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는 여전히 한국 게임 산업의 핵심 장르다. 하지만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글로벌 유저층을 공략하면서, PC 중심으로 개발되던 MMORPG는 콘솔 같은 새로운 환경을 지원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퍼스트스파크게임즈는 자사 MMORPG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 PC와 콘솔 양 플랫폼에 동시 출시됐다. 크로스플레이, 크로스 UI, 콘솔 전용 UX까지 폭넓은 범위에서 개발 전략을 세운 이 프로젝트는 <검은사막>과 <테라> 사례에 이어서 PC MMORPG의 콘솔 진출 가능성을 증명해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퍼스트스파크게임즈는 콘솔 액션 RPG 유저들도 〈TL〉을 직관적이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제한된 인원과 시간 속에서 콘솔 UX 전담 TF를 조직했다. 해당 TF는 컨트롤러 버튼 배치 및 설정, 타겟팅 시스템, 가독성 향상 등을 중점적으로 R&D했고 그 도전의 결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는 콘솔TF를 이끄는 이현희 팀장과 클라이언트 개발을 맡고 있는 나태현 팀장이 번갈아 진행했다.

이현희 콘솔 TF장 겸 클라이언트 2팀 팀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년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기별 게임 시장 매출액에서 PC보다 콘솔이 8% 이상 앞섰으며, 콘솔 플랫폼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여러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TL>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PC와 콘솔 동시 출시를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MMORPG는 PC나 모바일 플랫폼에 비해 콘솔 플랫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검은사막 온라인>,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이 유명하지만, PC, PS5, Xbox 유저가 하나의 서버에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 MMORPG는 <파이널 판타지 14>, <판타지 스타 온라인 2> 뿐이었다. 이 팀장은 "2020년 이후 출시된 글로벌 서비스 게임 중에서는 <TL>이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MMORPG의 콘솔 이식은 쉽지 않은 과제다.
콘솔에서 MMORPG가 드문 이유는 컨트롤러로 복잡한 키 매핑을 가진 MMORPG를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TL>은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 팀장은 참고로 <TL>은 동시 접속자 기준으로 콘솔 유저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출시 전 만족도 조사에서는 PC보다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특히 '매우 긍정적' 비율은 PC보다 10% 높았다고 소개했다.

<TL>의 콘솔 버전 개발을 위해 당시 엔씨소프트는 콘솔 TF(Task Force)를 조직했다. TF는 TF장 겸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1명, UX 디자이너 1명, UI 아티스트 1명, 전담 PM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었다. 이는 개발실이 PC 게임 개발 위주였기 때문에 콘솔 게임 개발 경험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독립적인 조직으로 빠르게 방향성을 결정하고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콘솔 UX 개발 과정은 프로토타이핑 후 각 콘텐츠에 적용하고 컨트롤러 동작을 확인하며 완성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TF가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각 개발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개발하며 TF는 돕는 역할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콘텐츠 기획자들이 콘솔에 익숙하지 않고 론칭 시기가 다가올수록 시간 부족으로 콘솔까지 고려한 기획이 어려워졌다.
결국 콘솔 TF에서 각 콘텐츠의 콘솔 조작을 기획하고 동작 및 완성도를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게 됐다. 콘솔 TF의 목표는 콘솔 액션 RPG를 즐겨하는 유저도 <TL>을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앞서 제시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TF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했다.
보편적인 조작법 적용: <TL>은 파티원 선택, 징 찍기 등 MMORPG의 다양한 기능이 많았지만, 콘솔 ARPG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동, 카메라 회전, 공격, 막기, 점프, 대시 등의 주요 조작법을 우선 적용했다.
특히, 스킬은 론칭 시점 12개로 늘어나면서 버튼 부족 문제가 있었고, 직관적인 모드와 이동하며 스킬 사용이 용이한 모드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하기로 했다. 전투 편의 기능은 링 메뉴에 넣고 유저가 설정 가능하도록 했으며, 알림 기능은 미니맵 왼쪽 알림 그룹에 배치했다. 파티 초대 수락과 같이 실수하면 안 되는 기능은 길게 눌러야 입력되도록 했다.

