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진짜라는 뜻의 일본어 표현이다. 흔히 오타쿠의 숙성도(?)를 나타낼 때 쓰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극찬으로 통하기도 한다. 게임 플레이하길 좋아하고, 게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일면 비슷한 면이 있다. "진짜배기" 타이틀과 개발사를 찾고 싶은 막연한 기대가 항상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 정도로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게임, 이미 입소문을 탄 명작들을 제외하고 나면 "진짜"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 주요 오프라인 게임 행사를 돌아보자. 지스타, 플레이엑스포 등의 종합 게임쇼도 BIC, 버닝비버 등의 인디 게임 행사도 모두 B2C(일반 유저 대상 행사)와 B2B(업계인을 위한 행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물론, 유저들의 실질적인 반응을 보는 것도 좋고, 일종의 '축제'처럼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밖으로 내세우기 좋은 것도 다 나름의 장점이겠지만, 단점도 꽤 많다. 부스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참관객들이 '좋은 게임' 찾는 데 너무 많은 품이 들게 됐고, 정작 개발자들을 위한 정보와 교류는 뒷전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달 진행한 게임 개발자 네트워킹 자리인 '젬파이 밋업'만 벌써 30회를 맞이하고 있는 프롬더레드 서상욱 대표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그는 GDC, 데브컴 등 해외 유명 컨퍼런스들의 근간은 결국 개발자들 사이의 직접적 교류에 있다고 말한다. 겉보기에 좋은 '축제'도 좋지만, 인디게임 씬에 진짜 필요한 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허물없는 교류'라는 것이다.
"개발자 출신이어도 저는 이제 밤새 게임을 만들 체력도 없지만요.(웃음) 몸 담았던 산업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거든요. 훨씬 뛰어나고 젊은 분들이 불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가 됐어요. B2C 행사는 이미 충분히 있잖아요.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미 유명한 게임 만드셔서 성공한 분들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창한 목표 같지만 아시아의 GDC를 목표로 'Game AiCON 서울'이라는 행사를 기획했어요."
머쓱한 분위기의 소개로 시작된 것과 달리 행사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알차다. 실속 있는 국내 인디팀들의 시연 및 강연부터, 최근에 특히 두각을 드러낸 글로벌 인디 퍼블리셔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AI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노하우부터,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의 이야기까지 눈길을 끄는 세션이 많다. 서상욱 대표는 이 게임사들이 '게임 아이콘 서울'을 통해 어떤 것을 얻어가길 희망하며 행사를 기획했을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본격적인 인터뷰 소개 이전에, 국내 인디게임 씬에 대한 다소 뼈 아픈 진단이 먼저 필요하다.
다수의 국내 인디 개발사들이 '동일한 달력'을 바라보며 개발 일정을 짜곤 한다. 자신들의 게임 콘텐츠 기획과 개발에 대한 일정일까. 아니다, 그랬다면 콘텐츠가 다른데 달력이 같을 수가 없지 않겠나. 주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사업'과 각종 '게임쇼'에 대한 일정이다. 고3 수험생도 아닌데 3월, 6월, 9월 모의고사 치르듯 지원사업 일정을 소화하는 데 급급한 게 많은 국내 인디 팀의 현실이다.
물론 게임 산업 특성상 출시 전까지 자체 수익이 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긴 해야 한다. 출시 전까지 펀딩 모금을 하거나 VC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한정된 지원사업 슬롯을 두고 혈투를 벌이거나,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같은 인디 퍼블리싱에 관심이 있는 대형 게임사의 눈에 들길 바라는 것 외에, 혼자 자립하는 길은 아예 없는 것일까.
서상욱 대표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IGDA(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 밋업 자리에 참석했던 때의 경험이 매우 큰 충격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슈퍼셀부터 메타코어, 인디 개발자,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까지 250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모두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 으레 있는 안주도 없었다. 안주가 없으니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래 술 먹는 풍경이 아닌, 스탠딩 행사에서 떠돌다가 서로 마주치고 우연한 기회로 연을 트고 이야길 나누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그나마 있는 몇몇 테이블은 노트북을 꺼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을 소개하는 개발자들의 대화로 분주했다고 한다. 당장 엄청난 도움을 받거나 계약을 따내지 않아도, 링크드인 연락처를 등록한 후 한참이 지난 후에 서로 연이 이어지는 경우도 흔했다. 서상욱 대표는 국내엔 이미 성공 궤도에 발을 올린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많았지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행사는 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목표로 해야 할 것은 글로벌 경쟁력 싸움이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지에 게이머가 많다는 주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막연히 낙관적 기대만 가질 게 아니라, 게임 기획과 개발에 대한 기준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져야 한다. 개발자들끼리 서로 교류하며 피드백도 주고 받고,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좋은 게임의 사례도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개발자 네트워킹이 유저들을 만나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잘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닌 잘 만들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 유니티 유나이트나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페스트와 서밋 등의 행사도 있지만,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나누는 장소였던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준비된 세션만 듣다 끝난 경험이 꽤 많지 않았던가. 서상욱 대표가 오프라인 B2B 네트워킹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디의 자립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것이다.

