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 그리고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주최하는 연례행사 ‘언리얼 페스트 2025’가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제조 등 여러 업계의 종사자들이 발길이 모인 이번 행사를 위해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가 현장을 찾았다.
키노트 세션을 마치고 팀 스위니 CEO와의 미디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의 인앱 결제 규제 환경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부터 국내 게임사와의 상표권 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 그리고 크래프톤을 넘어 한국 게임 생태계 전체와 만들고 싶은 미래까지,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국은 게임의 중심이다.” 팀 스위니 CEO가 한국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긴 답변이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게이머와 개발자, 그리고 게임 산업에 대한 진지한 존중이 있는 곳. 그가 한국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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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Q. 얼마 전 구글과의 반독점 소송 2심에서 승소했고, 삼성과의 소송은 합의로 마무리됐다. 삼성과의 합의 조건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있을 구글과의 3심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A. 팀 스위니: 삼성과 오랫동안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일부 논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합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미 공개된 정보 외에 추가로 공개할 내용은 없다. 다만 삼성과의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삼성과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 애플과의 소송에서 이겼고, 호주에서도 구글과의 소송에서 이겼다. 이제 영국에서 구글과의 소송이 남아 있다.
이 싸움은 2020년부터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규제 당국과 입법 기관이 애플과 구글의 비즈니스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이러한 관행의 결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공정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이에 대한 긍정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개발자들에게는 더 많은 공정 경쟁의 기회가 열리고 더 많은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 기대한다.
Q. 한국에서도 인앱 결제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유관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의 규제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앞으로 어떻게 풀려가길 바라는지?
A. 한국의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 앱스토어의 독점 싸움을 보면 흥미로운 역사적 교훈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이나 기업이 법을 준수할 것이라 가정하고 법을 제정하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도 예외 없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구글과 애플의 스탠다드는 다르게 보인다. 이들은 전 세계의 법을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법을 지키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 법이 통과되었을 때 애플과 구글의 행태를 보라. 처음에는 법을 따르는 척하더니, 외부 결제 업체에 수수료를 26%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이는 말도 안 되는 행위다. 회사가 자신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신의 플랫폼에 입접한 타사 서비스에도 수수료를 청구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앞으로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체제 형성을 위한 법이 제정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서 경쟁하고 여러 결제 시스템이 경쟁할 수 있어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게이머과 개발자 모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반독점 및 경쟁 시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미 입법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구글과 애플의 로비스트들이 마치 공정 경쟁을 위한 법을 만들면 미국 행정부가 보복할 것처럼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규제나 법이 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Q. 앞서 키노트 세션에서 향후 언리얼 엔진에 AI 개발 툴을 추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간 AI에 보수적이었던 에픽게임즈가 AI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앞으로 AI가 게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A. 앞으로 3년 내에 게임 개발은 AI로 인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특히 큰 기업보다는 소규모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더 큰 혜택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게임 산업도 2년 내에 크게 변화할 것이다. 콘텐츠의 생산성은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향상되고 3D 아트 같은 생산품의 퀄리티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AI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용 문제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게임 회사들은 서로 경쟁하며 더 크고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고용 자체는 오히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에픽게임즈가 직접 최첨단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할 계획은 없다. 이미 오픈AI나 구글 같은 AI 전문 대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와 같은 게임사들의 역할은 그들이 제공하는 최첨단 모델을 가져와 우리만의 혁신적인 역량을 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 개발 속도를 높이거나, 게임 엔진을 특정 목적에 맞게 파인튜닝 하거나, 더 작은 특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본격적인 텍스트, 이미지, 비주얼 생산 모델은 AI 전문 기업들이 만들어 제공할 것이며, 게임 개발사들은 이를 자사의 게임에 맞게 특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AI는 기존보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미래의 게임이 현재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도록 도울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게임을 더욱 몰입감 있고 참여적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키노트 발표 중인 팀 스위니 CEO
Q. 앞서 국내 게임사 에피드게임즈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 에픽게임즈와 상표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대응 계획이 궁금하다.
A. 해당 회사와 소송을 진행한 사실이 없으며, 앞으로도 소송을 제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
에피드게임즈의 상표가 등록될 당시, 해당 상표가 우리의 상표와 유사하여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표권 등록 과정에는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반적인 절차가 있으며, 우리는 그 절차에 따라 게임 산업 내에서 두 이름이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물론 우리는 이것이 언어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 영어에서는 ‘Epid’와 ‘Epic’이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한국어로는 ‘에피드’와 ‘에픽’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국 당국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여 최종적으로 상표가 등록된 것으로 알며, 우리는 그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한다. 다만, 만약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고유한 회사 이름과 서비스를 대표하는 상표권에 대해 혼선의 여지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매우 일반적이고 평범한 절차다.
