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간 필자는 아이온의 계급사회에 대한 고찰을 정리한 적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인 부분. 즉, 우리가 즐기고 있는 아이온의 세계관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우리가 함께 즐기는 '아트레이아'는 과연 어떤 세계일까. / 디스이즈게임 필진 Risky


사실 이 부분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일 테니 가볍게 복습하는 기분으로 훑어보기로 하자.
태초에 아트레이아는 지금의 천계/마계처럼 오드 고갈 현상으로 고민하는 일이 없는 낙원이었다. 그 시대엔 주신과 데바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간과 용족, 아인종들이 위계질서를 이루며 살아가던 시기였다.
이중 가장 큰 힘을 지녔던 용족이 아트레이아의 실질적인 지배 계층이었으며, 스스로 그 힘을 각성시켜 드래곤으로 진화한 종이 우두머리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강대한 힘을 얻으면서 점차 아이온의 힘마저 넘보게 되고, 이에 아이온이 열두 주신을 지상에 내려보낸 것이 인간과 용족의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점이 됐으리라.
그 뒤 주신의 힘으로 아트레이아에 결계를 치고 데바로 각성한 인간들이 천 년간 용족과의 전투를 치른 것이 역사에서 말하는 천 년 전쟁. 판타지 세계에서 말이 쉬워 천 년이지 평범한 인간으로 치자면 고려 시대 문종 때부터 400년, 조선 시대 600년과 근대 100년을 거쳐 2010년 현대에 이르기까지 용족과 싸운 셈이다.

이후 이스라펠 주신의 제안으로 용족과 화평을 결정. 아트레이아의 결계를 열어 용족을 불러들인 자리에서 용제 브리트라가 공격을 받아 쓰러지게 되고, 용제 프레기온의 화염이 아이온 탑을 붕괴시킨 것이 대파국이다.

이 부분에 대해 천족의 역사에서는 화평에 반대했던 마계의 주신이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마족의 역사에서는 불명의 이유로 용제 브리트라가 쓰러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후 시엘 주신과 이스라펠 주신이 자신을 희생해 붕괴해 가던 아트레이아에 다시 결계를 만들어낸 것이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천계와 마계의 경계다.


아트레이아의 창조주. 인간과 용족, 아인종을 비롯한 아트레이아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것이 창조주로 기록돼 있지만, 열두 주신처럼 특정한 의지를 갖추고 무언가를 행한 기록은 없다.
실제로 아이온은 사람의 형태가 아닌 거대한 탑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말이나 행동 등의 ‘인간의 의사전달’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지 필자의 추측으로는, 아이온 탑은 단지 종교의 숭배대상으로서 일컬어지고, ‘신’이라기보다 일종의 자연현상, 혹은 초자연적인 건축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용제의 공격으로 붕괴한 뒤 그 안에 내재해 있던 오드의 힘이 계속해서 빠져나가 오드 고갈 현상을 일으키거나, 아이온 탑의 일부가 아티팩트로서 남게 된 것일 테니까.

▲ 이게 진짜로 신(아이온)의 일부라면 감히 이를 이용하는 인간들은 죄다 천벌감이다
대파국 이전의 아이온 탑은 스스로 찬란한 빛을 냈다 했으며 막대한 양의 오드가 아트레이아 전체에 분포되었다는 기록에서 볼 때 어쩌면 아이온 탑은 아트레이아에서 모든 만물의 근원이 되는 ‘오드’를 자체적으로 생산/순환시키는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로서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 혼자만의 가설이며, 개발사 쪽에서 ‘그냥 묻지 말고 아이온 신을 찬양하세요.’ 라고 한마디만 해준다면 결론이 나버리겠지만 말이다.


아이온 탑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아트레이아의 지배자. 즉, 종교에서 섬기는 믿음뿐인 신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신이다. 단지 지금 플레이어가 있는 시대에서는 정치의 중심이 아닌 그저 ‘구름 위의 존재’로 군림하기에 우리 데바가 직접 만나기엔 무리다.
대파국 이전 용족과의 천 년 전쟁에서 인간계에 내려온 주신은 열두 명이었으나 이중 이스라펠 주신과 시엘 주신은 대파국에서 붕괴하던 아트레이아에 결계를 다시 만들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으며, 남은 열 명의 주신이 대파국에 대한 의견 차이로 갈라서게 된 것이 지금의 5 주신 체계로 이루어진 내용이다.

▲ 좌측의 시엘/이스라펠을 제외하면 상단이 천계, 하단이 마계의 주신이다
각 주신의 능력적인 특성을 조금씩이나마 알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스킬일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네자칸의 방패, 루미엘의 지혜 등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환상의 신 카이시넬의 힘으로 만들어낸 잉기스온 환영 요새도 그러하고.
1차 천마전쟁 당시 카이시넬 주신이 직접 전선에 나서 싸웠으나 루미엘 주신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았다는 기록을 보면 주신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힘의 우열은 존재하던 것 같다.

▲ 주신께서는 굴욕샷 조차 위엄있게 찍힌다. 좌측 아래가 카이시넬 주신 나으리.
현재는 천족/마족의 대도시에 각 카이시넬 주신전, 마르쿠탄 주신전이 구현돼 있다. 다음에 다른 주신전이 추가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일이겠지만.

