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유료화 게임으로 이른바 ‘매출 대박’을 이룬 <던전앤파이터>. 일반적으로 부분유료화 게임의 경우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아이템도 잠시 사용하고 사라지는 기간제로 계속 소비를 요구한다.
지난 2005년 10월 부분유료화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역시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오픈 후 첫날의 매출은 목표의 50%에 불과했고, 이후 1달 동안의 매출은 오픈 후 20% 떨어졌다. 네오플은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005년 11월 아바타의 이용을 무제한으로 변경했고, 2006년 4월에는 아바타 트레이드 기능을 추가했다.
그 후 단기적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소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후 다양한 부분유료화 방식을 시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 결과, 매년 유저 수는 하락하고 있지만 네오플의 연매출은 2010년 2,117억 원, 2011년 2,935억 원으로 약 38%가 성장했다.
유저는 줄어들지만 매출은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개발기획팀 이준영 대리는 기존의 틀을 깨면서 진행하는 유료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 방식은 무엇일까?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2의 ‘명랑 던파 부분유료화 교본’ 강연으로 알아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개발기획팀 이준영 대리.
■ 부분유료화 기획의 핵심은 재미가 아닌 ‘가치’의 판매
이준영 대리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취미생활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것이다. <던전앤파이터>를 즐기는 중학생들의 월 평균 사용 금액은 약 2만 원, 평균 용돈이 4만 원이기에 수입의 절반을 게임에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소비 형태는 돈을 쓴다는 것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성인이 적금이나 펀드에 드는 것과 비슷하다. 혹은 명품 가방을 사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자기 수입 이상의 돈을 사용하는 이유는 물건을 쓰기보다, 가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과거 정액제 및 패키지 게임은 그것을 구입하는 개념이었다. 즐겁기 때문에 즐거움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분유료화 게임에서는 이 개념이 바뀌었다. 유저들은 캐릭터를 ‘또 다른 나’로 여긴다. 자기 자신에게 돈을 쓰는 투자의 개념으로 아바타를 구입하고 있다.
“부분유료화 기획의 핵심은 재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는 콘텐츠를 사기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남자 격투가, 여성 거너 등 캐릭터가 업데이트됐을 때 캐릭터 자체를 팔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반대했다.”
부분유료화는 재미나 콘텐츠가 아닌 가치를 판매하는 행위.
이는 게임을 먼저 즐기게 만들고, 스스로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비교군을 줄여야 한다. 비교군이 많을수록 유저들은 자신이 구매한 아이템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너무 많은 아이템을 제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확신을 가지고 구매 행위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돈을 쓴 유저는 게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 번 게임에 돈을 쓴 유저는 그 게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0 원에서 100 원을 쓰게 만드는 것이 100 원을 쓴 유저가 1,000 원을 쓰게 만드는 것보다 1억 배 이상은 힘든 일이다.”
이준영 대리의 말은 유료화 기획의 또 다른 핵심 목적을 이야기한다. 바로 ‘한 번 들어온 유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던전앤파이터>는 남격투가 업데이트 후 100만 캐릭터 달성 이벤트로 9,900 세라(캐시)에 판매하던 코인 100개를 100 세라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유저를 위한 엄청난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PU(Paying User, 지불유저)를 늘리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이벤트였다. 다시 말해 남격투가 업데이트로 유입돼 한 번도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던 유저에게 100 원이라는 돈을 쓰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세라를 99% 할인 판매한 결과, 비구매자의 이탈률에 비해 돈을 내는 유저는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의 ‘하루만 무료’ 전략과 비슷하다. 유저에게 구매 가치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전략적으로 시기에 맞춰 잘 사용해야 한다.
‘키리의 약속과 믿음’은 유저와 재미, 신뢰를 모두 잃었던 이벤트였다.
<던전앤파이터>도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로 큰 실수를 경험했다. 일정 기간 동안 강화를 할 때 무조건 보호해주는 아이템을 캐시로 판매한다는 내용의 이벤트였지만, 유저들의 반발로 게임의 재미와 신뢰를 잃었고, UV(Unique Visitor)도 잃었다.
이준영 대리는 “당시에 유저들이 아이템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단기적 이익에 급급해 벌인 실수로 크게 반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번 돌아선 유저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이 말은 매출 상승의 핵심은 많은 PU를 확보하는 것이지 코어 유저들의 ARPU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PU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UV가 중요한데, 매년 게임을 이용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서 인구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ARPU를 계속 높여 매출을 올리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만드는 원인이다. 네오플은 ARPU보다 PU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을 선택했을까?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조만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바로 엠블렘 아이템의 개편이다.
“<던전앤파이터> 아바타의 문제점은 엠블렘을 박으면 유저들은 그 아이템이 아까워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새로운 아이템(옷)이 나와도 이를 구매하지 않게 되는 구조다. 그래서 조만간 엠블렘 아이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준영 대리는 엠블렘 아이템이 어떤 식으로, 언제 개편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업데이트가 <던전앤파이터>의 ARPU보다 PU를 늘리기 위한 부분유료화 방식이라는 점은 뚜렷해졌다.
엠블렘 아이템 업데이트 당시의 유저 반응. 개편 이후에는 어떤 반응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