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King)의 구조조정 소식이 화제다.
다년간 <캔디 크러쉬 사가> 서비스 중인 킹은 최근 직원 200여 명을 한번에 내보냈다. 3-매치-퍼즐의 핵심이라고 이를 수 있는 레벨 디자이너들도 다수 정리해고됐다. 이어진 폭로에 따르면, 레벨 디자이너들은 AI를 써서 레벨 디자인을 만들었는데 그 모델이 레벨 디자이너 없이도 굴러갈 만큼 완성되자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렇게 개발자들은 자기 밥줄을 스스로 자르게 된 꼴이 됐다. 킹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간단한 3-매치-퍼즐로 사람들 지갑을 열기 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지금 <캔디 크러쉬 사가>의 레벨 수는 19,000개가 넘는다. 엑스박스(Xbox) 게임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 매트 턴불은 "코파일럿이나 챗GPT로 진로 상담을 받아보시라"고 조언하며 해고된 사람들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요즘 게임 업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잘린다. 그 빈자리에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이 들어설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널리 퍼진 뒤에도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가시가 숨어있다. 일이란 '전보다 적은' 사람이 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발 외주사로 꼽히는 버추어스도 전체 직원 7%에 해당하는 270명을 해고했다. 버추어스는 미래의 잠재적인 빈자리를 신규 채용으로 채울까, 인공지능으로 대체할까? 최근 흐름을 보면 불 보듯 뻔하다.
IT 씬의 1세대라 부를 만한 인물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밸브의 게이브 뉴웰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밍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AI를 활용해 능력을 보완하면, 10년간 프로그래밍을 한 경험자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하는 유능한 개발자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2035년까지 의사와 교사를 AI가 대체할 것"이라던 빌 게이츠는 "인간은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참고로 게이브 뉴웰은 같은 방송에서 본인이 시애틀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고, 빌 게이츠는 이혼으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분할한 뒤에도 세계 7위의 부자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밥벌이는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 조언은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이들에게 별다른 위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개발자의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직접 행동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때를 놓치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마련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스팀에서 어떤 형태로든 생성형 AI가 사용된 게임이 7,800개를 넘겼다. 스스로 자기 게임에 생성형 AI가 쓰였다고 '자백'한 이들이 그 정도다. 11비트 스튜디오의 <디 얼터스>처럼 '몰래' 기술을 쓴 경우까지 합친다면, 훨씬 많은 게임이 AI 덕을 봤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경험칙과 암묵지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게임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기자는 지금 시험 삼아 "코파일럿이나 챗GPT" 도움 없이 이 기사를 탈고하고 있다.
잠깐 뿌듯했지만, 이내 두려워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타 매체 기사에서는 이미 'AI 리포터' 바이라인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도 AI 앵커를 도입해 뉴스를 읽히고 있다. 인공지능을 쓰지 않았다고 고백한 것을 보고 특정 AI 모델은 '오히려 좋다'며 이 기사를 크롤링해 갈지도 모른다. 머지 않아 AI와 고용 위협이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까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