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후 두 달이 넘어선 시점이라 지금 소개하기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7월 3일 시작해 17일 마무리된 <니케>의 ‘OVER THE HORIZON’ 이벤트에는 한 가지 독특한 면이 있었다. 바로 필리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스시즈(Xuxhiz)와 협력해 ‘Astronaut Airlines’라는 곡이 선보여진 것.
‘코스모그래프’(Cosmograph)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가 이끌고 있는 <니케>의 OST 퀄리티야 의심할 바가 없지만, 이 곡에는 확실히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보통 서브컬처풍 게임이 선호하는 여성 보컬 대신 케이팝 아이돌이 생각나는 남성 보컬이 곡을 이끌었으며, 유명 아티스트가 아닌 인물을 섭외해 곡을 맡겼다는 것이다.
곡의 톡톡 튀는 분위기도 상당히 인상적인데 기자는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 곡을 접하게 됐다. 유튜브를 통한 댓글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이 곡의 작곡가 스시즈는 어떤 인물일까?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는 어떻게 이 인물을 섭외하게 되었을까? 싱어송라이터 스시즈와 서면으로 ‘Astronaut Airline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스시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빈스(Vince)이고 스시즈(Xuxhiz)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 프로듀서입니다.
Q.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셨는지, 주로 다루시는 장르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저는 주로 팝 음악을 작곡합니다. 음악 활동 초기, 한국의 스트리머 하츄비(HAchubby)의 노래 ‘I Wanna Leave Me’를 프로듀싱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팬송으로 시작했는데, 그 작업이 계기가 되어서 실제로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됐죠. 그 이후에는 Asian Hideout(아시안 하이드아웃)이라는 그룹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게 되었고, ‘Sugar Rush’나 ‘ERROR 403: paradise x paradigm’, ‘Ice Cream’과 같은 곡을 제작했습니다.
Q. <니케>와의 음악 협업 제안은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 코스모그래프님이 먼저 제안을 보낸 것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Xuxhiz의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제안을 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코스모그래프님이 먼저 저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Asian Hideout과 작업한 음악을 우연히 보셨고, 그 중에서도 ‘ERROR 403: paradise x paradigm’을 가장 좋게 평가하셨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제가 보여준 프로덕션 스타일이 그 시점의 <니케>의 방향성과 잘 맞았기 때문에 협업 제안을 주신 것 같아요.
Q. 제작 과정은 어떠셨나요? 코스모그래프님이 프로듀싱을 맡았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나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작업 과정에서는 정말로 많은 창작의 자유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써,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완성도 있는 곡을 작곡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죠. 코스모그래프님은 전체적인 프로덕션, 특히 가사와 테마 측면에서 많은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Q. ASTRONAUT AIRLINES의 특징이라면 여행을 떠날때 듣기 좋은, 굉장히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가사는 지구 건너편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열망을 노래하고 있죠.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키워드는 어떻게 기획되고 작곡됐는지 궁금합니다.
A. 곡의 가사는 제 음악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을 거쳐 쓰이게 되었습니다. ‘Sounds of Selah Music House’라는 곳에서 주최한 음악캠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와 작업한 경험이 있는 작사가 Chikk님이 설립한 곳입니다. Chikk님의 작업물은 국경을 넘어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저 역시 이 분 덕분에 음악 산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stronaut Airlines의 가사는 이 음악 캠프에서 느꼈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로 소중한 추억을 쌓았고, 멋진 친구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그래서 그 때의 따뜻하고 감사한 감정들을 이 곡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Q. 코스모그래프님이 요청하신 구체적인 콘셉트가 있었을까요?
A. 제가 받은 키워드는 세 개였습니다. 비행기, 비행, 사랑입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로 활용하기 좋았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가 보고 싶은 나라가 정말 많아요.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에 사랑에 빠져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Q. 보컬이 이끌어가는 중독적이고 톡톡 튀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멜로디는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A. 감사합니다! 멜로디는 비교적 쉽게 만들어졌어요.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멜로디는 제가 처음 떠올렸던 버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다만, 브릿지 부분의 작곡과 멜로디는 조금 나중에 완성됐습니다. 2절 이후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흐름을 상상하며 만들어야 했거든요.
저희 업계에서는 가사와 멜로디를 함께 만드는 것을 ‘톱라인(Topline)’ 작업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저는 작곡된 트랙을 들으면서 동시에 톱라인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번 곡도 가사를 쓰기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Q. 가사를 직접 작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사 중에 'The cosmos graphed a plane to make the stars align'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프로듀서인 코스모그래프님의 닉네임을 의도한 것 같은데 혹시 맞을까요?
A. 하하, 맞습니다. 코스모그래프님 최고!
Q. 'Not just pixels on Discord'나 'If I had a superpower, I would teleport me to your hour'와 같은 가사가 인상적었어요.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가사가 많은데,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음악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디스코드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상 공간에서, 비슷한 길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디스코드의 친구들과 직접 만나게 될 텐데 늘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순간이동을 고를 겁니다. 바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Q. 곡의 반응을 보니 중간에 필리핀 항공의 안내 음성이 들어간 것이 재밌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려 넣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 곡을 작업하며 받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였습니다. 문득 “이런 것을 넣으면 곡이 귀엽고 유니크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mabuhay(마부하이 - 환영합니다)’라는 단어는 저의 필리핀 문화와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라 꼭 넣고 싶었습니다.
곡이 나온 후 필리핀의 <니케> 팬 분들이 이런 부분을 알아봐 주실 때마다 정말 벅차고 기쁩니다. 솔직히 말하면 비행기나 비행을 주제로 한 노래에서 “Welcome to Astronaut Airlines” 같은 문구는 꼭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Q. 한 가지 독특하다고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니케>와 같은 서브컬처풍 게임은 여성 보컬이 메인이 되는 곡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ASTRONAUT AIRLINES은 케이팝 아이돌을 생각나게 하는 경쾌한 남성 보컬이 핵심인 곡이죠.
