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기획/특집

[이슈분석] 페이스북 게임 재개가 국내 게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안정빈(한낮) 2016-06-27 16:56:34

페이스북 게임의 재론칭 소식이 뜨겁다. 2017년 1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한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페이스북에서 관련 인원을 배정했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새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에게 페이스북 게임이 기대만큼 기회의 땅일까? 조금만 살펴봐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2년 전 페이스북 게임이 문을 닫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디스이즈게임은 페이스북 게임의 재론칭과 관련된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페이스북 게임의 현재 상황. 극히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1. 페이스북 게임, 뒤늦게 재개 소식이 들리는 이유는?

 

페이스북은 2014년 8월 26일 국내의 게임서비스를 모두 닫았다.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現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국내에서도 페이스북의 슬롯머신이나 카지노 등의 게임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페이스북이 모든 게임의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한 대처로 모든 게임서비스를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해외 개발사가 대부분인 페이스북 게임에서 모든 타이틀이 등급분류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막대한 비용도 소모된다. 국내 시장규모를 감안한 페이스북의 선택은 서비스 중지였다.

 

2년 후, 갑작스럽게 페이스북 게임의 재론칭 소식이 들린 이유는 2017년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자율등급분류 때문이다.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2011년부터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해 모바일게임에 한해 예외를 뒀다. 구글이나 애플 등 오픈마켓 운영자가 직접 게임의 등급을 분류할 수 있는 자율등급분류 방식을 적용해왔다.

 

2017년부터는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플랫폼과 상관없이 일정조건을 충족한 사업자라면 누구나 자율등급분류가 가능해진다. 페이스북 역시 자율등급을 통한 게임 출시가 가능한 셈이다. 2년이나 지나서 페이스북 게임의 재론칭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다.

   

페이스북 게임에서 <캔디크러시 사가>를 실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

 

  

#2.국내의 법과 규제는 여전히 문제

 

첫 번째 문제는 역시나 법과 규제다. 특히 셧다운제가 문제다.

 

페이스북이 게임 자율등급분류 대상이 될 수 있냐는 논란은 '가능하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해석이 나와 해결됐다.​ 등급 분류를 위한 수수료와 복잡한 절차는 사라진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의 셧다운제는 게임법 개정안과 아무 상관이 없다. 페이스북 게임도 셧다운제가 적용된다. 페이스북 게임이라도 웹을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어디까지나 PC온라인게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페이스북의 등급분류, 어떻게 될까?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물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셧다운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업체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상 불법게임물로 간주됐다. 국내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왔다. 현재 국내에 서비스되는 대다수 웹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는 방법으로 셧다운제를 피해가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생기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업체라는 이유로 넘어가면 역차별 문제가 재발할 것이고, 그렇다고 모든 게임에 무작정 셧다운제를 적용하면 2014년의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종료와 같은 결과를 밟게 될 가능성도 크다.

 

페이스북은 주민번호 같은 유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시 서비스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일괄적으로 모든 게임을 한국 특정 시간대(오전 0시~오전 6시)에 셧다운시킬 수도 있다. 

 

만약 페이스북이 셧다운제를 받아들이더라도 개발사 중 한국 시장만을 위해 셧다운제를 위한 시스템을 새로 개발할 곳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이슈다.

  

셧다운제의 적용 여부가 서비스의 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도 높다.

 

#3. 현재 페이스북 게임은 국내에는 낯선 시장

 

2년 사이 페이스북 게임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인기순위에서는 여전히 <캔디크러시 사가>시리즈가 상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매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매출 순위 상위 10개 게임 중 7개가 <슬롯마니아 슬롯머신>이나 <더블유다운 카지노>, <잭팟파티 카지노> 등의 슬롯/카지노 게임들이다. 그 뒤를 <클래시 오브 킹즈>나 <워 커맨더> 같은 전략 또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따르고 있다. 

