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와 <배틀그라운드>의 만남.
지난 7월 25일, 텐센트 산하 개발사 ‘사로아시스 스튜디오’가 신작 <페이트 트리거>의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지난 7월 10일 베타 테스트 트레일러를 공개한 후 FPS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있었는데, 조금 상스러운 이야기지만 트레일러의 1인칭 시점에서 특정 부위가 보인다는 점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레일러를 보고 붙은 별칭도 많다. 혹자는 서브컬처에 <포트나이트>가 혼합된 형태라고 하고, <에이펙스 레전드>의 서브컬처 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확하게는 두 게임의 시스템이 혼재된 가운데 <배틀그라운드>에 더욱 가까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각각 자신만의 역할군과 스킬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 슈팅’의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페이트 트리거>는 공개된 지 꽤 시간이 지난 게임이다. 지난 2024년 9월 최초로 게임이 공개돼 FPS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으며, 공개와 동시에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후 테크니컬 베타 테스트를 거쳐 현재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개발사 ‘사로아시스 스튜디오’가 <페이트 트리거> 외에도 오픈월드 RPG <귀환>(Rewinding Cadence)를 개발 중인, 텐센트 쪽에서 상당히 힘을 주고 지원하고 있는 신생 스튜디오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페이트 트리거>는 정확하게 어떤 게임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서브컬처 감성이 추가된 라이트한 <배틀그라운드>라고 볼 수 있는데,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후 체험기를 정리했다.
▲ <페이트 트리거>
게임명 : <페이트 트리거> (Fate trigger)
개발 및 유통 : 사로아시스 스튜디오스 (saroasis studios)
출시 플랫폼 : 미정
출시일 : 미정
장르 : 배틀로얄, FPS
한국어화: O (더빙 포함)
CBT 기간 : 7월 24일 ~ 종료 일자 미정
라이트한 <배틀그라운드>
<페이트 트리거>를 <포트나이트>나 <에이펙스 레전드>보다 <배틀그라운드>와 가깝다고 한 것은 전투 양상이 실제로 해당 게임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포트나이트> 처럼 무언가 건물을 짓고 이동 아이템을 사용해 빠르게 날아다니거나, <에이펙스 레전드>처럼 슬라이딩을 필두로 가속력을 받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배틀그라운드> 처럼 정찰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자리를 잡은 후 한 순간의 샷으로 적을 잡아내거나 갉아먹는 게임이다.
그 대신 신작답게 굉장히 편의성을 신경 쓴 면이 엿보인다. 첫째로 아이템 파밍이 굉장히 쉽다. <배틀그라운드> 초심자라면 땅에 떨어진 아이템을 줍거나, 탭 키를 누른 후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로 빠르게 가져오는 식의 파밍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페이트 트리거>는 자동으로 아이템을 획득해 주는 기능이 있어, 아이템 위를 이동하기만 해도 파밍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적을 처치한 후 시체 상자를 열었을 때, 상대가 자신이 장착한 것보다 고등급의 장비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도 자동으로 교체해 준다.
▲ 아이템 위를 달리기만 해도 자동으로 파밍이 된다.
.jpg)
▲ 시체 및 상자 파밍은 무빙만 치고 있으면 자동으로 아이템을 빨아들이는 수준
체력 시스템은 <에이펙스 레전드>처럼 높은 등급의 방탄복을 가지고 있을 경우 쉴드량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대신 쉴드 회복 아이템과 체력 회복 아이템의 구분이 없다. 체력 아이템은 1단계(1칸씩 회복), 2단계(3칸씩 회복), 3단계(전체 회복)으로 나뉘며, 기본 조작 기준 ‘~’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캐릭터가 알아서 체력을 끝까지 회복할 때까지 아이템을 자동 사용하며, 운전 중 차의 조종석에서도 회복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회복 아이템을 연속해 사용할 때 어떤 행동을 해야 취소되는지를 옵션에서 세세하게 설정 가능하기도 하다.
인벤토리 또한 <배틀그라운드>처럼 ‘무게’로 측정하는 대신, <포트나이트>나 <에이펙스 레전드> 처럼 각각의 아이템이 일정한 칸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총탄은 인벤토리 슬롯을 차지하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 자동 저장되기 때문에 잔탄을 얼마나 들고 다녀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정도의 설명만 해도 배틀로얄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페이트 트리거>가 얼마나 편의성을 챙겼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큰 부분은 전투다. <페이트 트리거>는 체감 TTK가 굉장히 짧다. 지금까지 해 본 배틀로얄 게임 중 가장 짧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캐릭터를 내세운 ‘히어로 슈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TTK가 보장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실제 게임은 정 반대다. <배틀그라운드> 처럼 머리 한번 잘 못 내밀었다간 즉시 사망하는데, 그 이유는 총기의 반동 제어가 굉장히 쉽고 ‘Q, E’ 버튼으로 기울여 사격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페이트 트리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무기는 정조준하면 스프레드가 거의 일렬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반동이 약해 다루기가 쉽다. 그리고 3인칭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한 후, 몸만 살짝 내밀어 사격하는 방식을 막기 위함인지 기울이기 시스템이 없다. 필연적으로 총을 쏘려면 자신의 몸을 노출해야 하는데, 반동이 적어서 DMR과 같은 무기로 잘만 사격하면 적이 원거리에 있더라도 1초도 되지 않아 쓰러트릴 수 있다. 심지어 <포트나이트> 처럼, 가까운 곳의 소리는 화면에 시각화해서 어디서 나고 있는지 알려 주기도 하는 등 교전 난이도를 낮추려 한 점이 크게 느껴진다.
