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 임요환(슬레이어스)이 잠시 마우스를 내려 놓는다. 그 동안 어깨 통증에 시달렸던 황제는 코드A 1라운드 경기를 기권하면서 당분간 치료 및 재활에 집중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임요환의 GSL 경기를 기다렸던 국내외 팬들은 아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황제의 완쾌를 기원하면서 꼭 돌아오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게이머에게 어깨 통증, 손목 통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팬들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e스포츠가 발생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고, 한국의 프로게임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적인 장치는 미비하다. 단순히 ‘직업병’으로 치부하기에 이들의 부상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있어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선수들이 시달리는 직업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손목 터널 증후군이 있다. 팔에서 발생하는 신경질환 중 가장 흔하며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질병이다. 이 밖에도 장시간 앉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허리 디스크와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바라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목 디스크도 선수들이 자주 앓는 병이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다양한 병명을 더 세분화 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손목, 팔목, 허리, 목, 어깨 등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프로게이머들을 괴롭힌다.

‘정종왕’ 정종현(IM)도 꽤 오랫동안 손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손목 통증의 원인을 목 디스크로 추정해 이에 관련된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요환, 정종현 뿐만 아니라 스타1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이영호(KT)가 팔 통증으로 인해 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한 때 박정석(은퇴)도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고생했고, 건강 문제로 인해 은퇴를 선택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스타1 프로게임단들은 선수들의 건강 관리에 전보다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KT롤스터가 이영호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해 체계적인 도움을 준 것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2 프로게임단은 아직까지 선수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질병이 발병하고 난 뒤 치료 및 재활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업병에 시달리는 선수에게는 재활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도움을 제공하고 평소에 이러한 질환들에 대한 지식을 갖춰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예방책은 운동이다. 많은 프로게임단들이 축구나 족구 등으로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거친 운동도 좋지만 요가나 헬스 등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간단하고 정적인 운동도 효과적이다. 하루 일과에 꼭 운동 시간을 넣어 선수들의 건강 관리에 조금 더 힘쓰는 것은 어떨까?
과거 스타1 프로게임단 MBC게임 히어로는 일과를 시작하기 전 꼭 스트래칭을 했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선수들의 자세를 바로 잡고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한 방법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스트래칭은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선수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건강 관리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래칭을 한 번만 할 것이 아니라 2시간 혹은 3시간 간격으로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좋다.
가끔 급격하게 살이 찌는 선수들도 있는데 이는 허리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살이 찐다는 것은 운동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뜻이고, 살이 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착석하는 자세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기자는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하고 있는데 20대 초반 허리 관련 질병을 앓아 큰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프로게임단 선수들이 꾸준히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팔 부상이 치명적인 프로게이머들이 무턱대고 헬스를 시작했다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운동법을 배워 허리와 목의 자세를 교정하고 손목과 팔의 미세 근육을 강화한다면 프로게이머들의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피트니스 센터에 선수들을 보낼 여유가 없다면 감독이나 코치가 이에 관련된 지식을 습득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트니스에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가벼운 덤벨 몇 개나 튜빙 밴드를 활용한 운동법만 체득해도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자세 교정 및 체중 관리는 목, 허리, 손목 질환에 매우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꾸준히 한다면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체중이 빠지면서 더 나은 화면빨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화면빨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기도 높아지고 여성 팬도 많아진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 관리는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인내심을 길러 집중력도 향상 시킬 수 있고, 이는 연습의 효율성과도 연결이 된다.
건강은 누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들을 관리하는 프로게임단도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선수과 게임단 모두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가끔 ‘헬스장에 다닐 돈이 없다’, ‘운동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모두 운동을 하기 싫어 대는 비겁한 핑계라고 생각한다. 운동은 헬스장에 다니지 않아도 할 수 있고, 돈이 없거나 여유가 없어도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스트래칭을 하는 것도 운동이고, 식사 후에 밖으로 나가 30~40분 산책을 하는 것도 운동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부상으로 낙마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한 시간, 두 시간 더 연습하는 것이 좋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그 동안의 연습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자.
지금 아픈 선수들은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고, 아프지 않은 선수들은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집중하자. 프로게이머들이 앓고 있는 질환의 대부분은 잘못된 자세, 부족한 운동량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자. 건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건강 관리는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프로게임단들도 다시 한 번 중요성을 환기시키길 바란다. 선수들이 운동을 습관화 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건강을 위한 식단 마련은 프로게임단의 전력 향상에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