Q. 키노트 세션에서 크래프톤과의 협업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크래프톤 외에 한국 게임 생태계와 어떤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지 듣고 싶다.
A. 파트너십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훌륭한 게임사라면 어디와도 협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근본적인 목표는 단순히 개별 게임을 넘어, 게임 경제 전체를 혁신하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공식 발표한 디즈니와의 협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저희는 디즈니, 마블 등의 IP를 활용한 '디즈니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핵심은 ‘상호 호환성’이다. 예를 들어, <포트나이트> 월드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디즈니 월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한 형태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경제 통합의 기회는 모든 기업에게 열려 있다.
상호 호환성은 캐릭터, 자동차, 의상, 심지어 이모티콘과 같은 모든 아이템에 적용될 수 있다.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이러한 '상호 호환 경제'는 게임 업계에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게임 산업 전체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존 기업의 흥망성쇠가 갈리고 새로운 강자가 떠오르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에픽게임즈는 크래프톤과 파트너십을 맺고 언리얼 엔진 기반의 <배틀그라운드> UGC 생태계 구현을 지원한다.
Q. 최근 언리얼 엔진 5로 개발된 게임들에서 최적화 이슈가 발생해 유저들의 불만을 야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픽게임즈 측에서 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A. 언리얼 엔진 5 기반 게임이 특정 PC나 GPU에서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개발 과정의 순서에 있다. 많은 개발사들이 최고 사양의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게임을 개발한 뒤,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최적화(Optimization)와 저사양 기기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적화는 결코 쉽지 않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이상적으로는, 개발 초기 단계, 즉 본격적인 콘텐츠 빌드가 이루어지기 전에 최적화가 진행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언리얼 엔진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적화는 수작업 공수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므로, 다양한 기기에 대한 자동화된 최적화 기능을 제공하여 개발사가 더 빠르고 쉽게 작업을 진행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개발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테스트와 최적화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최적화는 조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엔지니어가 직접 개입하여 최적화 기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드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해 게임 자체의 복잡도가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에, 엔진 단에서만 최적화를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게임 개발사와 저희 같은 엔진 개발사가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 또한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며 쌓은 최적화 기술과 노하우를 언리얼 엔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저사양 PC에서도 게임이 원활히 구동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포트나이트>가 하나의 거대한 UGC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났고, 이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UGC 콘텐츠 같은 경우, 기존 IP나 게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픽게임즈의 노력과 대응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리는 정직한 개발사 및 미디어사와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트나이트> 생태계 내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규모 UGC 플랫폼이 공통으로 겪는 과제다. 에픽게임즈 역시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여 콘텐츠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반 사례를 발견하고 해당 콘텐츠를 신속히 내리는 공식적인 ‘테이크다운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현재 이 과정의 많은 부분이 수작업으로 진행되지만, 앞으로는 AI 기술을 도입해 탐지 및 조치 과정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파트너들과 공식 계약을 통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모든 생태계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 준수는 매우 중요하며, 테이크다운 프로세스를 앞으로도 명확하게 이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업계의 더 많은 기업과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며, 법과 제도 안에서 더욱 안전하고 잘 통제되는 생태계를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포트나이트>의 게임 모드 선택 화면
Q.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의 게임, 콘텐츠 시장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그리 큰 시장도 아닐텐데,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A. 개발자로서 여러 국가의 다양한 문화를 접해왔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은 감히 “게임의 중심”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몰입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는 전문적인 게이머의 비율 역시 다른 어떤 곳보다 높다. 이러한 열정적인 게이머 문화는 창의적인 개발 문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세계 무대에서 창의성으로 경쟁해야 하는 게임 산업의 특성상, 한국은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게임 산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큰 차이를 느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 회사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치부하며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게임 산업에 대한 존중과 진지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느낀다. 무엇보다 한국 개발자분들이 언리얼 엔진 기술에 보여주시는 사랑과 열정, 그리고 기꺼이 쏟는 엄청난 시간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물론, 맛있는 한국 음식 역시 한국을 좋아하게 되는 좋은 이유 중 하나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