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의 게임쇼"라고 불리는 게임스컴은, 말 그대로 정말 크다. 지스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스타 1관만한 크기의 관이 B2B를 포함해 8개 가까이 운영되고 있으니, 하루 만에 여기를 전부 돌아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특히, 인디게임이 주로 전시되고 있는 10.2관의 경우 크기도 매우 크고 작은 크기의 인디게임 부스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잘못하다가는 인디게임 부스 하나 찾으려다가 30분을 넘게 허비할 수도 있다. 실화다.
덕분에 모든 부스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고고하게 "이 게임 괜찮아 보이니, 개발자에게 말을 걸어 보자!"와 같은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랬다가는 스케줄의 압박에 쓰러져 버리고 만다. 그래도,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려 돌아다니며 최대한 눈길을 끄는 게임 몇 가지는 찾았다. 보통 이런 게임쇼에 참가하는 게임이라면 스팀 상점 페이지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에, 이름만 기억해 두고 한국에 돌아와 정보를 찾아봐도 큰 문제가 없기도 하다.
게임스컴 2025에서 잠시 눈길만 두었는데도 '흥미롭다고' 생각한 인디게임 몇 가지를 모아 봤다. 진짜로 겉으로만 보고 판단해본 게임들이니 실제 게임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초콜릿을 먹을 때 포장지를 까며 맛을 상상할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다.

# 레인98

<레인98은> 9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로우 파이 심리 스릴러 로맨스 어드벤처'다. 타임슬립한 주인공은 세계가 멸망하길 원하는 비관적인 소녀와 만나게 되는데(흡연도 한다), 그 세계 멸망의 수단이란 것은 수첩에 씰을 100장 붙이는 것. 씰을 붙이기 위해 주인공은 소녀와 함께 도시 이곳저곳을 오가며 90년대의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개발 계기가 흥미로운데, 일본 매체 4게이머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개발자는 케이팝 걸그룹 '아이브'가 콘서트에서 세일러복을 입고 90년대 곡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고, 문득 "그 무렵의 문화는 좋다",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와 90년대의 세계에서 보내는 체험의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레인98>은 일본의 인디게임 행사 '인디 라이브 엑스포'에서 4월 공개됐다. 개발자에 따르면 당시 공개한 PV는 콘셉트에 가까운 것으로, 게임의 본격적은 개발은 3월 시작한 상태였다. 게임스컴과 같은 행사에서는 플레이 빌드가 공개됐고, 스팀에서는 2025년 출시로 예정되어 있으나 아무래도 연기의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레인98>은 한글화가 확정되어 있다.


# <스타베일 프로토콜 A.A.A.>

중국의 인디, 소규모 게임 전문 퍼블리셔 '위스퍼게임즈'의 부스에서 발견한 게임이다. PC-98 시대의 일본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롤플레잉 '갤게임'(galgame - 여성 캐릭터[갸루=gal]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비주얼 노벨)이다.
주인공은 초광역 무역 기업 EN 코퍼레이션의 집행관. 전투 준비 완료 특수 대리인 아키미와 파트너를 맺고, 신비로운 행성 정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먼 별의 영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점프 사고로 인해 도착이 19,280배 지연되고 만다.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풍 세계관에서,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 및 사이드 퀘스트, 여러 랜덤 인카운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테이블탑 RPG처럼 주사위 굴림이나 캐릭터의 스킬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PC-98 시절의 고전 게임을 연상시키는 아트워크가 인상적인 게임이며, UI가 특히나 특정 취향의 게이머에게 직격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내 출시 예정이며 아쉽게도 한글화는 확정되지 않았다. 참고로 2023년 게임잼에서 개발했던 버전을 기반으로 한 초기 체험판은 itch.io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 <노, 아임 낫 어 휴먼>

