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게임 업계는 NFT게임이 실현할 수 있는 여러 혁신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은 이상에 불과하며, 현실로 만들기 힘든 가치라는 반박도 그만큼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NFT 게임의 이상은 아직 전혀 맛볼 수 없는 과실인 것일까? NFT 게임 개발자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당장의 솔루션은 전혀 없을까?
NDC22(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강연에 나선 넥슨 류기혁 개발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강연에서 류기혁 개발자는 NFT 게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으면서도, 지금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 방안도 함께 제안한다. 함께 알아보자.

강연자 : 류기혁
소속 : 넥슨코리아
발표자 소개
현재 넥슨코리아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개발자,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자, 프론트엔드 개발자 등 여러가지 형태의 개발자로 활동했다. 블록체인에 관련하여 대학교 블록체인 특강 강사, 블록체인 해커톤 Adviser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 룸네트워크 게임잼, 카카오 그라운드X 제주 해커톤 등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P2E 진출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P2E(Play to earn)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을 플레이해 NFT나 게임 재화를 얻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으로, P2O(Play to Own)등 다른 명칭으로도 불리지만 결국 블록체인 게임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게임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게임 재화를 토큰 형태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화는 대부분 이더리움에서 정의한 ERC20 표준을 따르고 있어 다른 토큰과의 상호 교환이 쉽게 이뤄진다.
둘째 특징은 게임 아이템을 토큰 형태로 지급한다는 것인데, 흔히 말하는 NFT 아이템의 개념이 여기 속한다. 이들 NFT 아이템도 이더리움의 ERC721, ERC1155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다른 토큰과의 상호 교환이 쉽다.
P2E 게임을 이용할 때와 기존 게임들을 이용할 때의 차이는 뭘까? 일반 게임 A, B를 가정해보자. A 게임의 재화를 B 게임의 재화로 교환하려면 A 게임의 재화를 판매한 뒤 다시 B 게임 재화를 구매하는 결과를 거친다. 2번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도 발생한다.

반면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한 번의 교환만 거치면 된다. 현재는 오토 마켓 메이커(AMM)를 활용해 잔액을 남기지 않고 모든 재화를 한 번에 교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NFT 아이템과 기존 게임 아이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 게임에서는 아이템이 게임사 서버에 저장된다. 서버는 게임사가 단독으로 운영하고 서비스가 종료된다면 유저 아이템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아이템 데이터가 저장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특정 게임사 단독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게임사의 상황에 따라 아이템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해당 아이템이 ‘사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다.

블록체인 게임에는 기존 게임에서 실현하기 힘들었던 여러 이상적 가치가 있다. 하나씩 알아보자.
1. 게임 아이템 공유: 이론상 가능한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넥슨 게임이 있다. 유저의 모든 것은 넥슨 운영 서버에 기록된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다른 기업과 공유되는 일은 거의 없다. 너무 많은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유저 데이터는 넥슨의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에 기록될 수 있고, 따라서 다른 기업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신규 기업으로서는 새 유저 확보가 쉬워지고, 게이머들은 기존 게임에 소비한 시간과 노력을 신규 게임에서도 보상받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게임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주체는 게임사가 아니라 유저다. 이때 수수료인 ‘가스비’를 유저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지불해야 한다. 계산에 따르면 아이템 생산에 5만 6,000원, 전송에 2만 8,000원, 거래에 7만 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기록에 필요한 64자리 개인 키 또한 유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유저는 기록마다 개인 키를 직접 입력해 서명을 진행한다. 아이템의 변형, 전송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 데이터를 새로 기록해야 할 때마다 이 과정을 밟아야 한다. UX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문제가 있다. 시장에서 NFT 저작권을 소유자에게 모두 위임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즉, NFT 아이템을 유저가 보유하더라도, 그 저작권이 아직 특정 게임사에 있다면 이를 다른 게임에서 활용하기란 어려워진다.

