지표. 왼쪽부터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라스트 워>, <가십하버> (이하 사진 자료제공: 센서타워)
‘이벤트’에 성패를 건 <가십하버>
이 장르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게임일 수 있지만 <가십하버>는 캐주얼 퍼즐 장르에선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최강자 중 하나다. 2024년 매출에선 <툰 블라스트>, <꿈의 집> 등의 기존 강호를 제쳤고, 2025년 상반기 인앱구매 수익 전체 순위에서 16위를 기록하며 매출 성장도 지속했다.
이러한 <가십하버>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이벤트’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2025년에만 무려 39개의 신규 이벤트를 진행했다.
▲ 위쪽은 <가십하버>의 인앱 구매 수익 그래프, 아래쪽은 이벤트 횟수다. 수익은 꾸준히 증가해온 편이고, 이벤트는 올해 상반기에 들어와서 더 많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가십하버>는 장기 리텐션 이벤트로 앨범 컬렉션과 시즌 패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일스톤 보상 이벤트도 다양하며, 이러한 이벤트는 일 단위, 일부는 3~4일 단위로도 진행되어 단기 리텐션과 참여를 유도한다. 앨범 컬렉션은 장기적인 포획 대상을 형성하고, 패스 보상과 단기 이벤트는 핵심 메커니즘 참여를 이끌며, 중간 이벤트는 추가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핵심은 ‘긴박감’이다. 이 중에서 앨범 수집 이벤트는 완성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필연적으로 기존에 보유한 아이템을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벤트 종료 시점에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레어 카드 한 두 장을 놓치고 있어 ‘완성해야 한다’는 동기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 앨범 이벤트 마지막 날 0.99달러(약 1,380원)의 가격으로 3장의 레어 카드 중 랜덤으로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제시한다. 이 제품을 한 번 구매하면 다음 단계의 더 비싼 두 번째 구매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도 줄어든다.
▲ 왼쪽은 <가십하버> 앨범 컬렉션 예시. 우측은 0.99달러 가격의 레어 카드 딜 상품 예시.
<가십하버>는 최근에는 상시 운영되는 주간 과제 이벤트를 도입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가십하버>를 즐기는 사람들은 앨범 컬렉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와 연계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카드 팩을 보상으로 제공하면서 일주일 동안 매일 로그인하고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다. 로그인만 해도 일정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전에는 과제 이벤트가 24시간 동안만 진행되는 방식도 있었으며, 주 1~2회에 한정해 시행되어, 특정 요일에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도 활용됐다.
▲ 왼쪽 두 장의 사진은 기존에 있던 24시간 단위의 이벤트. 카드 팩을 보상으로 제공했다. 가장 오른쪽의 사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7일 단위의 이벤트. 카드 팩, 보석, 에너지 등을 최종 보상으로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플레이어 기반을 이루는 활성 사용자 수다. 사실 이렇게 공격적인 소위 ‘쥐어짜는’ 운영을 하면 이탈하는 플레이어도 많을 법한데, <가십하버>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22년 9월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최고점을 찍고 있다.
▲ 그러나 <가십하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최고점을 찍고 있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PvP 이벤트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더 유명한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쪽은 어떨까.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에도 주간 단위로 진행되는 텐트폴 이벤트 등이 있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벤트는 월 단위로 진행되는 ‘스테이트 오브 파워’다. 대규모 전투가 포함된 유일한 이벤트이기 떄문이다.
플레이어는 과제를 완료하면서 포인트를 획득하고 전장 준비를 진행한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서버가 공격자로 지정되며, 이 공격자가 점수 획득에서 패배한 패자를 공격한다. 이때는 점수가 아닌, 성을 점령할 수 있는지 여부로 갈리게 된다. 이 전쟁 끝에 플레이어는 연맹(길드)과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획득한다.
▲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스테이트 오브 파워 이벤트 창이다. 왼쪽부터 전쟁 준비를 거쳐, 점수 기준 승자가 패자를 공격하는 배틀 페이즈, 이후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전쟁 준비’다. 이때 유효하게 작용하는 것이 ‘럭키 휠’인데, 이 가챠 이벤트는 플레이어가 신화 영웅 중 하나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격주로 3일 동안 진행되며, 스테이트 오브 파워 이벤트와 킹 오브 아이스필드 이벤트에 연계되어 진행된다.
영웅을 5성까지 최대치로 강화하려면, 일반적으로 120회를 돌려 도달하는 모든 럭키 휠 이벤트 마일스톤 보상을 달성해야 한다. 무료 스핀도 몇 차례 받을 수 있지만, 휠을 돌리기 위해선 이벤트 화폐가 포함된 이벤트 팩을 구매해야 하며, 하루 한 번만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후엔 보석(게임 내 유료 재화)를 사용해 휠을 돌릴 수 있다.
▲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럭키 휠에선 신화 영웅 중 한 명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각 등급별 상품은 이벤트 기간 중 하루 한 번씩만 판매된다. 결국 이 과금 상품을 구매하거나, 많은 양의 보석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재미있게도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또한 이렇게 공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유저들의 잔류 시간 등의 지표는 크게 줄지 않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활성 사용자당 일 평균 사용 시간은 출시 초기엔 54분 안팎이었으나 2025년 상반기 76분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에도 67분 이상의 기록을 유지했다.
▲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센서타워는 리포트를 통해 <가십하버>와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일관된 라이브옵스 시스템과 지속적인 신규 이벤트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며 글로벌 메이저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어떤 이벤트가 필수 요소인지, 어떤 이벤트가 차별화 요소인지, 전체 일정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로드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