Q. 디스이즈게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Game AiCON 서울 행사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을 맡고 계셨는지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프롬더레드 서상욱 대표: 네, 저는 주식회사 프롬더레드의 대표 서상욱이고요. 저희는 외주 게임 개발과 동시에 게임 개발자 플랫폼 '젬파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매달 진행하는 게임 개발자 네트워킹 '젬파이 밋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이번 Game AiCON 서울 행사에서는 공동 주최로 이름이 올라 있기도 한데, 행사의 기획과 해외 네트워크 연결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Q. 이 행사가 기존엔 C2C(커넥트 투 코드)이름으로 진행되던 행사인데, 'Game AiCON 서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이번 년도가 처음인 것 같아요. 행사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건 행사 성격도 바뀌었기 때문일 텐데 어떤 부분이 바뀐 걸까요?
A. 서상욱 대표: 커넥트 투 코드 C2C 행사 자체는 IT 분야의 B2B 행사고요. IT의 특정 주제들을 가지고 그 산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연사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네트워킹도 하던 행사인데, 형식 자체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AI를 주요 주제로 진행을 했었는데, 최근엔 AI 관련 행사가 많아진 추세라서 엣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그런 중에 저희가 게임 콘셉트로 행사를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할지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이 잘 받아들여져서 지금의 형태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물론, Game AiCON이라는 행사명에서도 보이듯 AI라는 단어가 여전히 있는데요. 작년과 올해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도 느끼셨겠지만, AI가 이제는 게임 쪽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가 됐어요. 예전에는 AI 써서 게임 만든다고 하면 "사람이 만들어야지!" 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바뀌어서 특히 인디 및 소규모 개발사에서는 AI가 상당히 큰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게임과 AI라는 주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다루면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측면에서 Game AiCON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Q. 연사나 시연 참가작들도 눈에 띄어요. 국내 팀들 얘길 먼저 하면 <베다>와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 만들고 있는 트라이펄게임즈 정만손 대표님도 연사로 나오시고, <산나비> 원더포션의 허유지 아티스트도 연사로 서시고요. 시연작 중엔 <킬라>, <모노웨이브>, <포켓 레전드>, <레버넌트> 같은 알짜배기 게임들도 있고요.
그래서 이 분들, 이 게임들과 행사를 함께 해야겠다고 결정하신 이유도 궁금하고요. 이렇게 '인디'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A. 서상욱 대표: B2B 행사에서 게임을 전시한다는 건, 이 게임을 알려야 될 사람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플레이어에게 알리는 것보다도, 퍼블리셔라든가 업계 전문가들에게 게임을 알려서 새로운 기회를 찾거나 파트너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아시겠지만 이제는 퍼블리셔만 만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해외 행사들에서도 유명한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난다거나 같이 협업할 게임 디자이너를 만나는 등 해외 게임 중에 1인 개발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면 협력한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국내에서도 게임 퀄리티가 올라가고 개발 프로세스가 유연해지려면 게임 업계 사람들이 서로 알고 지내고 협업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B2B 행사에서는 이런 인디 소규모 개발 팀들의 게임이 더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분들을 위한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해외에서 포켓 게이머 커넥트도 인디만 전시하곤 하잖아요,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그렇군요. 국내 개발사들도 눈에 띄지만 해외 퍼블리셔 라인업도 엄청나더라고요. <도시전설 해체센터> 등의 게임으로 최근에 엄청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슈에이샤게임즈, <테비> 등의 게임으로 익숙한 네버랜드 엔터테인먼트, 공포게임을 주로 하는 세라피티 프로덕션 등 동아시아에 위치한 곳들 외에도, 맥시멈 엔터테인먼트처럼 서구권 게임사도 있고요.