▲ 반동이 약해서 정말 조금만 잘 쏘면 적이 쉽게 눕는다. 그리고 잘 보면 화면 상단에 발소리의 방향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스프레이, 정조준-견착-노줌 순인데 이 게임의 반동이 어떤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페이트 트리거 갤러리)
▲ 영상으로 보면 더 명확하다.
가장 좋은 점은 부활 부분에서 진입 장벽을 많이 낮췄다는 것이다. <페이트 트리거>에서는 두 번째 자기장에 오기 전에 사망하면, 한 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맵의 특정 포인트를 선택해 부활시켜 준다. 부활하면 오토바이를 생성하는 아이템+랜덤 무기 하나+가장 낮은 등급의 쉴드를 제공해 주기에 재기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사망한 아군을 게임에 복귀시키기도 굉장히 쉬운 편이다. 일반적인 배틀로얄 FPS처럼 시체에서 아이템을 획득해 특정 포인트로 이동해서 캐릭터를 부활시키는 대신, 아군의 시체 상자에서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게임에서 완전히 아웃된 사람도 그 자리에서 즉시 부활시킬 수 있다. 곧장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볼 같은 아이템을 획득한 후 던지는 방식이기에 복귀 시점을 정해줄 수 있어 자기장 안에서 아군을 살려야 할 때 용이하다. 나가서 던지면 되니까.
▲ 완전히 아웃돼도 일정 시간 안에 터치해 주면 부활시켜 줄 수 있다.
▲ 2번째 자기장 전에는 완전히 사망해도 원하는 포인트에서 한 번 부활 가능하다.
최대 체력이 깎이는 퍼센트가 있긴 하지만, 상대 팀과의 교전에서만 이긴다면 완전히 사망한 아군도 그 자리에서 쉽게 복귀시킬 수 있기에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고, 못한다고 해서 하루 종일 사망 화면 혹은 유튜브만 쳐다봐야 하는 불상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심지어 초반 교전에서 리스폰을 포함해 모든 아군이 두 번씩 죽어도, 한 명만 살아 있다면 자기장을 버텨 가며 4명을 부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초반 자기장의 대미지는 상당히 약한 편이기도 하고.
즉, <페이트 트리거>는 배틀로얄 특유의 진입 장벽을 상당히 걷어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배틀로얄 장르가 대유행했더라도 그 특유의 난이도를 받아들이지 못 한 사람도 있는데, 여러 제약을 해소해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심지어 낙사마저 없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글라이드가 자동으로 펴진다.
히어로 슈팅으로써의 모습
서브컬처풍 게임인 만큼, 이제 캐릭터에 대해서 알아보자. <페이트 트리거>는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병과와 스킬이 나뉘며, 중복 선택할 수 없다. 각 캐릭터는 1개의 패시브, 1개의 액티브 스킬, 1개의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다. 엔트리(돌격 및 진입)를 담당하는 역할군은 대부분 이동기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서포트 역할군은 회복 및 아이템 보급과 관련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리콘 역할군은 적의 위치 정보를 획득하는 스킬을, 디펜더 역할군은 엄폐할 수 있는 방어벽을 만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역할군이 명확한 만큼 적절한 조합이 없다면 피를 보기 쉬운 구조인데, 허허벌판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 때 엄폐물을 만들어 주는 키라가 없으면 곤란하고, 건물을 푸쉬해야 할 때 헉슬리가 있다면 스킬 한 번 사용하는 것으로 적의 위치를 잠시동안 알 수 있는 식이다.
▲ 캐릭터별 역할 구분이 명확한 편
▲ 립스틱을 던져서 특정 범위 안의 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헉슬리
BM도 캐릭터에 맞춰져 있다. 쉽게 비유하면 <스트리노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의 호감도를 해금하고 여러 보상을 얻거나, 가챠 등을 통해 캐릭터 스킨, 프로필을 장식 아이템, 감정 표현 등을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전반적으로 꾸미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배틀 패스가 존재한다.
▲ 당연하게도 스킨은 가챠
맵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기본 맵의 경우 거대한 ‘섬’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건너가기 위해서는 포탈을 사용하거나, 섬 주위에 있는 기류를 타고 날아가야 한다. 포탈이 가장 접근이 쉬운 만큼 섬으로 좁혀지면 포탈 근처에서 교전이 상당히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차량의 종류는 4가지가 있고, 각자의 사용처와 특색이 확실한 편이다. 임시로 타고 다닐 만한 ‘오토바이’, 호버링 기능이 있어 일반적인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승용차, 속도가 매우 빠른 스포츠카 그리고 특수 스킬로 쉴드를 전개해 안쪽이 공격받지 않는 대신 자신 또한 몸을 내밀고 공격할 수 없는 험비(전술차량)이 있다.