  

페이스북 게임의 최고 매출 순위. 슬롯과 카지노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스테이지 방식의 RPG는 매출 순위 50위권 내에 <리그 오브 엔젤스>와 <리그 오브 엔젤스2>의 2종류뿐이다. 이밖에 다수의 중국산 웹게임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참고로, 기사에서는 페이스북 재개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 게임은 재개보다 추가 가 정확한 표현이다. 페이스북은 모든 게임 서비스를 중단했던 2014년 이후 국내에서 별도의 심의를 받은 게임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젤스톤>이나 <헬로히어로>처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게임들은 지금도 페이스북 게임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국내시장을 위해서 별도의 수수료까지 지불하며 심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그 수가 매우 적을 뿐이다.

  

<엔젤스톤>은 지금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4. 국내 개발사의 희망인가? 해외 게임의 공습인가?

 

페이스북이 자율등급분류를 진행한다면 일단 등급분류절차와 수수료가 사라지는 만큼 (법과 규제에서 문제가 없는 한)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자율등급분류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추가시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모바일과 페이스북 게임을 모두 이용하는 게임들의 강세다. 예를 들어 <클래시 오브 킹즈>나 <캔디크러시 사가> 등은 페이스북 게임이 막혀있는 지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데이터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게임이 추가로 열린다면 자연히 추가적인 매출이나 양쪽 플랫폼의 시너지를 통한 순위 상승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국내에서 한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주로 중국산) 웹게임 방식의 MMORPG나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퍼즐, 캐주얼게임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진입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특성상 라이트유저가 많은 만큼 새로운 시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페이스북 게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Crystal Saga II>

 

국내 개발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글로벌시장을 노리고 페이스북에 진출한 게임들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출시가 가능했던 만큼 큰 차이가 없고, 국내 시장만을 노리고 페이스북 게임에 뛰어들기에는 시장의 크기나 안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페이스북 게임에서 소위 '먹히는 장르'가 국내 개발사에서 주로 만들던 게임들과 전혀 다르다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웹게임 방식의 MMORPG나 퍼즐, 전략 등은 국내 개발사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적은 장르다. 국내에서 잘 만드는 스테이지 방식의 RPG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페이스북 게임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페이스북 게임을 위한 홍보가 국내에도 몰리며 페이스북을 통한 광고가격만 올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소규모 개발사나 퍼즐이나 캐쥬얼게임 등을 만드는 개발사에게는 모바일게임과 함께 준비하기가 쉽고, 순위에 대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제한적인 홍보 등의 문제가 줄어드는 만큼 페이스북 게임이 새로운 활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게임 개발사가 말하는 '페북 게임의 현황과 진출 노하우'

 

국내 개발사에서 페이스북 게임을 통해 성공을 거둔 <몬스터 버스터>시리즈.

  

 

#5. 국내 개발사를 향한 러브콜, 먹힐 수 있을까?

 

페이스북에서는 국내 개발사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5년 올해의 게임을 발표하며 주목할 스튜디오로는 국내 개발사인 핀콘을, 베스트 웹게임으로는 역시 국내의 플레이독소프트에서 개발한 <몬스터 버스터즈: 헥사 블래스트>를 선정했다.  

 

두 개발사가 현재 출시한 게임의 순위나 매출규모를 봤을 때 국내 개발사를 향한 '어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선정이다. 이에 앞선 2015년 8월에는 레벨업 서울 2015라는 B2B 행사를 통해 한국 게임의 세계진출을 돕겠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접촉 중인 국내 개발사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콘은 페이스북에서 2015년 주목할 스튜디오로 선정됐다.

 

페이스북 게임에서 국내 게임개발사의 개발력을 원하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에서 잘 만드는 스테이지 방식의 RPG나, 액션 RPG 등의 장르를 통해 장르의 다양화를 꾀하고, (이런 게임들이 잘 맞는) 아시아 시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 규모나 활성화를 떠나 개발사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내 개발사와 국내 시장을 향한 페이스북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달려있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