2. 데이터 투명성 확보: 기존 게임에서는 아이템 드롭 확률 등의 코드 실행을 게임사 단독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신뢰도 이슈가 발생했다.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의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는 블록체인에 한 번 기록하게 되면 수정이 어렵다. 수정하더라도 내역이 남고 모두에게 공개된다. 확률뿐만 아니라 수정 과정도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신뢰도 문제는 이론상 사라진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힌다. 아이템 데이터를 직접 블록체인상에 기록하는 데에는 큰 비용이 발생한다. 이더리움 기준으로 새로운 블록 생성에는 약 15초가 소모되고, 한 블록에 할당되는 가스는 약 3,000만이다.
79KB의 이미지와 50개 속성으로 구성된 게임 아이템을 가정해보자.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려면 570만(이미지)+45만(속성)의 가스가 소모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68만 원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 블록 생성에 15초가 소모되므로 이론상 한 개의 아이템 생성에는 최소 3초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모된다.
이러한 문제로 게임 아이템 데이터는 직접 온체인(블록체인상)에 기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이 게임상에서 ‘3607번 아이템’을 소유했다고 가정하면, 3607번 아이템의 메타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했다는 사실만 기록되고, 실제 데이터는 오프체인 상의 서버에 기록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해당 아이템을 강화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는 기본적으로 오프체인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불러올 때 발생하는 ‘연결성 문제’(오라클 현상)를 발생시킨다. 온체인 상의 정보는 조작할 수 없더라도 오프체인의 데이터는 위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조작 불가’ 게임 운영은 이론상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3. 유저간 자유로운 거래: 블록체인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가치다. 하지만 여기에도 UX상의 큰 문제가 있다.
유저가 캐시 인(cash in)을 하려면, 거래소에서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구입, 출금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녹록지 않다. 중앙화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 암호화폐 출금까지 총 클릭 37회, 입력 8회, OTP 인증 2회가 필요하다. 여기에 원화 입금 후 출금까지의 소요 시간 등 일반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실제 절차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과정이 거래소 출금지원 문제와 얽히면 더욱더 복잡해질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 코인(AXS)은 국내 거래소에서 출금을 못 한다. 그래서 ‘브리지’ 시스템을 이용해 <엑시 인피니티>의 Ronin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한다. 여기서 추가적인 클릭과 입력이 발생한다.
이런 장벽은 결국 현금으로 코인을 구매하려는 캐시인 유저 수와 인게임 보상을 현금으로 인출하려는 캐시 아웃 유저 수의 불균형을 초래, 코인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4.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게임운영: 스마트 컨트랙트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DAO를 게임에 접목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저들의 투표로 게임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그 예시로 특정 주기로 생성되는 게임 코인 생성분의 일정 지분을 개발사에 할당해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여기서 의사결정 참여를 위해 게임 코인 예치나 게임아이템 소유 등 방식으로 지분 증명을 거치도록 해 악의적 의사결정 방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은 이상에 불과한 방식이다. 유저들이 처음부터 DAO 형태로 게임을 개발했다면 가능하겠지만, 기존 게임들에 DAO 식 운영을 접목하기는 어렵다. 기존 게임을 만든 개발사가 코드나 IP를 내어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 블록체인 게임의 ‘이상’은 각각의 현실적 문제를 완벽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 성숙으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류기혁 개발자는 각각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게임 아이템 공유는 트랜잭션 서명 행위를 기업이 대체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명 행위의 주체보다는 트랜잭션 내역의 투명한 공개가 그 요체이기 때문이다. NFT 아이템의 저작권 문제는, 유저의 NFT 소유 여부를 확인한 뒤, 신규 개발사가 ‘재해석’을 거쳐 새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우회 해결할 수 있다. 이는 PFPNFT 게임들이 실제로 취하고 있는 구조다.
둘째로 데이터 투명성 문제는, 메타 데이터의 위치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아이템 강화 성공 여부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강화 컨트랙트를 실행시키고, 실제 메타데이터 수정은 오프체인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오프체인/온체인 기록의 순서, 그리고 트랜잭션 로그와 실제 강화 데이터 비교로 유저들이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즉, 조작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사후에라도 조작을 적발할 수 있게 된다.
유저간 자유로운 거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캐시 인의 불편한 UX다. 뚜렷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해당 경험을 어느 시점에 요구하는지에 따라 유저 불편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게임이 진입 시점에서 특정 NFT 구입 등을 요구하면서 캐시인 경험을 먼저 요구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심리적 저항감이 적은 캐시 아웃 경험을 먼저 체험하도록 순서를 조절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DAO 게임 운영은 어떨까? 앞선 예시에서는 유저가 개발사를 ‘교체’하는, 이론상 적확하지만 극단적 예시를 들었다. 하지만 DAO의 진짜 가치는 투자자와 이용자를 나누지 않는 구조에 있다. 이용자가 토큰 홀더가 될 수 있도록 토큰 이코노미를 잘 설계한다면, 이용자의 목소리가 더 잘 수용되고, 게임 운영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류기혁 개발자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