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개최된 ‘서울디지털포럼’에서는 ‘게임병, 그리고 사회적 치유’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논란이 됐던 일명 ‘중독법’을 두고 과연 게임을 중독으로 볼 수 있는지, 또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토론은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진행됐으며, 반대 측에는 도영임·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찬성 측에는 박준현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우재준 신의진 의원 보좌관이 함께했다.
또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참여해 중독법에 대한 게임 업계의 의견도 함께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한 이번 토론회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송예원 기자.
게임, 중독 물질로 볼 수 있나?
사회자: 오늘 토론은 전문가들의 관찰 경험의 결과로 게임중독의 실제는 무엇이고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박준현 교수에게 묻겠다. 게임 이외에도 비슷한 강도 범위의 문제가 있는데, 게임이 얼마나 독특하길래 법적인 장치가 필요한가? 의사로서의 의견을 부탁한다.
박준현: 우선 게임업계와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자리 마련해줘서 감사하다.
신의진 의원도 말했지만, 게임중독은 현상으로 말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임상연구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진단체계 ‘DSM-5’에도 인터넷게임이 속해 있다. 진단 기준은 게임에 과몰입했을 때 나오는 증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성이 생기고, 집착이 생기는 등 금단증세가 생긴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인다든지, 부정적인 정서를 회피한다든지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을 하는 9가지 증상이 있는데, 5가지 이상을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중독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돌아보고 게임을 잘못 사용하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게임 장애 실체에 대해 말하고 싶다. 게임과 병을 완전히 연결시켜서 붙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분명 장애를 보이는 환자는 있다고 임상적으로 경험하고 있기에 말할 수 있다.
또 게임중독이 유니크하냐고 물었는데, 여러 중독의 다른 물질들과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중독 대상을 통해 받고자 하는 보상 체계나 자극은 같은 부분이고, 소아 청소년부터 영향을 받고, 생태 환경에 영향을 줄 정도로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건 독특한 부분이다.
사회자: 심리학을 전공한 도영임 교수님은 박 교수님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영임: DSM-5는 미국 정신 의학계에서도 정신 진단 기준으로 수용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한, 관찰해야 한다고 판단한 '인덱스'에 해당한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인터넷 문화는 미국에서 비디오게임 문화, 혹은 영국에서 10년 이상 연구해 온 것과는 문화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게임중독은) 한국 사회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 활동이 개입되고 사회적 가치와 연결이 되어 있다.
따라서 현상을 이루는 구조라든가 원인이라든가 지속 여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이런 결과가 도출되는지 심도 있는 이해가 없으면 단순한 현상 진단 이상의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연구를 위해 게임을 하면서 나 역시 게임중독 고충을 겪는 사례를 봤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갔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재발 위험이 크다.
더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이 강화 메커니즘을 돌리고 있는지 보다 큰 맥락에서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히 아이들을 격리하고 약물로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정의 문제와 가치관의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한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통한 개입 방법이 있지만, 그 개입 방법이 효과적으로 해결하는지 과학적 데이터도 없다. 보다 엄밀한 과학적 연구와 성찰을 바탕으로 전체 시민들이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자: 사회가 요구하는 성급한 결론을 빨리 내기보다는 참고 연구하고 추적하는 자세가 학계와 업계 모두 필요한 것 같다.
도영임: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무엇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솔루션을 전략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전략에 포함된다.
우리가 하는 행위(규제)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로서 더 큰 맥락에서 삶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주장하는 거다.
사회자: 의학적 판단과 경험을 통해 우리 정부가 사회에 권하고 싶은 핵심적인 사항이 있는지 박준현 교수에게 다시 묻고 싶다.
박준현: 게임 자체에 중독된 사람의 비율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 환경적인 원인에서 충동, 과잉행동 등이 나타나는 현상은 게임과몰입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고, 생활에 피해를 준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중독에서도 물질, 행위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 개인의 기질, 가정 등의 문제가 함께 작용한다. 게임이 중독 물질이냐 아니냐는 철 지난 논의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중독 문제는 나타나고 있다.
(중독법 반대 측에서는)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는 편견을 넘어 이해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이해를 넘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이야기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 도 교수님은 행위를 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임상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진 환자도 많다. 그냥 지나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마냥 기다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도영임: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말하겠다. 심도 있는 연구 없이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이 아이들을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안을 드리는 것이다. 예방적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별개의 접근이다.
중독법, 게임과몰입 해결할 수 있나?
