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과장된 몸짓이나 언어로 무언가를 말하거나, 보여주기식의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쇼를 한다'라는 부정적인 언어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정반대다. 수많은 게임이 이 행사에 지출한 '돈 값'을 하기 위해, 다른 게임보다 조금 더 관심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짜내 '쇼'를 하고 있다. 그리고 주목을 받는 게임들에는 "관람객들이 그 게임에 관심을 가질 이유와 충분한 빌드업"이 있었다.




SGF의 메인 쇼에서 관심을 끌어내는 수단은 트레일러 상영이 전부가 아니다. 당연히 추가적인 지불이 있겠지만, 개발진이 나서 직접 게임을 소개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몇 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게이머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만큼 개발자가 직접 무대에 나선 게임들은 나름의 노림수를 선보였다.
세가의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를 예로 들어 보자. 세가는 두 번의 노림수를 선보였다. 먼저, 트레일러에서는 게임이 세가 IP가 총출동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살려, 하츠네 미쿠(프로젝트 디바 시리즈 관련), 카스가 이치반, 조커 등의 캐릭터가 참전한다는 소식을 최초로 공개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이이즈카 타카시 소닉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다른 '카트 레이싱 게임'(정황상 <마리오 카트>로 추정)과 다르게 저희 게임은 크로스플랫폼 매칭을 지원한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원 모어 띵"을 외치며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로 <마인크래프트>와의 협업을 깜짝 공개했다.

이런 점을 통해 세가는 짧은 시간 동안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가 현재 닌텐도 스위치 2의 출시 타이틀로 순항하고 있는 <마리오 카트 월드>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관람객들에게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 <소닉 레이싱>은 닌텐도의 기기로만 즐길 수 있는 <마리오 카트>와 비교해 멀티플랫폼, 크로스플랫폼 매칭을 지원하며, 오로지 닌텐도의 IP만 포함되는 <마리오 카트>와는 달리 세가 자사 IP를 넘어선 다양한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수록될 예정임을 말이다. 괜히 마리오의 라이벌이 소닉이 아니다.
다른 예시로는 개발사 '1047 게임즈'의 대표 '이안 프룰'이 직접 나선 <스플릿게이트 2>에 대한 발표가 있다. 이안 프룰은 착용한 모자에서부터 'MAKE FPS GREAT AGAIN'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어 범상치 않은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짧은 발표에서는 유명한 FPS 게임을 거침 없이 인용하며, 자신들이 FPS라는 장르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빠르게 각인시켰다.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스플릿게이트>를 만들 때, 우리는 친구와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200만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해 줬죠. 이제는 커뮤니티와 함께 <스플릿게이트 2>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저는 <헤일로>를 플레이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1년마다 출시되지만 항상 똑같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것에 지쳤죠. 그리고 우리는 모두 <타이탄폴 3>이 언젠가 공개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플릿게이트 2>는 <포탈> 시리즈를 진화시키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포탈 2>를 액션과 건슈팅이 포함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즐기면 어떨까요? <스플릿게이트 2>는 지금부터 무료로 플레이 가능하고, X나게 끝내줄(F***in awesome) 겁니다."

이안 프룰의 발언을 들어 보면 유명 FPS 게임을 언급하고, 강조하고 있기에 영어를 몰라도 이해가 상당히 쉽다. 특히, <콜 오브 듀티> 및 <타이탄폴 3>와 관련한 발언은 맥락을 생각하면 FPS 마니아들에게 상당히 공감을 살 수 있는 내용이다. 방망이를 들고 약간은 공격적인 자세로 강한 발언을 하며 게임을 소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안 프룰은 경쟁 FPS를 좋아하는 마니아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장르에 진심인지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과 발언의 수위를 강하게 가져갔음을 알 수 있다.
SGF에서 공개 후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관심을 받은 호러 게임 <ILL>에 대한 언급도 살짝 해볼 만하다. <ILL>의 SGF 트레일러 말미에는 뜬금없이 드럼통을 걷어차 조그마한 괴물을 맞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사용됐다. 바로 마지막 장면 직전까지만 해도 무언가 잔인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았지만, 주인공이 걷어찬 드럼통에 허무하게 괴물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관객 대부분이 긴장을 풀며 웃었다.
그 외의 인상적인 마케팅이라면 무대에서 제공하는 화면을 적극 활용해, 나름의 연출을 넣어 게임을 홍보한 <데드풀 VR>이나, 이런 게임 행사에서 이제 빠지면 섭섭할 정도인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 2>, 게임 내 등장인물의 모델이 되는 배우 '매즈 미켈슨'을 섭외해 게임을 홍보한 IO 인터랙티브의 발표를 언급해 볼 만하다.

<P의 거짓: 서곡>은 SGF에서 트레일러와 함께 '오늘 출시'됨을 알려 환호를 받았다. 아마 국내 게임 업계에서 콘솔 게임으로 '오늘 출시' 마케팅을 활용한 것은 <P의 거짓>이 최초일 것이다. 국내 게임의 콘솔 시장 개척을 주도한 게임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P의 거짓>이 이런 마케팅으로 현장에서 환호를 받은 이유는 충분한 빌드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쇼 마케팅에서 아마 가장 힘든 부분일 수 있겠지만,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관람객이나 게이머가 사전에 정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게임 1'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게임 2'라는 후속작을 깜짝 공개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언가 정보가 공개되기도 전에 빠르게 눈치를 채고 "나 이거 알아!"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만국 공통이다. SGF도 그렇다. <P의 거짓: 서곡>의 경우에도 트레일러가 상영되자마자 "이거 <P의 거짓>이다!"라고 말하는 해외 관람객이 있었다. 이전에 <P의 거짓>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기대작이 없었던 시절 게임스컴을 절묘하게 공략해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관심 몰이를 하고, 좋은 퀄리티로 본편을 출시해 200만 장을 판매해 인지도를 미리 쌓아 놨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오늘 출시' 마케팅을 쉬이 예측할 수 없도록 사전에 노림수를 배치하기도 했다. <P의 거짓: 서곡>은 첫 공개 이후 2025년 '여름'에 출시될 것이라 강조해 왔는데, 보통 여름이라 하면 7~8월을 생각하기에 그쯤에 출시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SGF를 앞두고 소수의 해외 인플루언서만을 대상으로 '비공개 시연'을 진행해 팬들에게 아쉽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게이머는 SGF에서 출시일 정도만 공개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출시가 되어 버렸으니 기분 좋게 속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 속에서 빌드업이 한 개라도 빠져 있었다면 <P의 거짓: 서곡>의 깜짝 출시는 그다지 놀랍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P의 거짓>이 이전에 게임스컴에서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지 않았더라면? <P의 거짓> 본편 반응이 별로여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임이 됐다면? 사전에 정보를 어느 정도를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높여 오지 않았다면? 이 마케팅은 그다지 효과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맥락과 빌드업이다. 글로벌 게임쇼에서 비싼 돈 주고 트레일러를 상영한다고 해서 그 게임에 없던 관심이 갑자기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는 그 게임에 관심을 가질 근거가 충분히 있어야 환호하며 기꺼이 관심을 가져 준다. 그리고 글로벌 게임사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자 온갖 곳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