최근에 주목할 만한 곳들을 잘 골라서 모셔온 느낌이더라고요. 이런 분들 한 자리에 모시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서상욱 대표: 이번에 거의 대부분의 해외 연사분들은 제가 기존에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분에게 소개를 받았거나 한 분들입니다.(웃음)
그런데 그런 분들 중에서도 니즈가 있는지, 또는 개발자라면 본인의 게임에 대한 인사이트나 개발 과정, 본인의 경험 등을 공유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퍼블리셔분들도 그냥 의미 없이 왔다 가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요.
질문하시면서 말씀해주신 슈세이샤 게임즈 같은 경우엔 저도 행사에서 정말 많이 뵀거든요. 게임도 워낙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슈에이샤 자체가 또 워낙 유명한 출판사기도 하니까, 출판사에서 퍼블리싱을 하는 맥락이나 이런 걸 이번 행사에서 직접 만나서 사람들이 그 얘길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시연작으로 나오는 <카르마>나 강연 나오시는 세라피니 프로덕션, 국내의 원더포션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한데, 저는 모셔온 분들에게 말씀드렸던 게 "여러분들이 이야기만 전해주고 가시면 안 된다. 와서 꼭 사람들과 어울려 달라. 그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 연단에만 서주시고 가실 계획이시라면 모시지 못한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네트워킹 행사인 만큼 꼭 직접적인 네트워킹을 하고 가달라"고 요청을 드렸거든요.
▲ 슈에이샤 게임즈가 퍼블리싱한 <도시전설 해체센터>입니다. 언어가 중심이 되는 게임 로직에 맞게 한국어 현지화도 엄청 힘을 줬던 게 매우 인상적인 게임이었죠.
Q. 연사로 서시는 분들에게도 그 네트워킹 자리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인디 취재를 하면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기자들과 개발자분들이 접촉하실 때도, 물론 저희도 많이 배우고 그 게임들이 기사 통해서 알려지는 것도 좋은 측면이긴 합니다만, 인터뷰하면서 게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발자가 미처 보지 못했던 관점을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경우도 많고요. 답변을 해주시면서 자신의 게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네트워킹 과정에서 다른 개발자분들과도 만나보시고 하는 게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시야의 확장이나 생각의 정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그런데 다만, 국내 개발자분들 중에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도 꽤 있는 편이잖아요.(웃음) 그 벽을 깨는 과정엔 서로의 용기도 필요할 것 같네요.
A. 서상욱 대표: 네. 그래서 저희도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퍼블리셔 밋업이라는 사이드 이벤트도 준비를 했는데요. 1대1로 만나시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1대1 미팅은 따로 신청해서 하실 수 있게 했고, 퍼블리셔가 나와서 소개를 하면 Q&A를 하는 시간도 있으니 혼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그런 시간을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 알아가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런 네트워킹이나 시연 과정에서의 교류 등을 통해서 개발자분들이 어떤 이점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획하셨을까요?
A. 서상욱 대표: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모든 B2B 행사가 마찬가지겠지만요. 사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바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문 편이어도, 저희는 첫 번째로 진짜 현실적인 트렌드 그리고 퍼블리셔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우리나라 개발자분들이 글로벌 관점에서 좀 이해하고 피부에 와닿게 접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퍼블리셔들이 게임만 보고 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퍼블리셔들이 이런 자리에 오는 걸 선호하는 이유가, 본인이 퍼블리싱하게 될 게임의 개발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싶어 합니다. 그것도 되게 의미가 있어요. 왜냐하면 괜찮은 개발팀이라면 계속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더 높으니까, 네트워킹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도 서로 알아가시면서 교류의 폭을 넓히시는 거죠.
게임도 게임이지만, 제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가 '피플'(people)이라는 단어가 항상 빠지면 안 된다는 건데요.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는, 이번 행사가 B2C 행사가 아니고 B2B 행사지 않습니까? 기자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국내 개발자분들 중에 네트워킹 힘들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네트워킹이 왜 필요한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 Game AiCON 행사 기회를 통해서 게임 개발에 사회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도 다가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게임 만든다고 끝나거나 발전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Q. AI 관련된 세션들도 되게 준비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NC AI 이준수 CPO, 유모델러 황재식 대표 등 국내 연사도 눈에 띄는데,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도 AI 관련 강연을 해서 어떤 이야길 할지 궁금해지더라고요.