사회자: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개인적 조치인데, 법안이 되면 대중적인 범위의 적용이 된다. 우재준 신의진 보좌관(이하 우재준 보좌관)에게 묻겠다. 게임중독과 관련한 법안을 입법하는 입장에서 게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재준: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단순한 논리와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해 반영하는 건 아니다. 정책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는데 먼저 얼마나 보편적인가, 두 번째 얼마나 심각한가, 세 번째는 얼마나 빨리,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왜 게임 중독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내세운 데이터들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나 보편적인 문제인가를 판단할 때는 정부가 내놓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부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10만 건 이상의 위험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두 번째는 실제로 박 교수님이나 도 교수님이 언급했지만, 임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성이 다각도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대중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건데, 충격적인 사건들은 정책을 만드는 데 영향을 받는다. 게임으로 인해 아이가 죽었다는 사건이라든지, 청소년이 과잉 행동을 했다던가 심각하게 잠을 안 잔다든가 하는 사례들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조사한다. 국민들에게 게임에 한정해서 중독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조사하면, 물론 과학적이라기보다 인용해서 물어보면 보통 80% 이상이 ‘중독 현상은 있다’ 답하더라.
이런 기준을 놓고 볼 때 해당 법안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고 느끼는 거고, 입법으로 반영하는 거다. 사실 그 과정조차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국회의 과정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개정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국회의 과정은 그게 실제로 유효하냐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제안할 수도 있고, 너무 규제적 성격이 있거나 현실의 행정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고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애초에 일부의 임상이나 주장을 가지고 채택하는 건 아니다. 그 점은 강조하고 싶다.
우재준 신의진 의원 보좌관
"10년 전 '리니지' 폐인, 멀쩡하게 잘살고 있다"
사회자: 다른 분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 보고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송재경 대표에게 단답형으로 묻겠다. 대표님이 만든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있나?
송재경: (헛웃음) 제가 만든 게임 중 하나가 <리니지>인데, 10여 년 전에 거대한 사회 현상이라고 할 만큼, 쉽게 말해서 ‘리니지 폐인’ 뭐 이런 현상이 있었다. 이른바 말하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종일 <리니지>만 하는.
이게 중독이라고 하면 중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10여 년이 지났고 그분들이 다 병원에 가 있느냐 물으면 그건 아니지 않나? 멀쩡하게 잘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99.99%의 사람들은 별일 없이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지난 10년이 그렇게 증명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리니지>가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 개중에 신문 사회면에 나올 만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런데 그게 꼭 게임 때문이었는지 신문에 나온 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지 않나? 가정환경이 잘못됐는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는지,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그런 부분은 이 자리에 계신 의사 선생님들께서 밝혀내야 하는 일인 것 같고,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은 이렇다저렇다 단정 지어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사회자: 송 대표는 게임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단순한 동기는 아닐 거로 생각한다. 엑스엘게임즈가 게임 사용자들을 관찰하면서 예상했던 회사의 미래나 비전은 무엇이었나?
송재경: 딱히 우리 회사 얘기라기보다는 대한민국에서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부분 그럴 거라 생각되는데, (게임 개발이) 요즘에 와서는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갑을병정의 관계가 있다면 ‘병정’의 대우를 받는데 그보다는 나은 환경에 있으니까.
초창기 12년 전, 15년 전, 20년 전에 시작한 분들은 사회적 인식도 지금보다 더 안 좋았다. 그때는 게임이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던 분들은 게임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고, 게임에서 잊을 수 없는 감동 같은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엑스엘게임즈를 비롯해 젊은 게임 개발자에게 왜 업계에 들어왔느냐고 물어보면 어렸을 때 일본 회사의 <파이널 판타지>라든지 미국의 <울티마> 등에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하더라. 마치 내 선배 세대들이 소설이나 연극 등에서 느꼈던 평생의 큰 감동으로 인생이나 직업 선택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좋아했던 것과) 비슷한 걸 만들고 싶고 그걸 통해서 자신들이 느꼈던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일본 게임이나 미국 게임을 하게 된다면 어찌 됐건 일본이나 미국 정서를 따라가는 것 아닌가?
물론 생계를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 업계에 종사하는 이유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게임을 하면서 한국적인 정서를 전달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한국 게임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사회자: 게임이 현재를
포함한 먼 미래에 문화의 한 축이 될 거라고 보고 계신 것 같다.
일부의 발표도 그렇고 신의진 의원의 발표도 그렇고 포함해서 ‘사회’라는 공통 주제가 있었다. 송재경 대표에게 궁금했던 것이, 젊은 게임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사회적인 충족감을 느끼기에 게임을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송재경: 게임도 굉장히 여러 장르가 있고 그에 따른 서로 다른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콘솔 게임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혼자서 집에서 틀어박혀서 하는 ‘히키코모리’라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콘솔이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업계가 시작했고, 대부분 사용자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충족감’에 관한 문제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본다.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이밍 스킬이 있어야 잘하는 것도 있지만, 몇천 명이 함께 플레이한다.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인정을 받거나 게임 안의 롤에 따라 성장하는 등 사회적 욕구가 그 안에서 실현되는 그런 게 있다.
