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약물, 도박, 그에 버금가는 게임?
경기도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공개한 "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이 뭇매를 맞았다. 공모 최초 공개 당시 표기된 4대 중독에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이 4대 중독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해당 공모가 게임 업계 종사자와 게이머들에게 큰 질타를 받자, 공모를 주관하는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측에서는 "WHO에 인터넷 게임 중독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정해준 대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해당 중독 예방 공모의 표기의 '인터넷 게임'이 '인터넷'으로 변경된 상태다.
이에 8개 게임 단체가 성명을 냈다.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 성명문을 내고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최근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과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게임 단체의 성명문 전문은 아래에 수록한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4대 게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게임산업은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수출의 핵심 분야로, 2024년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약 60%에 육박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남시는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게임산업 종사자가 44,000여명에 이르고, 성남시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77%가 게임일 정도로 게임산업을 통해 고용과 수출을 동시에 견인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게임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이자 K-콘텐츠산업의 핵심으로서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지역 경제를 이끄는 핵심축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흠집 내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아 깊은 안타까움을 넘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주관하는 “AI를 활용한 중독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에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포함하였다가 추후 인터넷으로 내용을 수정하였는데, 문구가 수정되었다고 하여 게임 인식에 대해 우려되는 상황이 불식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게임을 질병으로 간주하여 국민들에게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이용자를 ‘환자’로 낙인찍고,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존감마저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결국 이러한 시도들은 게임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게임산업 관련 협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인 이번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엄중히 항의하며,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 공모전 백지화 또는 인터넷 제외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조속히 진행할 것
* 이번 사태에 관계된 최고위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우리는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촉구합니다.
게임산업과 게임이용자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장하는 모든 시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2025년 6월 18일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e스포츠협회

게임단체들의 성명에도 맥락이 담겨 있지만, 이번 중독 예방 공모가 특히 더 공론화가 많이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으로 질병 취급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2. 성남시엔 큰 수익을 벌어 들이고 많은 세금을 내는 게임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양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문제.
3. 중독 예방 콘텐츠를 AI를 활용해 만들어 제출하는 공모전인데, AI 발전에 대한 기여와 AI 활용의 선두에 게임 산업이 함께 얽혀있는 역설적인 상황.
이 지점에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상위 기관은 보건복지부다. 보건복지부는 서울, 경기, 강원,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지자체에 위치한 지역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운영 관리하고 있다.
성남시는 문제가 된 이번 공모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인터넷' 중독으로 표기를 바꿨지만,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인터넷 게임'을 중독 정보 설명란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는 안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그런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상당수의 경우 '인터넷' 또는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으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성남시 외에도 파주시와 같은 다른 지자체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도 '인터넷 게임'으로 명시한 곳들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운영 및 현황을 소개하는 공식 페이지에서 대상자를 소개할 때 "지역사회 내 알코올 및 기타 중독(마약, 인터넷 게임, 도박)에 문제가 있는자 및 가족, 주민"이라 명시하고 있다.



물론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영역도 있겠지만, 게임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선 성남시의 사과문이 나온다고 끝날 문제가 아닌 셈이다.
아래 기자수첩에서도 이번 공모전 논란 전후의 맥락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읽어보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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