아트레이아의 정치 세력에 대해 ‘신분사회와 계급’ 기사에서 한차례 간략하게 다룬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천계와 마계는 전형적인 군국주의 사회로, ‘왕족’이라는 최상위 지배계층이 없으며 대파국 이후에도 천 년이나 지속한 전쟁으로 정치권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이 군벌 세력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천계와 마계의 세계엔 군부와 신관부가 별개로 존재하며, 군부에선 전체적인 통치와 병력관리, 대외작전 등을, 신관부에선 각 주신을 섬기는 종교적인 일과 세금징수, 민생안정, 기타 민원관리 등의 비군사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사회라면 군부보다는 신관부의 입김이 정치에 크게 작용하겠지만, 전쟁이 주요 국가정책인 천계/마계의 특성상 군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리라.

▲ 군인이 국가를 통치했던 사례는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2차대전 당시 국내의 정치를 휘어잡은 독일의 나치스나 일본의 도조 정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 등 군국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당시 일본은 군벌 세력 위에 천황이 자리 잡은 특이한 구조의 정치형태이긴 했지만.

▲ 간단하게 천계를 예를 들면 이렇다. 대부분이 공무원이 아닌 군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중앙의 정치세력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우리가 일일 퀘스트를 위해 가입할 수 있는 천계의 신성 수호회, 마계의 결계 수호단 이다. 이들은 신관부에 소속된 집단은 아니며, 자발적으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전투/첩보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쪽이 알맞을 것이다.

▲ 일종의 NGO 단체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케이스인걸까.
엘리시움 특수작전부, 판데모니움 특수사령부 등은 군부에 소속돼 있으나 복잡한 명령체계가 아닌 직선적 지휘체계의 첩보 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첩보기관이라 한다면 이스라엘의 모사드, 러시아의 KGB 등을 떠올리기 쉬우나, 이들은 자국 내 안보/방첩보다는 대외작전이 주된 임무니 오히려 미국의 CIA에 어울리지 않을까.

그림자 장로회는 천계와 마계 양쪽 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퀘스트의 흐름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이들을 돕게 되는 경우가 있다. 라세피엘, 히라우 바난 외에도 ‘비아누 아지타란’이라는 인사말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각기 천족/마족의 퀘스트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이들의 주요 임무는 각기 자국 내 방첩활동이 주된 것 같으나, 벨루스란에서 '[마족] 그 집에 누가 사나?' 퀘스트를 진행해 보면 실제로 천족과 마족의 평화적 통일을 꾀하는 비밀 조직이라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더군다나 13번째 주신에 대한 예언까지.
민주국가에서 평화롭게 살아온 유저의 입장에선 쌍수 들고 환영할 이야기지만, 전시체제인 엘리시움/판데모니움 정부의 견해에서 본다면 이는 중대한 반역행위다. 이는 이제 와서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테오보모스에서 '[천족] 죽은 자가 남긴 단서' 퀘스트를 진행해보면 천족이 마족의 일을 돕는 건 대역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라고 분명히 명시되는 대목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는 집단은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 위의 인물을 발견하신 분께선 국가정보원으로 신고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퀘스트를 통해 공개된 바로는 비그비르, 울루트, 유디티오 등의 재야 민간인도 몇몇 보이지만, 보레아스, 트라우프니르 등의 정부 고위 관계자까지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그림자 장로회가 폭넓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좋든 싫든 데바 역시 그림자 장로회 관계자 명단에 올라갔으니, 앞으로 대도시를 거닐 때면 조금은 행동을 주의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천족 유저는 포에타, 베르테론, 엘테넨, 인테르디카에서. 마족 유저는 이스할겐, 알트가르드, 모르헤임, 벨루스란에서 받는 미션 퀘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하나같이 용족 차원의 문이다.

▲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비슷하다.
이는 각기 천족/마족에 적대적인 아인종인 크랄/라이칸의 용족 숭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데바가 2.0 패치를 통해 용계에 발을 들여 넣기 이전부터 아인종들은 차원의 문을 통해 용족과 소통하고 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용족을 끌어들인 아인종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을 우리는 인테르디카의 인드라투 군단 주둔지, 벨루스란의 바카르마 군단 주둔지, 그리고 암흑의 포에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결말도 모르면서 무작정 용족을 끌어들인 우리 유쾌한 아인종들 덕분에 그 뒤치다꺼리를 하러 가는 것이 데바의 미션 퀘스트의 실질적인 내용이리라.
필자는 여기에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포에타와 이스할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결계탑이 모두 차원의 문과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점이다.

▲ 생각해보면 죄다 정예필드 근처에 있는 결계탑.
혹시나 이 결계탑에서 마법 힘으로 차원의 문이 열리는 것을 억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필자가 플레이하고 있는 서버의 GM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딱히 이렇다 할 해답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결계탑에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해 봐도 여러 가지 임무는 주지만 정작 결계탑의 기능에 대해서는 생략돼 있다. 즉,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미궁에 빠져버려 결계탑에 관한 의문은 그저 필자만의 의문으로 남아버렸다.
천계/마계를 어지럽히는 위협의 근원인 차원의 문을 박살 내고 다니는 유저들. 이로써 고향의 평화는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도시에서 어렵사리 경로를 뚫고 비행선을 타고 잉기스온/겔크마로스까지 비싼 돈 들여 이동하느니 차라리 아인종의 차원의 문을 통해 다이렉트로 용계에 진출해버리는 쪽이 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 이 편한 물건을 왜 활용하지 않는 것인지.

▲ 차원의 문도 이렇게 공용 프리패스로 열어두면 안 되는 것이었나?

이번 시간에는 우리가 사는 천계/마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게임 내에서야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맞추는 플레이의 반복이지만, 가끔은 흘러가는 퀘스트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온의 세계관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단순한 레벨업이 아닌, '아이온'이라는 방대한 세계의 RPG를 즐기는 것이니까.

▲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히폴리타 퀘스트 하면서 이 대사 떠오르신 분 푸쳐핸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