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25년 여름, 캡콤의 신작 <프레그마타>의 시연 버전을 무려 3번이나 플레이했습니다.
한 번은 최초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에게 시연 버전이 선보여졌던 6월의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다른 한 번은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 '게임스컴' 개막 직전 현지에서 진행된 게임 행사 '엔비디아 PC 게이밍 쇼'에서, 마지막 한 번은 이번 게임스컴에서입니다.
위법(?)적이거나 월권을 이용한 행위는 아니고, 모두 적법하게 신청해서 플레이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플레이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래그마타>는 정말 재미있고 독특한 게임입니다. 특히 슈팅이나 3인칭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더더욱이요.
특유의 퍼즐 액션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정식 출시 때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기자는 <프래그마타>가 시도한 시스템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첫 시연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기대 없이 '캡콤이 늘 만드는 액션 게임' 혹은 종종 보이곤 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SF 액션 게임이겠거니 했는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공개된 대로, <프래그마타>는 액션과 퍼즐이 결합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한 쪽으로는 총을 조준하면서, 한 쪽으로는 한붓그리기를 해야 하죠.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적을 조준하면 듀얼쇼크의 ○, ×, △, □로 조작하는 퍼즐이 나옵니다. 이 퍼즐을 풀어야 적의 '약점'이 개방되어 수월하게 처치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해킹을 하지 않으면 적이 워낙 단단해서 쓰러트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해킹 퍼즐에서 다양한 노드를 통과할 수록 대미지가 강화되거나 여러 부가 효과를 얻게 됩니다. 빠르게 결승점으로 달려서 해킹을 완료하는 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충분하거나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더 부가 효과를 얻는 방식으로 해킹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무기 시스템은 조금 독특합니다. 특별한 무기를 얻어서, 탄약만 제때 보충하면 업그레이드해 가면서 영원히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시연 버전 기준, 대미지가 약하고 재장전도 느린 에너지 충전형 권총 하나입니다. 다른 무기로는 샷건(쇼크웨이브 건)과 적을 느리게 하는 역장을 만드는 스테시스 필드 생성기가 있으며, 필드에서 사용해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 임시로 사용하고 버리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샷건과 같은 경우는 한번 발사하면 재발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다른 무기와 스왑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샷건의 다음 사격을 기다리는 것보다 권총으로 바꾸는게 훨씬 더 빠르거든요.

그리고 <프래그마타>는 이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적이 등장하면 '빠르게 상황에 맞춘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령 플레이어가 좁은 복도에 있고, 적이 세 명 등장합니다. 한 명은 체력이 많은 거대한 적, 한 명은 평범한 인간형 적, 한 명은 체력이 약하지만 공중에서 활공하며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이라고 합시다.
기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즉시 인간형 적과 거대한 적에게 스테이시스 필드 생성기를 발사해 발을 묶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적을 먼저 빠르게 해킹해 약점을 노출시킨 후 샷건을 발사합니다. 이쯤이면 드론의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는데요. R1 버튼을 눌러 회피한 후 드론을 해킹하고 처치합니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아온 샷건과 권총을 발사해 거대한 적을 처치하고, 마지막으로 인간형 적을 해킹한 후 쓰러트립니다.

