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게임스컴에서 가장 긴 대기줄을 만들어낸 작품 중 하나는 단연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이었다.
시연 기기 150여 대 넘게 준비된 대규모 부스는 그 자체로 눈길을 끌었고, 일요일(24일)까지 관람객들은 두세 시간을 기꺼이 기다리면서 체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숱한 연기 발표로 기대감이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인상이지만, 글로벌에서 이 게임은 여전히 주요 신작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게임스컴 2025의 <붉은사막> 부스
<붉은사막>은 IP 파워를 내세운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 밀려 게임스컴 어워드를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결국 동방의 새로운 게임 타이틀이 치열한 경쟁의 게임 세계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시연사막'이라는 일각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로벌 무대에 올라 게이머들의 검증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과 중국의 여러 게임사들은 그 전략을 채택해 일종의 '스파링'과 같은 시연을 계속하고 있다.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의 연이은 출전과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탐색전'은 이를 증명한다.
세계 게임계를 주름잡은 '가닥'이 있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올해 닌텐도가 얼마나 큰 부스에서 얼마나 큰 공을 들여 <포켓몬 Z-A>를 소개하고 있는지를 보면 <붉은사막>의 시연 전략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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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번 <붉은사막>의 게임스컴 시연은 약 50분 가량 진행됐다. 지난 시연은 네 명의 보스를 젠 구역으로 순간이동하여 상대하는 존(Zone) 입장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컷씬과 스토리 진행, 오픈월드의 탐험이 조금 더 전면에 배치됐다. 튜토리얼 이후 플레이어가 만나는 것은 주인공 클리프가 용병단과 함께 반란군이 차지한 성으로 향하는 길. 먼저 맡게 되는 임무는 대포를 조작해 적의 감시탑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전장 한가운데서 적의 방어막을 무력화한 뒤에는 깃발을 일으켜 아군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깃발을 세우면 병력을 모이게 되고 공성전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박진감을 더하게 된다. 화살과 창, 진격하는 병사들은 화면 가득 진주해 오며 마치 원 테이크 전쟁 영화씬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에는 이들 적을 모두 일소하는 것보다는 적들을 적절히 무시하면서 앞으로 달려나가 과제를 수행하는 플레이가 요구됐다.

▲ 대포를 쏴서 감시탑을 무너뜨리고

▲ 전장의 선봉에 서서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이번 빌드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세 번의 점프와 활강으로 전장을 가로지르고, 로프를 걸어 고지대를 단숨에 점령하는 장면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플레이 자체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약공격, 강공격, 그래플링, 원거리 화살 공격에 HP 회복과 스태미나 관리에 특수 공격까지 쏟아지면서 조작감에 어려움을 겪었다. 몇 번의 시연에도 이런 지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개발진의 철학에 가까울 것인데, 정식 출시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조작이 익숙해질지 궁금하다.
전투 시스템은 공격 옵션을 종횡으로 확장해놓았는데, 한꺼번에 하늘에서 수많은 화살이 쏟아져 많은 적을 일거에 해치우는 ‘효시’와 무기에 원소 속성을 부여해서 얼음 속성이나 불 속성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섭리의 팔찌’가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한 깃발을 드는 콘텐츠는 L3+R3을 눌러 '집중모드'에 돌입하고 잡기(△ + ○)를 눌러 오브젝트(깃발)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잡기가 설정됐으면 X를 연타해 들어올리고 △로 작용을 완료하게 된다.

▲ 활공과 로프를 활용해 눈에 보이는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 전투에선 다양한 스킬을 사용해 화려하고 호쾌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체험의 마지막은 보스전은 이 깃발들기를 기둥 부수어 때리기로 옮겨놨다. 보스 카시우스 모턴은 일반 공격을 아무리 많이 때려도 무찌를 수 없다. 일반 공격으로 스턴 상태를 만든 뒤에, 카시우스 모턴이 깨고 다닌 기둥을 앞선 과정대로 주워서 세 번 성공해야 한다.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보스전이었지만, 길지 않은 시연 단계에서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체력 100% 상태로 무한정 부활할 수 있었으므로 어떻게든 공격에 성공을 할 수는 있었지만, 입력이 지나치게 길었다.
락온 기능은 전투의 호흡을 크게 좌우했다. L1을 누른 채 유지하는 ‘홀드 락온’은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했다. 반면 L1을 두 번 눌러 발동하는 ‘토글 락온’은 시야와 움직임을 모두 특정 적에게 집중시켜 보스전에서 집중도를 더했다. 두 방식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재미는 확실했지만, 전투 도중 이를 번갈아 가며 쓰는 과정은 초심자에게 다소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홀드를 해야 할 잡몹에게 토글을 하고 다시 해제하기를 반복했다.
보스전으로 가는 짧은 시간 중에도 주인공을 둘러싼 더 큰 서사의 단서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함정에 빠져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 그중에서도 웅카와의 재회는 단순한 전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동료들의 존재는 <붉은사막>이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오디세이 군상극을 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검은곰'을 비롯해 게임에서 맞닥뜨릴 적들의 존재와 그들이 적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 등등은 줄거리에 재미를 더할 것이다.

▲ 기둥을 들어…

▲ 있는 힘껏 내려찍기!

▲ 자이언트 웅카와 등을 맞대며 싸우는 협동 액션은 꼭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리하자면 게임스컴 데모 버전 <붉은사막>은 단순한 액션 RPG의 틀에 머물지 않았다. 포격과 공성전, 웅카와의 드라마틱한 재회, 그리고 카시우스 모턴과의 치열한 일전까지, 한 편의 전쟁 서사시를 연출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느꼈다. 여전히 조작은 복잡하고 초심자에게 불친절한 구석이 남아 있었지만, 이 고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감은 든다. 활을 꺼내서 L2로 조작하고 R2로 쏘는 이 3단계의 동작은 일말의 타협이 없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자체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들 개발의 기술적 난도와 고집은 더 집요하게 다가온다. 게임을 마치고 부스를 나서며 남은 인상은 간단했다. <붉은사막>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그 야심과 가능성만큼은 이제 분명하게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각인됐다. 게임계 모든 것을 집어 삼킬 <GTA 6>의 출시 국면에서 이 게임이 분투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므로 이 게임은 기필코 완성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