자유로운 컨트롤러 버튼 설정: MMORPG는 기능이 많아 컨트롤러 버튼만으로는 부족했고, 최소 50여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버튼 입력이 필요했다. 컨트롤러 버튼은 총 16개이지만, 범퍼 및 트리거 버튼과 조합하여 편안하게 누를 수 있는 버튼 입력은 50여 가지뿐이었다. 유저마다 취향과 플레이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입력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열어주는 결정을 했다.
하나의 버튼을 짧게 누르거나 길게 누르거나, 다른 버튼과 동시에 누르는 방식 등으로 다양한 액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는 조작감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누르는 시점에 즉시 반응하는 것이 아닌, 버튼을 뗄 때 동작을 수행하도록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점프나 방어 같은 타이밍이 중요한 액션의 조작감이 나빠질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직접 누른 시점 또는 뗀 시점에 실행할지 결정하도록 옵션을 제공하여 조작감과 버튼 설정의 자유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원활한 타겟팅: <TL>은 타겟이 있어야 공격 가능한 게임이며, 화면에 객체가 많이 모여 있고 원하는 대상을 골라 처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콘솔 ARPG의 일반적인 방식인 공격 버튼을 누르면 전방 가장 가까운 몬스터를 공격하는 방식은 <TL>에서 불편했기에, MMORPG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크로스헤어(조준점)를 도입했다. 크로스헤어는 원하는 대상을 조준하여 공격할 수 있지만, 조준이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위해 겹쳐있지 않은 대상은 대충 조준해도 타겟이 되도록 했지만, 겹쳐 있는 대상은 세밀한 조작이 필요해 피곤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고민 끝에 락온 시스템을 도입하여 카메라가 대상을 향하도록 고정하고, 스틱 방향으로 이동하면 가장 가까운 대상으로 대상이 변경되도록 했다. 이는 콘솔 유저에게 친숙한 기능이기도 하여 콘솔 감성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독성 향상: PC MMORPG는 많은 정보를 한 화면에 표시하지만, 콘솔은 주로 TV에 연결하여 플레이하므로 작은 글자는 가독성이 좋지 않다.
<TL>은 PC, 콘솔, 다국어를 고려하여 UI 레이아웃을 구성했으나, TV로 멀리서 보기에는 여전히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 다른 콘솔 게임들이 HUD나 UI를 스케일하는 정도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TL>은 처음에는 HUD 기본 크기 스케일 기능을 제공했으나 UI가 화면을 많이 가린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에 UI 크기는 유지하고 글자만 크게 보는 기능을 추가하여, UI가 화면을 덜 가리면서도 글자를 잘 읽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특히, 큰 글자는 이미 가독성이 충분하고 UI 레이아웃이 깨질 수 있어 작은 글자만 커지도록 하여 UI 레이아웃 수정은 최소화하고 가독성을 확보했다.

TF의 또 다른 목표는 UI 메뉴 조작 관련 해 개발 코스트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관련 발표는 나태현 팀장이 전달했다.
가상 커서는 앱 스틱으로 커서를 이동하고 A 버튼으로 클릭하는 방식으로, 개발 비용이 적고 레이아웃 변경 시 추가 작업이 크게 필요 없어 많은 동시 지원 게임에서 사용한다. <TL>에서도 가상 커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서 감지 범위를 원으로 확장하고, 감지 범위 내 인터랙션 가능한 위젯이 있으면 속도를 낮춰 조준 피로도를 줄였다.

또한, 커서가 버튼 위에 멈추면 자동으로 위치를 맞춰주는 스내핑 기능을 추가했으며, 가로로 긴 버튼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세로 방향으로 간결하게 스내핑하도록 했다. 하지만 작은 버튼이 많은 UI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고, MMORPG 특성상 정보량이 많고 한 화면에 모여 있어야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커서의 한계로 인해 화살표 키로 UI 포커스를 이동하는 UI 내비게이션 시스템 도입이 필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저 선호도가 높지만 개발 비용이 크고, 개별 창마다 기획하고 레이아웃 변경 시 재작업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언리얼 4의 기본 UI 내비게이션 기능에 우려가 있었지만, <TL>은 가상 커서와 UI 내비게이션을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큼직하고 단순한 UI는 가상 커서로 조작하게 하고, 가상 커서로 불편하고 자주 사용하는 UI는 내비게이션을 우선 적용했다.

나 팀장은 <TL> 전용 UI 내비게이션 프레임워크 '오톤'(Auton, Auto Navigation)을 강조했다. 빠른 적용을 위해 개발한 자체 UI 내비게이션 프레임워크다. 포커스 내비게이션을 쉽고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것이다. 나 팀장은 "MMORPG는 콘텐츠가 많고 화면의 정보량도 많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쉬운 UX 지원을 위한 개발 비용 절감과 유지 보수 용이성을 위해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설명에 따르면, 오톤은 언리얼 엔진의 기능만 사용하여 쉽게 연동 가능하며, 최소한의 비즈니스 코드 또는 코드 없이 블루프린트 설정만으로 원하는 내비게이션 규칙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기본 설정만으로도 포커스 대상을 찾아갈 수 있는 지능적 알고리즘을 지원한다. "블루프린트에서 윈도우, 에리어, 노드 설정을 통해 복잡한 UI 내비게이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오톤의 강점이다.
한국 론칭 직후 UI 내비게이션 적용 비율은 약 10%였으나, 글로벌 론칭 후 2025년 3월까지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80%까지 적용되었으며, 앞으로 100% 적용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시 연단에 오른 이현희 팀장은 <TL>의 콘솔 버전 UX 개발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했다.
<TL>은 PC와 콘솔 버전 모두 하나의 UI 리소스를 사용했으며, 이는 동시 론칭을 가능하게 한 주된 요인이다. 콘솔 전용 UI를 만들었을 경우 작업량 증가와 함께 버그 수정 및 개선 작업에 추가 비용이 배로 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이다. 공통 UI는 PC와 콘솔 모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설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UI 내비게이션 조작은 UI 레이아웃이 확정되어야 도입이 가능하다. <TL>은 확정 이후에도 가상 커서의 불편함과 UI 내비게이션 개발 비용 판단이 어려워 바로 도입하지 못했으며, 이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개발팀 여력 부족으로 소규모 TF를 구성하여 진행했지만, 일찍부터 콘텐츠 기획자와 함께 콘솔 조작 기획을 진행했더라면 라이브 서비스 시 더욱 안정적이고 개발 속도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이브 상태의 <TL>은 점차 이러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현희 팀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다른 프로젝트들이 PC-콘솔 동시 출시를 준비할 때 <TL>의 경험을 참고하여 아쉬움 없는 개발을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TL> 개발팀에 들어와 함께 이러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추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