단순히 좁은 복도에 적 3명이 등장했을 뿐인데 플레이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빠르게 판단한 후 실행하게 되죠. 비슷한 3인칭 액션인 <데드 스페이스>가 절단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프래그마타>는 해킹을 기반으로 이런 판단을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팅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단순히 쏘고 맞추는 것 대신,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인데요. "요즘 게임 다 비슷비슷해"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서, 기본을 살리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정말 잘 구현한 느낌입니다.
보스전으로 상황을 한번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시연 버전의 보스는 거대한 이족 보행 로봇입니다. 해킹하면 등 뒤의 연료 전지가 약점으로 등장하죠. 보스는 처음 조우한 직후 두 번의 돌진 공격을 해 옵니다. 두 번 움직이면 잠시 멈추죠.
그러면 두 번 회피한 후, 곧바로 화면을 뒤로 돌려 등을 노출한 보스에게 스테이시스 필드 생성기를 발사하고, 해킹합니다. 그러면 그대로 약점이 드러나죠. 샷건을 발사하고, 권총으로 스왑해 쏘고, 다시 샷건의 발사 시간이 돌아오면 스왑해 쏩니다. 이렇게 하면 보스를 마주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적에게 이러한 약점 공격을 수 번 이상 성공할 경우, 적이 오버히트 상태에 빠져 연출고 함께 강력한 대미지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액션 게임의 '그로기'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프래그마타>의 이런 매커니즘은 단순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해서 곧바로 게임으로 구현한 것이 아닙니다. <프래그마타>의 요야마 나오토 PD와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프래그마타>는 '휴'라는 주인공과 '다이애나'라는 여자아이가 협력한다는 콘셉트를 개발 초기부터 확정하고, 이 콘셉트를 살려내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시도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의 시스템이 확정된 이후에도 엄청난 기간 동안 폴리싱을 거쳤다고 하죠.
이처럼 개발진이 시스템의 폴리싱을 위해 정말 노력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한 선배 기자가 남긴 언급인데요. "공격을 하다가 회피해서 해킹이 끊겨도, 적에 대한 해킹 진행도가 유지되더라. 이런 것들이 세세한 조작감이나 재미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증명 같다. 개발자가 이 부분을 신경 못 써서, 해킹하다 적 공격이 와서 회피했더니 처음부터 다시 해킹해야 하는 상황이 나왔다면 굉장히 짜증나지 않았을까?"입니다.
실제로 <프래그마타>에서 해킹을 하다가 퍼즐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로 중단하더라도, 적에게 다시 해킹을 시도하면 이전의 진행도가 유지됩니다. 해킹을 진행 상황을 초기화하고 싶다면 (절대 실수로 누르기 어렵게 배치된) 버튼을 눌러야 하죠. 기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단순히 재미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개발진이 이런 재미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느끼도록 수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에 성공했을 때의 피드백이나 무기의 사격 감각도 굉장히 상쾌한 부분이고요.

<프래그마타>의 콘셉트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보통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게임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나시나요? 당연히 <데드 스페이스>나 <시스템 쇼크>같은 게임을 생각하실 겁니다. 외로우면서도 무섭고, 정적인 우주를 배경으로 코스믹 호러적인 설정들을 더한 게임들이죠.
하지만, <프래그마타>는 일단 시연 버전 기준 분위기가 밝은 편이라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설정은 연락이 끊긴 달 기지에 주인공 '휴'가 동료와 파견됐다가, 쓰러져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다이애나'를 만나 폭주한 AI와 싸우며 탈출한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그래픽이 '파란 색감'위주로 디자인됐고 분위기가 앞선 게임처럼 굉장히 어둡고 등장하는 적이 그로테스크하지 않습니다.
SF 창작물에서 자주 나온 소재인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지식이 적어 순수한 고지능 AI와 교감하는' 콘셉트도 살아 있는 편입니다. 시연 버전에서 등장한 보스를 처치하면, 위기를 극복한 휴가 기뻐하며 다이애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쁠 땐 바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죠. 다이애나는 휴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요. 뻔한 소재라고 볼 수 있지만, 많이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되고 맛있는 소재라는 것입니다.


<프래그마타>는 2026년 출시될 예정입니다. 본래 2020년 공개돼 몇 년 뒤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가약 없이 출시일을 연기하다 지난 6월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2026년으로 출시를 확정지은 상태죠. 요야마 나오토 프로듀서는 "지금의 시스템이 확정된 후에도 밸런스를 위해 정말 오랜 기간 조정해 왔습니다. 마침내, 모두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상황입니다"라며 "2026년 출시는 진짜입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