덕분에 <니케>의 다른 곡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느낌을 줬고, 이런 음악을 잘 듣지 않음에도 ASTRONAUT AIRLINES는 정말 좋았다는 반응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작곡가나 프로듀서 입장에서도 이 부분은 고민이 됐을 것 같은데 작곡 과정에서 혹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A. 이런 스타일의 프로젝트는 저에게도 정말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 세계에 제가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코스모그래프님은 이 곡에 대해 저에게 진심으로 믿음을 가져 주셨고,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Astronaut Airlines’의 비전, 특히 보컬을 아주 긍정적으로 봐 주셨어요.
한 한국 <니케> 팬 분은 “세븐틴의 노래 같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는데요. 정말로 저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었습니다. 세븐틴을 좋아하고, 제가 지금 이 일을 사랑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거든요. 어떤 분들은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런 피드백이야말로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Q. 이번 곡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The cosmos graphed a plane to make the stars align.”이라는 부분입니다. 저는 말장난을 정말 좋아해서 이 문장을 썼을 때 살짝 “나 천재 아냐?” 싶었어요. 하하. 코스모그래프님에게 바치는 의미로 쓴 구절인데, 이 라인을 좋아해 주셨으면 했습니다.
브릿지 부분도 정말 좋아해요. 제 최애 파트 2위지만 거의 1위에 가까울 정도예요. 이 구간 전체가 하나의 감정선처럼 느껴지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 것 같아요.
Q. 그 외에도 작곡 과정에서 재미있는 비화가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sunset over the horizon”이라는 가사는 제 곡이 들어간 <니케>의 이벤트 이름 ‘Over The Horizon’에서 영감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Q. 일렉트로닉 음악은 정말 오래 들었지만, 저는 음악을 배운 것은 아니라 세세한 기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곡을 들을 때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곡에서 Oh Baby를 외치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by부분을 잘 발음하지 않아 oh-ba(우-베)하는 것처럼 들리면서 리듬감을 살리는데요. 이렇게 발음을 조정해 곡의 리듬감을 살리는 것은 작곡가가 직관적으로 창작해서 사용하는 것인가요?
A. 맞아요. 저는 저는 곡의 감정을 더 살리기 위해 일부러 발음을 변형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이번 곡에서는 “ooh, baby”라고 부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이 문맥에서 “baby”를 정확하게 발음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거든요. 약간 웃기기도 해요. 이렇게 살짝 엉뚱하고 독특한 발음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기뻤고, 짧지만 따라 부르기 쉬운 중독성 있는 훅이라 저도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TMI를 하나 덧붙이자면, 저도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자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어요!
Q. 공개 후 곡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니케>의 OST를 찾아 듣는 팬들도 있습니다. 알고리즘 덕택에 우연히 이 곡을 알았고 인터뷰까지 요청드리게 됐는데요. SNS에서 "내 음악이 천 번 이상 재생되는 것"이 꿈이라고 언급하셨었는데, 공개 후 좋은 반응을 보시며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A. 코스모그래프님이 제가 참여했던 Asian Hideout과 관련한 작업물을 보고 저를 찾아주신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이런 연결이 알고리즘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그 덕분에 이렇게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이 이어진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마치 여러분이 ‘Astronaut Airlines: Over the Horizon’을 발견해주신 것처럼요. 그리고 이 인터뷰도 정말 감사드려요. 제 인생 첫 인터뷰거든요! 곡에 달린 반응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정말 황홀했어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 노래가 세상에 나가고,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게 늘 제 꿈이었습니다.
Q. SNS에 "감사의 의미로 <니케>를 플레이하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니케>를 플레이하고 계신가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A. 사실 게임은 많이 플레이해보진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기기에는 설치해두었고, 세계관이랑 게임 시스템에 대해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지금까지 접한 바로는 정말 흥미롭고, 확실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하나 읽어보는 중이지만, 라피(Rapi)가 유독 기억에 남았어요. 가끔은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저에겐 그런 따뜻한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소라라는 니케도 정말로 획득하고 싶었습니다. Over the Horizon 이벤트의 캐릭터라서 더더욱요.
Q. <니케>의 OST는 정말 뛰어나다고 느껴서 종종 유튜브로도 듣습니다. Xuxhiz님이 인상적으로 들으신 <니케>의 OST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니케>의 LEVEL NINE 앨범에는 멋진 곡이 정말 많죠. 그중에서도 'You’ve always got me'와 'I FEEL SO ALIVE'를 가장 좋아합니다!
Q. 혹시 추후에 <니케>와 다시 협업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곡을 작곡하고 싶으신가요?
A. 기회가 주어진다면 <니케>에 더 많은 팝 음악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Q.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하고 싶은 자신의 곡이 있나요? 제 경우에는 keylimepie, Katto404과 협업한 'One Minute'이 좋았습니다.
A. ‘One Minute’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Love Request’라는 곡도 추천드려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R&B 팝입니다.
Q. 마지막으로 <니케> 유저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니케 플레이어 여러분, ‘Astronaut Airlines: Over the Horizon’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곡을 단 한 번이라도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 한 번의 재생이 저에겐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이 노래가 <니케> 팬 여러분의 마음에 남았다는 사실은 제 마음을 가득 채울 만큼 벅찬 일이에요. 저는 매일 다양한 언어로 달린 댓글들을 읽고 있어요. 여러분이 이 곡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고, 그런 마음들이 저를 더 열심히 음악 작업에 몰두하게 만들어요. 이 노래를 사랑해주시고, 또 제 음악을 더 듣고 싶어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