▲ 맵이 넓은 편이며, 특이하게도 3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다. 각 섬은 포탈 및 이동 수단으로 오갈 수 있다.
▲ 호버링을 통해 험지를 쉽게 돌파할 수 있는 차량. 대신 기름 소모량이 크다.
참고로 차에 일정 속력 이상으로 치이면 즉시 사망하니 주의해야 하며, 험비를 제외한 다른 차량은 내구도가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총기 반동이 약해 움직이는 차량을 사격하는 ‘리드샷’이 상당히 쉬운 편이기도 하다.
그 외에 특기할 만한 것으로는 ‘칩’과 ‘오브젝트’가 있다. 먼저 칩은, 맵 곳곳에 위치한 ‘보급 포인트’를 획득한 후 이곳저곳에 위치한 ‘보급소’에서 아이템을 장착해 장비에 붙임으로써 각종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기의 대미지가 강해지거나, 적을 처치하면 스킬의 쿨타임이 감소한다거나, 체력 회복이 빨라지는 등의 것들이다. 무기의 파츠나 쉴드의 등급을 제외하면 이 게임에서 조금 더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성장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희귀한 아이템을 재공해 교전을 유도하는 오브젝트는 두 가지가 있다. 맵의 랜덤한 위치에 떨어지는 보급 상자나, 활성화되었을 때 일정 시간 동안 점령하고 있으면 여러 보상을 주는 건물이 있다.
▲ 보급 포인트를 모아서 장비에 장착하는 칩을 뽑아낼 수 있다.
라이트한 것은 강점이지만… 과연 그 결과는?
이런 부분이 어우러져 <페이트 트리거>는 상당히 상쾌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이다. 서브컬처를 첨가한 배틀로얄 게임이란 점도 확실한 어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며, <포트나이트>나 <에이펙스 레전드>의 시스템도 일부 가져와 섞은 편이다. 현재 클로즈 베타에서는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1인칭 모드나 별도의 팀 데스매치 모드가 존재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 개발 중인 단계인 만큼 여러 단점이나 폴리싱이 더 필요한 부분이 엿보이기도 한다. 가장 큰 부분은 TTK다. 총기의 반동이 정말 약한데 캐릭터의 체력은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하기 때문에, 몸을 잘못 내밀면 정말 한 순간에 훅 간다. 중거리에서도 반동이 적은 DMR이 상당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기에 생각 없이 머리 내밀며 교전하다간 쉽게 쓰러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찬반이 나뉘고 있지만, 조금은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생각 없이 하다가는 바로 머리가 날아간다.
맵이 넓고, 엄폐물이 적다는 점도 여론이 갈리는 부분이다. 게임을 하자마자 첫 판만에 느낀 것이 “디펜더 캐릭터가 없으면 정말로 힘들겠다”였을 정도. TTK가 짧고 DMR이 강력하기에 건물을 끼고 키라의 방어벽까지 설치한 후 “니가와”식 농성을 하면 푸쉬하기가 정말 괴로워진다.
물론, 배틀로얄을 잘 하는 팀원과 합을 맞춰서 비행기가 지나간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며 온갖 곳을 들쑤시는 트럭 플레이를 할 수도 있겠지만 (DMR이 강한 만큼, 근거리에서는 샷건이 또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 아무래도 현재의 맵에서는 자리를 미리 잡으면 조합에 따라 뚫기가 정말로 고달플 때가 많다. 연막도 범위가 좁고 퍼지는 속도가 느려 허허벌판에서는 푸쉬각을 잡기 어렵다. 맵의 크기에 비해 자기장이 자비롭게 줄어들고, 교전을 유도할 만한 오브젝트가 적어 일반 게임에서는 템포가 루즈한 편이다.
▲ 이런 게임은 자리를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허허벌판이 많다.
▲ 이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상대가 거점을 잡고 ‘니가와’를 하면 아무래도 괴롭다. 히어로 슈팅이지만 생각보다 스킬을 통한 푸쉬가 쉽지는 않다. 물론 이런 부분은 캐릭터가 늘어나면 바뀔 수 있다.
그 외에도 폴리싱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 있다. 베타인 만큼 아직 최적화 작업이 끝나지는 않았겠지만 GPU를 놀리고 CPU를 혹사시키는 구조로 보여 프레임이 만족스럽게 뽑히지 않는다거나, 맵에 끼여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거나, 갑자기 시점이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익숙한 배틀로얄의 시스템에 라이트함과 서브컬처풍을 잘 더했다는 점에서는 기대해 볼 법한 게임이다. 이외로 서브컬처와 <배틀그라운드>를 적절히 결합한 게임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 <페이트 트리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