사회자: 다른 분들에게 묻겠다. 게임 안에서 사회 활동이 일어나나?
박주용: 실제로 이루어진다. 우리도 연구하면서 재미있게 느꼈던 건 판타지 게임의 경우 거대한 전투를 주로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대화’다. 또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게임이라는 문화가 집에 혼자 앉아 있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사교성이 발달하는데 악영향을 미치느냐고 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임 과몰입, 해결 방안은?
사회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자면, 게임 중독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박주용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나?
박주용: 의견을 말하자면, 몰입할 수 있는 중독이나 상식 이상의 몰입을 하면서 다른 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하는 건 존재하지만, 어느 매체는 되고, 어느 매체는 안되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책을 많이 읽어서 활자 중독 때문에 생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책은 다들 좋다고 하지만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책을 읽는다면 그것도 문제이지 않나.
사진기가 처음 나올 때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영혼을 빼앗아 간다고 해서 거부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주의하는 것도 중요한데, 과학자 입장에서 선험적으로 옳다 그르다고 말하기보다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게임에 대해 주의하자는 건 동의하되, 긍정적인 건 살리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주류 문화로 자리 잡으면 수출도 되고 문화 현상이 될 거라 본다.
사회자: 우재준 보좌관에게 질문을 터프하게 하겠다. ‘공부 과몰입’을 막기 위한 공부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우재준: 게임 셧다운제가 합법화됐지만 개인적으로는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셧다운제야말로 과도하고 불완전하게 만든 대표적인 제도가 아닌가. 성급하게 만든 제도인 것 같다. 물론 셧다운제를 만든 이유는 있다. 학부모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거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겠나.
앞서 언급했지만, ‘극단적인 일화적인 에피소드’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거야말로 성급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계기다. 일화적인 에피소드는 시급하거나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걸 촉발하는 거지, 그것 자체로만 정책이 되지는 않는다. 이 부분을 당부하고 싶다.
정치권 말단에 있는 사람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성급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시 과도한 규제와 형벌 강화 등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정확성이 없어진다. 어떤 부분은 과도하고, 어떤 부분은 똑같은 현상인데 그냥 놔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두 번째로 그로 인해 생기는 반대쪽 입장을 보면 문제를 숨겨두는 것도 문제다. 문제를 놔두는 게 아니라 규명하고 팩트로 만들어야 한다. 분명히 게임은 순작용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콘텐츠공제조합 만들 때 적극적으로 입법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나타나게 된 원인을 공유할 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덮으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되돌아보면 환경문제가 컸는데, 이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들을 산업화에 찬물을 끼얹는 세력이라고 프레임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첫째,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자. 반작용과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파괴는 혁신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가치들을 없애기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중독법은 최소한의 부분이다.
두 번째는 투자가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나 정부 전체적으로 R&D(연구개발)를 중심으로 나가다 보니 산업기술에 도움이 되는 연구는 많이 된다. 카메라 컴퓨터라던가 상품 만드는 데 필요한 R&D는 상당 부분 투자됐는데, 콘텐츠에 대한 정책적인 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이 함께 정치권에서도 주장하고, 정부에서도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업계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야 풀린다. 그렇지 않으면 양 극단만 왔다 갔다 하는 거다. 간극만 벌어진다. 제도적 장치가 실현되고 정부에 압력을 넣고 정책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사회자: 마무리 시간이다. 방금 우 보좌관의 의견에 대해서 송재경 대표의 ‘엣지 있는’ 답변 요청했다. 전문가와 정부, 국회에게 게임 산업 종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재경: 70~80년대 산업화 시절의 환경보호론 이야기를 했는데, 물론 그런 예를 들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비슷하고 현재 상황에 잘 맞는 예는 80~90년대 만화 산업이다.
그 당시에는 한국 만화가 많았다. 한국 만화 잡지도 여러 종류가 있었고.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업을 만화를 탄압했고 심지어 유명 만화가가 끌려가서 조사도 받는 일도 있었다.
당시 프레임도 지금 게임에 대한 것과 비슷한데,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착한데 만화 때문에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로 만화 산업이 싹 죽어서 애들이 만화를 안 보나? 결국엔 일본 만화를 본다. 대형 서점에 가면 커다란 만화 섹션에 일본 만화가 가득 차 있다.
게임도 그런 전철을 밟다 보면, 학부모들은 한국 게임 회사가 전부 없어진다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컨트롤 안 되는 일본, 미국, 중국 게임 회사가 들어와서 한국의 부를 가져가고 애들을 망가뜨리지 않겠나.
지금의 게임 회사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만화처럼 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
사회자: 오늘 토론에 앞서 합의했던 미덕중 하나는 성급한 결론은 내지 말자였다. 오늘의 발표는 이 테이블 위에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올려놓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발견한 점은 먼저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점은 존재하는데, 이 차이점을 합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나 알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이 토론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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