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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임을 만드는 게 넥슨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개발하는 이득규 디렉터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6-10-07 12:13:29

지금부터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요즘 삼국지는 인기가 없다. 삼국지를 청소년 필독서 중 하나로 뽑던 시절은 호랑이 담뱃잎 말던 시절에 지나갔고, 삼국지를 읽어봤다는 이유만으로 '아재'소리를 듣는 무시무시한 세상이다. 그 와중에 <삼국지 조조전>의 모바일버전 리메이크를 맡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삼국지만으로 벅찬데 그걸로 SRPG를 만들라니. 막막함을 넘어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사직서를 꺼내 들 순간 같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생각이 조금 달랐나 보다.

 

"어차피 삼국지가 소재면 할 사람만 해요. 그럴 거면 차라리 대중성 같은 건 젖혀두고 원작에 맞춰 끝내주게재미있게나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사업팀에서 들으면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 소리를 태연히 하는 이 발칙한 개발자는 넥슨에서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맡은 이득규 디렉터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에게 기자는 조심스레 질문 하나를 던지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미쳤어요?"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개발 중인 이득규 디렉터

 

※ 독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원작은 <조조전>으로 넥슨이 개발한 모바일게임은 <조조전 온라인>으로 표기했습니다.

 

 

# 삼국지 유행 끝난 건 저희도 알아요

 

Q1) 다음 중 자신이 아는 <삼국지>의 등장인물을 모두 고르시오.


1. 유비

2. 공손찬

3. 엄백호

4. 독발수기능

5. 오국태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삼국지 좀 읽어봤다는 유저라면 엄백호나 독발수기능 정도까지는 알 것이고, 오국태까지 알고 있다면 굉장한 삼국지 마니아일 것이다. 다만 모든 유저가 그만큼 삼국지에 빠삭한 건 아니다.

 


참고로 오국태는 손견의 둘째 부인이자 유비와 결혼한 손상향의 어머니 되시겠다. 이미지는 <삼국지 11>의 오국태.

 

'유저들이 그래도 동탁까지는 알더라고요' 불과 몇 년 전 '삼국지'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던 다른 개발사 대표의 이야기다. 그리고 삼국지 게임들이 국내에 처한 현실이다. <조조전 온라인>을 개발 중인 넥슨도 이 상황을 모르진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1. 무리해서라도 대중성을 추가한다.

 30대 이상이 많은 삼국지 팬들에게 원작 <조조전>의 시스템은 지나치게 번거롭다. 이를 요즘 모바일게임 추세에 맞춰 쉽게 만든다. 다만 원작 팬들이 반발하거나 삼국지를 이용한 다른 게임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2. 일단 재미만 집중해서 삼국지 팬부터 붙잡는다.

누가 뭐라 해도 게임은 재미가 우선! <조조전> 특유의 전투와 시스템은 유지하고 여기에 콘텐츠를 대폭 늘려서 삼국지의 끝을 본다. 다만 가뜩이나 부족한 대중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3. 그냥 포기한다.

...

 

그리고 넥슨은 주저 없이 2번을 택했다.

 

"솔직히 소재가 삼국지라는 것만으로도 첫인상은 정해져 있잖아요? 아저씨 게임. 어려운 게임. 근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조조전>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단 말이죠. 그럼 어설프게 대중성을 노리느니 게임 자체에 더 집중하기로 한 거죠"

 

게임의 특징을 아예 더 강화했다.

 

 

# 그렇게 2년짜리 미친 짓이 시작됐다.

 

<조조전>을 새로 만드는 작업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미친 짓'이었다. 

 

원작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만 했다. 그래픽, 시나리오, 밸런스, 조작까지 모든 걸 새롭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왕 만들다 보니 욕심이 점점 커졌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었다. 게임이 오래된 만큼 각종 MOD가 많았는데, 이를 놓치기도 아까웠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왕 이 악물고 만드는 거 넣고 싶은 건 다 넣어보기로.

 

차라리 이 정도면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보다 <슈퍼삼국지대전Z> 같은 이름이 더 어울릴 기세다. 

 

게임 이름은 <조조전 온라인>이지만 조조 하나의 이야기로는 부족해 서서전, 방통전, 유비전, 황충전, 엄백호전(!) 등의 추가 스토리를 넣었다. 각각 인물의 처지에서 새롭게 보는 시나리오다. 원작에는 MOD로 들어갔던 시나리오도 많다. 이렇게 추가된 스테이지가 원작 <조조전>의 약 7배인 405개. 물론 모든 스테이지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여기에 오리지널 모드인 전략편에는 18개 주를 통일하는 삼국통일과 공성/수성전, 인스턴스던전(!), 내정 등이 들어갔다. 조만간 길드와 PVP도 추가된다. 이렇게 개발에 걸린 기간만 꼬박 2년. 번역에 사용된 텍스트만 17MB.

 

이 정도 노력을 들였으면 대체 얼마나 성공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득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천하의 넥슨에서 어디를 봐도 수지타산 안 맞을 것 같은 이 게임을 통과해줬다고?

 

 

소위 말하는 '계산기를 돌려보면 나오기 어려운 게임'이다. 요즘 트렌드와는 안 맞기도 하고.

 

  

# 가끔 우리 같은 게임 하나쯤 있어도 좋잖아요.

 

아이러니하다. 이득규 디렉터가 말하는 <조조전 온라인>은 '넥슨이니까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 하나만 실패해도 회사의 운명이 오가는 소규모 개발사한테 2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게임으로 '도전'을 하라는 건 너무 잔인한 이야기다. 반면 넥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 실패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래서 이득규 디렉터는 이런 도전을 대형 개발사가 가지는 일종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넥슨이니까 만들어야 하는 게임은 이런 의미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인기 장르만 만들면 결국 다 같이 죽자는 거잖아요. 시장이 커지려면 우리 같은 게임도 있어야죠. 그게 대형 개발사나 퍼블리셔야 해줘야 할 역할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넥슨이 이런 걸 다 만드네? 실제로 CBT에서도 자주 나온 이야기다.

 

 

# 길~게 보고 갈 거예요. 입소문 날 때까지 버티면서요.

 

<조조전 온라인>의 전략은 확실하다. 대규모 마케팅보다는 삼국지 유저들에게 게임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이후에는 유저들을 통한 입소문에 의존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게임성과 재미에서는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만약에 생각만큼 입소문이 안 나면요? 그건 저희가 게임을 생각보다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거니까 더 재미있게 만들어봐야죠"

 

그래서 준비 중인 콘텐츠도 애당초 장기전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말한 시나리오는 연의전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몇 개씩 업데이트 되고, 5주마다 새로운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어진다.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유저들에게 업데이트 일정부터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매주 새로운 연의 시나리오가 몇 개씩 추가된다.

 

전략편에서는 '통일을 위한 공성전'이 이어지고, 연의편에서는 끊임없이 시나리오 업데이트가 이어진다. 점령한 성을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스토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수가 필요하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장수들도 계속 추가된다.

 

목표는 당연히 '삼국지팬들을 위한 삼국지로 만든 게임의 끝판왕'. 다만 삼국지의 어지간한 이야기는 전부 다루고 있으니 삼국지를 잘 모르는 유저도 역으로 게임을 통해 삼국지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도 있다.

 

"괜히 어려운 길로 가는 건 아닌가, 후회한 적은 없어요?" 기자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이다.

 

"없어요. 개발자로 가장 즐거울 때가 덕업일치잖아요. 그 옛날 최고로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을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어냈는데, 후회될 리가요. 이게 진짜 개발자로의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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