러시아의 인디 게임 개발사 Trioskaz가 개발한 호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사실, 일전에 기사를 통해 소개한 바 있으나 한번 더 담아 보았다. 본래
<노, 아임 낫 어 휴먼>은 유명 유튜브 채널 <로컬58>을 생각나게 하는, 일종의 크리피파스타 콘셉트의 게임이다. 태양의 이상 활동으로 낮에는 나가기조차 어려워진 지구에서, 밤에는 '방문자'라는 괴물까지 돌아다니는 상황. 방문자는 인간의 탈을 쓴 정체 불명의 괴물이다.
뜨거워진 날씨와 방문자의 습격으로 사람들이 피난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방문자'인지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집으로 들여보낸 경우 날마다 뉴스에서 '사람과 방문자를 구분하는 법'을 알려 주며, 방문자로 의심이 가는 사람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2025년 9월 16일 출시되며 한글화가 확정되어 있다. 데모 버전은 지금도 스팀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 <드로운드 레이크>
<노, 아임 낫 어 휴먼>의 바로 앞에서 시연되고 있었던 게임. 기자 카롤리나, 긴급 구조원 하파엘, 혹은 늙은 어부 레오폴드 중 한 명을 선택해 무시무시한 호숫가를 탐사하는 게임이다. 구조 임무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내 괴기하고 불안한 사건으로 번지게 되며, 호수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고 플레이어는 사악한 존재와 맞서게 된다.
이 게임을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시연을 잠시 지켜보며 독특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수를 조사하는 만큼 플레이어는 보트를 타고 이동하게 되며, 탑 뷰 시점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종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낚시를 진행햐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건을 낚아 올릴 때 카메라에 보이는 흐린 실루엣이 주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스팀 상점 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의 다양한 민담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으며, 각종 토착 신화, 미지의 생물, 실제 역사 등을 한데 섞어 색다른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다.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글화가 확정되어 있다.


# <언비터블>

무대를 파괴하면서(말 그대로) 공연을 부수는(비유적으로) 아니메 느낌의 리듬 어드벤처다. 2021년 스팀에 무료 출시된 <UNBEATABLE [white label]>에 여러 추가 콘텐츠를 담은 풀 버전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뮤즈 대쉬>와 유사한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스팀 상점의 설명 페이지에 '파괴'라는 묘사가 괜히 담긴 것이 아니라는 듯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강렬한 연출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스토리 요소 또한 중시에, 스토리 콘텐츠에서는 지역을 탐험하거나 음료를 서빙하는 등의 미니게임이 존재한다.
현재 데모 버전을 스팀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정식 출시는 11월 7일로 예정됐다. 한글화는 확정되지 않았다.


# <여기 자리 있나요?>

2025년 2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에 등장해 기자가 눈여겨본 게임이다. 게임 제목은 <Is This Seat Taken?>으로 직역하면 <여기 자리 있나요?>다. 사람들을 원자는 자리에 앉히는 퍼즐 게임으로, 영화관, 붐비는 버스, 결혼식, 좁은 택시 속에서 플레이어는 손님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리를 직접 배정해야 한다. 민감한 후각을 가진 사람은 향수를 뿌린 사람 옆에 앉기 싫어하고, 졸린 승객은 시끄러운 음악을 재생하고 있는 사람 옆에 앉기를 꺼리는 식이다.
콘셉트의 흥미로움 때문인지, <여기 자리 있나요?>는 게임스컴 2025 어워드의 'Most Wholesome'(가장 신선한 게임) 분야에 노미네이션됐다. 2025년 8월 7일 출시됐으며, 안타깝게도 한글화는 되어 있지 않다. 인디게임 전문 블로거 쿠타르크는 "적당한 난이도의 퍼즐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꽤나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게임"으로 호평했다.

# <스카이 더 스크래퍼>

'빌딩 청소'와 '생존'이라는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일본의 인디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스카이'를 조종해 고층 빌딩 유리창을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며, 60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와이어와 청소 도구를 통해 깨끗하게 닦아내야 한다.
스카이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기도 한데, 번 돈으로 세금, 집세, 치료비와 같은 생활비를 감당하며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이나 병치레를 막기 위해 적절히 휴식과 오락을 병행해줄 필요가 있다. 일상 파트에서는 <카마이타치의 밤>이 생각나게 하는 실루엣 형식의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제1회 GYAAR Studio 인디 게임 콘테스트에서 입상했으며, 일본 인디게임 행사 '비트서밋'에 게임을 출품하기도 했다.
2025년 7월 30일 스팀에 정식 출시됐으며, 아쉽게도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밴딧 나이트>
반다이 남코가 주최하는 일본의 인디게임 어워드이자, 수상작들에게 개발비 및 개발에 관한 도움을 주는 행사 '제 2회 GYAAR Studio 인디 게임 콘테스트'에서 플래티넘 등급으로 입상했던 게임이다.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는 '도적'이기에 고전 RPG가 생각나는 2.5D 픽셀 아트 그래픽과 달리 플레이어는 이곳저곳을 오가며 사람을 소매치기하고, 악한 자들의 보물을 훔친다. 2026년 봄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한글화는 확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