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의 마케팅 플랜을 살피면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2023년경까지는 관계자 시연에 그쳤지만, 2024년부터 유명한 게임쇼에는 대부분 참가하며 미디어와 관람객들에게 적극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붉은사막>은 더 게임 어워드와 같은 온라인 게임쇼에서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한편, 게임스컴이나 지스타와 같은 일반 관람객 기반 행사에서 게임을 시연하고, 미국에서는 인플루언서 행사 ‘트위치콘’에 참여하는 한편 ‘프랑스 게임 파리 위크’라는 행사에서도 게임을 시연했다. 거의 전 세계를 돈 셈이다.
2025년에는 5월 게임 개발자의 행사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에 참여해 <붉은사막>에 활용된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기술을 선보이고, 같은 달에 열린 미국 ‘PAX WEST’에서 게임을 시연했다. 6월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서머 게임 페스트’에 참가해 해외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규 콘텐츠를 시연했으며, 7월에는 같은 달에 열린 중국의 게임 행사 ‘빌리빌리 월드’와 ‘차이나조이’에 모두 참가했다.

8월에는 다시 한 번 게임스컴에 참가해 게임을 시연하는 한편, 미국의 PAX EAST에서 다시 한 번 북미 게이머에게 시연하고, 9월에는 도쿄게임쇼에 참여해 일본 관람객에게 <붉은사막>을 최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붉은사막>은 굵직한 해외 게임쇼에서 한 번 힘을 줘 큰 규모로 시연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국내 게이머에겐 덜 알려진 해외의 게임쇼에까지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참여하며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해외 마케팅에 펄어비스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로 펄어비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 발표된 펄어비스의 2025년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북미,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64%다.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82%다.
이전의 실적을 살펴 보아도 펄어비스는 전통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더욱 높은 매출 비중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콘솔 게임이 보통 북미, 유럽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중국에서 같은 달 열린 게임 행사 ‘빌리빌리 월드’와 ‘차이나조이’에 모두 참가했다는 점도 독특한 대목이다. 이는 최근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 게이머에게 <붉은사막>을 미리 어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2025 상반기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콘솔 게임 시장은 10억 3,400만 위안(약 1,9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중국 전체 게임 시장을 생각하면 이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해외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에게 게임을 지속 노출해 <붉은사막>에 대한 관심도와 평가를 높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유튜브 등을 통한 인플루언서의 게임에 대한 평가가 일반 유저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몇몇 유튜버는 자신이 잘 아는 장르의 게임을 시연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철저하게 분석해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100만 단위의 구독자를 끌어모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이에 <붉은사막>은 계속해서 글로벌 여러 지역에서 게임을 시연함으로써 인플루언서들에게 <붉은사막>을 확실히 인식하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이어가고, 직접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5시간 플레이해 40분이 넘어가는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도 있으며, 무려 31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호평을 남겼는데, 해당 동영상의 후기는 국내 커뮤니티까지 전파되며 출시 전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줬다.
게임 미디어의 경우에는 영향력과 메타크리틱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가령, <붉은사막>이 2023년의 게임스컴에서 트레일러를 선보였을 때, 동영상이 ‘실제 플레이’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뮤니티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몇몇 해외 미디어는 트레일러의 모습이 실제 플레이 영상이 맞다고 정정하는 의견을 낸 바 있는데, 2023년 경 펄어비스는 이미 비공개로 관계자들에게 실제 게임플레이를 시연했다. 관계자들에게 미리 실제 게임플레이를 보여준 덕택에 오해를 피할 수 있었던 모습이다.
더불어, 글로벌 게임 미디어는 ‘메타크리틱’을 통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입점한 매체들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자유롭게 게임을 평가하는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의 평점은 게임의 흥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리뷰어와 일반 게이머의 평가 기준에 대한 괴리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늘 이야기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게이머가 메타크리틱 점수를 게임 구매 및 평가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붉은사막>은 이러한 글로벌 미디어에게 게임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게임의 특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최대한 많은 미디어가 <붉은사막>에 대해 인지하도록 함으로써 게임 출시 후 메타크리틱에서 많은 평가를 끌어모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크리틱 입점 미디어라도 신작 게임에 대한 리뷰를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세간의 관심도에 따라 게임을 평가하는 리뷰의 수가 크게 차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25년 6월 출시된 코지마 프로덕션의 <데스 스트랜딩 2>에는 145개의 전문가 메타크리틱 리뷰가 등록됐다. 그러나 같은 달 출시된 게임인 <마인즈아이>에는 전문가 리뷰가 15개에 불과하다. <마인즈아이>의 게임 퀄리티 자체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고, <마인즈아이>는 前 'GTA' 시리즈의 프로듀서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아예 주목받지 못한 게임은 아니었다. <마인즈아이> 역시 굵직한 글로벌 게임쇼에 참가해 트레일러를 선보였기도 하다.
만약 <붉은사막>이 해외 게임 미디어에게 눈도장을 미리 찍어 놓은 상태로, 출시 시기에 훌륭한 게임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숫자의 매체에게 고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10개 매체에게 호평을 받아 메타크리틱 점수가 높은 것보다는, 100개 이상의 매체에 호평을 받아 메타크리틱 점수가 높은 것이 ‘게임이 잘 나왔다’는 설득력에 힘을 실어 준다. 그리고 이러한 설득력은 당연히 일반 게이머에게 이어져 판매량 증대로 이어진다.
<붉은사막>은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300만 장 판매를 돌파한 국내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가 메타크리틱 기준 134개 매체의 평가를 통해 81점, <P의 거짓>이 68개 매체의 리뷰를 통해 80점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거의 완성된 막바지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콘솔 게임은 전통적으로 개발이 완료되기 한참 전부터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장기적인 브랜딩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게임 개발자 행사 ‘NDC 2025’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또한 키노트 강연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여기에 꾸준히 게임쇼에 참가해 시연 버전을 선보이고, 트레일러를 년마다 공개함으로써 관심이 식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