A. 서상욱 대표: 네. 로비오 강연은 GDC에서 했던 강연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하게 됐어요. 로비오에서 강연해주시는 분 중에 호르헤(Jorge)라는 분도 머신러닝 쪽 리드여서, 저희가 AI 얘기하면 보통 생성형 위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머신러닝 측면에서도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분이고요.
로비오가 또 세가 인수 이후에, 로비오 프로젝트만 하는 게 아니라 세가 프로젝트들도 같이 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현재 산업이 흘러가는 이야기들도 같이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앵그리버드> 이야기만 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또 해외 연사분들 이상으로 국내 연사분들도 AI 이야길 많이 해주실 거예요.

Q. AI와 인디라는 주제가 모두 국내에선 정부 규제 및 지원 사업과 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야들인데요. 국내 인디 씬은 특히 1년 일정을 지원 사업 시즌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풍토가 개선되려면 어떤 노력과 도움이 필요할까요? 해외에선 국내와 같은 형태로 인디게임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 많거나 그 지원사업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A. 서상욱 대표: 네. 해외에도 지원 사업이 있긴 있죠. 있지만 스타트업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저는 해법이, 결국 VC가 탐낼 만한 정도의 프로토타입이 됐건 데모가 됐건 그런 빌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량은 돈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이 아쉬운 거죠.
VC들이 왜 떠났을까요? 좋은 기억만 있던 게 아니거든요. 어느 회사 출신이라서 잘 만든다고 했는데 못 만들거나, 일정 맞춘다고 했는데 못 맞추거나 하는 식의 사례가 적잖게 있었거든요. 지금 필요한 건 그분들이 스스로 성공 사례를 내든, 한 번 사이클을 돌려볼 수 있는 그런 역량을 키워줘야 되고요, 게임을 작게라도 퀄리티 있게 내서 퍼블리셔들이 눈독 들이고 기대를 갖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들어가야 그 다음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게임은, 빨리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거든요. 프로토타입을 왜 빨리 공유하고 공개해야 하냐하면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고 새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정부 지원 사업이 어떤 때는 잘 안 되는 게임을 계속 물고 있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퍼블리셔들은 데모만 보고도 계약하는 상황에, 1~2년이 지나도 반응이 없을 땐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해요.
데모 하나 전투 씬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임팩트 있게 개발하는 전략 등에 대해서 정부 지원 사업의 방향성도 옮겨가야 한다고 봐요. 정부가 물론 그걸 알 수는 없지만, 제가 해외에 다니면서 많이 느낀 건 좋은 세션도 강사도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정말 많아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고, 신문물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 거예요.
액셀러레이팅, 인큐베이팅, 교육 어떤 표현을 써도 좋은데, 결국 중요한 게 그런 교육적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Game AiCON 행사에 같이 시연 나오는 <Zombie Rollerz: the last ship>이라는 게임 보면 글로벌 스탠다드는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수준이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저는 기관이나 협회에서 이런 해외 게임들을 잘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 산업을 키워가야 될지 논의했으면 좋겠거든요.
국내 대기업이 하는 인디 퍼블리싱도 개천에서 용나길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개천을 강으로 바꾸는 것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용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게임을 만드는 해외 팀들 얘길 들어보면 루트가 다 다릅니다. VC에게 투자 받는 케이스도 있고, 회사 다니면서 만든 경우도 있고, 다양해요. 사실 다양한 게 정상인 거죠. 멋진 데모 만들어서 투자 받을 계획을 가진 분도 있고, GDC나 데브컴 다니며 피드백이나 도움만 받고 출시는 내가 일단 할 거야 하는 분도 계시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 받거나 몇몇 대기업 퍼블리셔들에게 간택 받는 루트만 있는 편이니까, 이런 루트 밖에 없다면 새롭고 퀄리티 높은 게임이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Q. 7월 3일, 4일에 진행될 Game AiCON 행사 와주실 분들께 이렇게 즐겨주고 가셨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의미의 행사로 남았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서상욱 대표: Game AiCON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첫 행사입니다. 그만큼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요, 새로운 시도라는 부분을 감안하셔서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이나 세션, 네트워킹 자리 등을 잘 즐기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장소가 또 넓은 곳이 아니라서 오히려 기존 행사들과는 또 다른 느낌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글로벌, 인디, B2B, AI라는 키워드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업계 분들과 많이 교류하시고 소통하실 수 있는 자리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