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난이도, 한 번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잔인한 게임 시스템. 80년대 RPG 시장을 주름 잡았던 <위저드리>의 설정입니다. 이후 개발사인 서테크가 도산하면서 <위저드리>의 판권은 일본으로 넘어가고, 각 개발사를 오가며 20여 개의 일본산 위저드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2011년 <위저드리>의 판권을 구입한 일본의 게임팟은 <위저드리>의 온라인버전인 <위저드리 온라인>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영원한 죽음’이라는, 온라인게임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스템까지 넣어서 말이죠.
지난 10월 14일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부분유료)를 시작한 <위저드리 온라인>은 출발이 좋습니다. 게임팟 내부에서는 일본에서 성공한 <팡야> 이후 최고의 성적이라고 자축할 정도라고 합니다. 자신감을 얻어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지스타 2011 현장에서 만난 게임팟 우에다 슈헤이 대표는 <위저드리 온라인>의 한국 서비스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위저드리 온라인>의 하드코어함이 한국 유저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에서죠.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일본 흥행 성공, 하드코어 RPG로 자리매김”
<위저드리 온라인>의 최근 성적이 궁금하다.
약 한 달 전 (일본에서) 상용화를 시작했는데,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몇 십 개의 타이틀을 서비스하면서 이 정도 상승세를 보인 게임은 <위저드리 온라인>과 <팡야>뿐이다.
게임팟으로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유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그동안의 침체를 한 번에 극복했다.

어떤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나?
다른 게임처럼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점이 통했던 것 같다. <위저드리 온라인>에서는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부활에 실패하면 캐릭터 자체를 잃어버린다. 지금까지의 일본 온라인게임과 달리 굉장히 하드코어한 시스템이다.
언제나 캐릭터를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과 쉬운 게임에 질린 유저들의 요구 등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차별점’도 확실하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만큼 개발에 부담도 컸을 듯하다.
<위저드리>는 유럽과 일본에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그런 유저들을 바탕으로 온라인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일본에서도 전설적인 게임인 만큼 에피소드도 있었다. 게임팟이 <위저드리>의 글로벌 IP(지적재산권)를 취득했다는 말이 퍼지자 이를 직접 개발하고 싶다는 일본 개발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회사 내에서도 서로 팀을 이끌겠다거나 취업의뢰를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 “하드코어한 게임성, 한국 유저에게 잘 어울릴 것”
죽으면 모든 걸 잃는 시스템을 선택했는데, 반감은 없나?
죽었다고 무조건 모든 것을 잃는 건 아니다. 일단 죽고 나면 부활 상태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살아날 확률과 영원히 죽을 확률을 결정한다. 각종 아이템과 재화를 이용하면 살아날 확률을 최대한 올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잃는다기보다 엄청나게 많은 재화를 잃는 시스템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정말 운이 없다면 99%에서도 캐릭터가 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위저드리>의 상징이기도 한 캐릭터를 잃는 시스템은 <위저드리 온라인>의 개발 기간인 5년 내내 쟁점이었다. 결국 아이템이나 재화를 통해 살아날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캐시 아이템도 이 부분에서 사용된다. 다행히 유저들의 반감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 시스템 덕분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던전 플레이에도 많은 전략이 생겨나 재미있다는 유저가 많다.
해외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원작 자체가 유럽과 북미 유저가 많아서 지금 영어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정도에 영어권 지역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덕에 해외 서비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업체들로도 많은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한국에서는 아직 게임 소개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위저드리>의 성향을 잘 아는 곳을 선별해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싶다.
한국 서비스 계획도 있나?
물론이다. 일본 유저는 느긋한 게임을 좋아하지만 한국 유저는 스릴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위저드리 온라인>은 하드코어한 스릴이 있으므로 일본인보다는 오히려 한국인 성향에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PvP도 가능하고, 여기에 따른 보상과 페널티도 매우 강하다. 상대를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게다가 게임팟은 <팡야> 덕분에 한국에서는 개발사보다는 운영회사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위저드리 온라인>을 시작으로 소셜, 모바일, 웹게임 등 게임팟에서 개발한 다수의 게임들도 보여주고 싶다. 참고로 <페이퍼맨> 역시 게임팟에서 판권을 획득한 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서 일본에서 서비스한 것이다.
■ “지진 이후 일본 게임산업, 커뮤니티 강조”
대지진 이후의 일본 게임업계 상황은 어떤가?
초기 2~3주는 영향이 있었지만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경제가 입은 타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게임 자체가 엔터테인먼트다 보니 분위기상 광고나 프로모션 행사 등을 크게 진행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지진 이후로는 커뮤니티가 상당히 발달했는데, 연락이 두절된 사람을 찾거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람이 늘어났다. 온라인게임시장도 그 영향에 힘입어 지금은 약간 성장했다.
온라인게임에 도전하는 일본 개발사도 늘었을 것 같다.
소셜게임이 특히 늘어났다. 몇몇 대형 소셜게임 업체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따로 소셜게임을 준비하는 업체도 많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이전부터 많은 업체들이 도전해 왔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는 확실히 작지만 시장을 키우기 위한 도전과 시행착오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게임팟에서도 갖가지 게임을 서비스하고 개발하며 숱한 도전을 해왔다.
일본 개발사는 온라인게임 개발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사실 일본 개발사가 하이엔드 기술로 보면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뛰어난 기술력이 꼭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더라. 기술력은 부족한데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옛날 방식의 콘텐츠가 의외로 다시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개발사 간의 능력도 천차만별이어서 온라인게임을 못만드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이제는 슬슬 잘 만드는 회사도 있다. <위저드리 온라인> 역시 우리가 생각한 ‘최고의 개발팀’을 모아 만든 게임이다. 한국 게임과 기술력으로는 견줄 수 없을지 몰라도 일본 개발사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