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정가를 주고 게임을 다운로드했는데,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어 싱글 플레이 콘텐츠도 즐길 수 없게 된다면 이를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2024년 초,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서비스 종료 사태가 남긴 중요한 질문이다. 이미 9년 넘게 서비스한 게임의 멀티 콘텐츠 서비스 종료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유비소프트는 서비스 종료와 함께 유저들의 스팀 싱글 플레이 접근 권한도 동시에 막았기 때문이다.
<더 크루>의 '사망 선고'를 바라보며 많은 게이머들이 다운로드로 구매한 디지털 게임에 대한 권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더 크루> 사태 이후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소비자 운동 "스탑 킬링 게임"(게임을 죽이지 마)이 최근 서명 120만 명을 넘겨 화제다.
돈을 주고 구매한 입장에선 구매 당시엔 예고 또는 명시되지 않았던 서비스 종료가 달갑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2025년 7월 4일, 유럽연합 내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 단체 중 하나인 비디오 게임 유럽은 소비자들의 "스탑 킬링 게임" 운동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비디오 게임 제작 비용을 증가시켜 개발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게임 구매와 서비스 종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견 대립 또한 첨예하다. 단적으로 이번에 비디오 게임 유럽이 "스탑 킬링 게임" 운동 반대 성명을 냈다는 소식을 전한 해외 게임 웹진 PC게이머의 기사에는 무려 229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은 무엇이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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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탑 킬링 게임" 운동이 100만 서명 이정표를 넘어선 시점이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 유럽과 같은 단체가 "스탑 킬링 게임" 운동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서비스 종료는 다면적인 문제이며, 결코 가볍게 내려선 안 되는 결정이지만, 온라인 경험을 상업적으로 지속할 수 없을 때 기업들이 선택해야 할 사항 중 하나"라며,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경우 비디오 게임 유럽 또한 현지 소비자 보호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변경 사항을 안내해드릴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플레이어의 정보에 대한 보호, 불법 콘텐츠 제거, 안전하지 않은 커뮤니티 콘텐츠 방지 등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 개인 서버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 관련 외신 보도에 게이머와 업계인들은 다양한 층위의 시선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사진은 해외 게임 웹진 PC게이머의 7월 6일 자 기사다. 댓글 개수를 주목하자.
지난 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디지털 게임에 '구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에 서명해 화제가 됐다.
EULA(소프트웨어 저작권자와 사용자 사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 표준에 따르면, 디지털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라이선스를 '대여'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무제한적인 소유권을 갖는 게 아니라 판매자 결정에 따라 라이선스 제공이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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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또한 "콘텐츠 및 서비스는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귀하의 라이선스는 콘텐츠 및 서비스에 대한 권리나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탑 킬링 게임' 운동을 포함해, 일반적인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돈 내고 디지털 버전으로 구매한' 게임이, 멀티 플레이와 싱글 플레이 콘텐츠가 공존하고 있을 경우, 싱글 플레이 콘텐츠만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멀티 플레이가 주요 콘텐츠인 게임에 대해서까지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의 권리 차원에서도 게임의 보존 차원에서도 이런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일례로 2023년 6월 서비스를 종료한 유료 게임 <녹아웃 시티>는 <녹아웃 시티 프라이빗 서버 에디션>을 스팀에서 무료로 제공하면서,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남겨뒀다. 부분 유료화 게임인 <듀랑고: 야생의 땅>은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개인 섬을 꾸밀 수 있는 '창작섬'을 남겨 유저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다만, 비디오 게임 유럽이 낸 성명처럼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히 공존하는 상황이다.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된 논의에 다시 불이 크게 붙으면서,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인식이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는 생긴다. 예를 들어,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오프라인 모드나 개인 서버 지원 등 '사후 계획'까지 고려하는 문화가 게임사들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추후 EU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해당 이슈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러한 소비자 운동을 통해 법 개정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