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업계에서는 많은 한국인 개발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끝없는 노력과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그중 <파이어폴>을 개발하는 레드5스튜디오에도 한국인 개발자가 있습니다. 그것도 4명이 있다고 하네요. 그중에서 콘셉트 아트를 담당하는 백성보 씨와 배경 모델링을 맡은 박바로 씨가 지스타 2011을 맞아 한국을 찾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언제, 어떻게 레드5스튜디오에 입사하게 됐나?
백성보: 2008년 초에 입사했는데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알아보다가 위키피디아에서 레드5에 대해 알게 됐다. 그래서 지원했고 3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입사하게 됐다. 현재 콘셉트 아티스트로 <파이어폴>의 건물이나 탈것, 무기 디자인을 맡고 있다.
박바로: 작년에 미국 대학원을 졸업해 10월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올해 정식 직원이 됐다. 현재 <파이어폴>의 배경 작업을 하고 있으며 엔진 안에서 레이어 작업도 한다. 나 이외에도 id소프트웨어와 크라이텍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해 독자 엔진을 계속 만드는 중이다.
입사 전 <파이어폴>의 존재를 알았나?
백성보: 회사는 오래됐는데 한참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몰랐다. 레드5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만들던 사람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라서 판타지 게임을 만드는 줄 알고 포트폴리오를 판타지로 만들었지만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박바로: 작년 PAX 때 블리자드에서 일하는 아는 동생이 <파이어폴>을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무슨 게임인가 싶었고 스타일이 다르더라. 우연한 기회에 모집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의사소통이나 문제는 없었나?
백성보: 제대하고 미국에 간 거라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대학에서 쓰는 영어와 회사에서 쓰는 영어가 달라 어려웠다. 하지만 오래 있으니까 서로 친해지고 편안해서 그런지 어렵지는 않다. 그들도 잘 알아들어준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대한 아이디어를 확실히 갖고 밀어붙이는 게 중요하지 말만 잘 해선 안 된다. 미국 사람들도 말만 잘하는 사람은 알맹이가 없다고 여기며, 진정성이 있으면 잘 받아준다.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갖고 말한다고 느끼면 진심으로 들어준다.
박바로: 학교에 다닐 때부터 영어 구사가 힘들어서 작업으로 보여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취업을 해도 아티스트 부문이라서 보여주며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말을 많이 하고 의견 교환도 많이 해야 하더라. 지금도 힘들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
백성보: 개발팀은 유기적으로 계속 바뀐다.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바로 사람들을 모아 별도의 팀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기 때문에 말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스타 방문은 처음인가?
백성보: 예전에 코엑스에서 하던 카멕스 때는 가봤지만 개인적으로도 지스타는 처음 와봤다. 관람객이 해 볼 수 있는 PC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예전 카멕스 때는 보여주기만 했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
박바로: 나도 처음이다. 그리고 올해 E3와 PAX, 차이나조이에 갔었는데 각자의 특색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관람객들의 코스튬 문화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
지스타 현장에서 진행된 경기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백성보: <파이어폴>이 개발 방향을 잡아 나갈 때 e스포츠를 추구했다. 나도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했고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를 보고 비슷하게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게 재미있다. 행사장에서 경기를 하다 프로게이머가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할 때 답해주며 뿌듯했다. 더 노력해야겠다.
박바로: 개발진들도 이번 행사의 중계진(전용준, 온상민)을 보고 인상깊었다고 하더라. 한국말을 몰라도 열정이 느껴져서 그런지 재미있어하더라.
백성보: 미국은 이런 경기를 해도 조용히 중계하는데 한국은 열정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인상 깊게본 듯하다.

지스타 2011 <파이어폴> 토너먼트 중계를 맡았던 온상민(왼쪽), 전용준.
한국에서 해외취업을 목적으로 준비하는 예비 개발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박바로: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 아트스쿨에 입학했다. 그런데 공부하는 것과는 별개의 것들이 있다. 특히 비자와 취업 조건에 대해 모르고 오게 된다. 자기 학업은 열심히 하는데 그런 정보가 없다 보니 실력에 비해 취업 전략을 몰라서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미국 현지에 한국인 게임 개발자 모임이 있다. 거기서 선배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그런 것들을 추천하고 싶다. 그 다음으로 갖춰야 할 건 영어를 잘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인 개발자들은 주로 아티스트인데 한국인의 실력이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인가?
백성보: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항상 열심히 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왔기 때문인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잘한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기보다 자신의 꿈이었던 곳에서 일하는 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인정을 많이 받는다. 물론 언어가 기본적으로 소통돼야 겠지만 그걸 넘으면 결국 사람끼리 인정받는다.
한국 사람이 열정을 갖고 일해서 대체로 인정하는 듯하다. 지금 근무하는 분들이 다 인정받고 있어서 미국행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선구적인 부분이 많아서 인정받고 있는 것도 같다.
물론 뽑는 데는 분명히 냉정하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들끼리는 자리가 있을 경우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고, 지원에 대한 결과를 챙겨서 알려주기도 한다.
박바로: 한국 사람은 관계가 중요해서 항상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예전에는 개발자 모임에서 얼굴도 본적 없었던 어떤 한국인 개발자께서 테스트를 도와준 적도 있다.
현지에서 한국의 게임을 즐기나? 그리고 주위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나?
백성보: 회사 입사 전보다 입사 후 게임 하는 시간이 많이 줄긴 했다. 콘솔 게임은 많이 사지만 못 한다. 그래도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한다.
<테라>가 북미에 처음 나왔을 때 베타 버전을 받아서 해보고 같이 보며 게임을 분석했다. 회사 안에서 우리 게임만 하면 다른 게임과 비교할 때 더 재밌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새로운 게임들을 해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박바로: 회사 친구들도 한국 게임에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안 하는 이상 못하니까 많이 물어본다. 한국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가 적은 이유를 파악해 보니 한국 게임은 한국 게임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판타지가 배경이지만 그 자체도 아시아적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거다. <파이어폴>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그런 차이를 줄여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다양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체험 위주로 지스타에 참가한 <파이어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