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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잘 팔리면 그만이야" 엔비디아는 지금 꽃놀이 중

게임,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 뭐가 잘 되든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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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3-28 17:23:35
2023년 3월, 메타버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블록체인 생태계도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웹'이야말로 그곳에 있다며 뛰어든 기업들은, 지금 수개월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챗GPT(ChatGPT)의 혜성 같은 등장과 함께 ​이 바닥의 하이프(Hype)는 인공지능으로 넘어간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오피스 프로그램에 AI와 자연어를 적용한 '365 코파일럿'을 도입한 영상을 공개하며 온 사무직을 떨게 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웃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게이머에게도 그래픽카드 회사로 친숙한 엔비디아다. 거시적인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고,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떨어져 가는데 엔비디아는 AI라는 호재를 잡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GPU 기업인 엔비디아는 AI 기술에 들어가는 고성능 칩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다. AI 칩 분야의 선두에는 단연 이 기업이 있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던 젠슨 황은 요즘 들어서 메타버스 이야기를 조금 덜 하고 있다. AI가 메타버스 구축의 중요한 기술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도리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동렬의 하이프였던 암호화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는 다시금 제 위치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 엔비디아의 이유 있는 토사구팽

 

3월 26일, 엔비디아의 CTO 마이클 케이건은 영국 가디언과 의미심장한 인터뷰를 나누었다.

케이건은 "[암호화폐]가 사회에게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절대로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미친 짓거리(crazy things)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여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 채굴 과정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자주 사용했다. 케이건은 "엔비디아가 최고였기 때문에 이 용도(채굴)로 GPU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사회에 유용한 것을 무엇도 가져다주지 못했기에 무너졌다(collapsed)"​고 비판했다. 케이건은 암호화폐보다는 AI에 더 높은 가치가 있음을 역설하기 위해서 이 말을 꺼낸 것이다.

게이머에게는 물량 부족으로 피곤한 일이었지만, 엔비디아는 암호화폐로 많은 돈을 벌었다. 2018년부터 비트코인의 가치와 엔비디아의 실적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채굴업자들은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했고, 2021년에는 채굴 전용 GPU인 CMP 제품군까지 출시했다.​ 요컨대 지난 수년간 엔비디아는 채굴업자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벌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550만 달러(당시 기준 약 70억 원)의 과징금까지 맞았다. 투자자들에게 그래픽카드 판매 급증의 원인에 채굴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SEC는 "실적을 공개하는 업체라면 신기술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시의 적하고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며 수년간 IR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암호화폐 채굴 사이의 상관관계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번 엔비디아 CTO의 인터뷰는 블록체인, 또는 암호화폐에 대한 토사구팽으로 보인다. 지금 엔비디아는 크립토 시대보다 인공지능 시대를 더 바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다시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CMP를 팔러 나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과거 "미친 짓거리​"​라고 답한 것에 대한 입장을 새로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위 높은 발언이었다.

 

엔비디아는 채굴 전용 GPU(사진)를 판매하면서도 암호화폐의 쓸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출처: 엔비디아)

# 설비 없는 설계? 이제는 슈퍼컴퓨터 없는 AI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는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자체 콘퍼런스다. 지난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는 AI를 전면에 내걸었다. 

젠슨 황 CEO는 MS, 오라클, AWS, 구글과 협업을 발표했다. 전술한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가 탑재될 예정이다. 또 엔비디아는 AI 기술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팅 시스템 DGX를 월구독 모델로 판매한다. DGX 구독자는 컴퓨팅 파워를 애저나 구글이 가진 클라우드에서 제공받는다. 구독자는 브라우저 단에서 슈퍼컴퓨팅 클러스터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젠슨 황 CEO는 연설에서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AI에 있어 아이폰의 파급력을 가진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스턴스 하나의 월 구독료가 36,999달러이기 때문에 아이폰처럼 개인이 구매할 수는 없지만​, 여러 기업에게 AI 개발의 문이 열린 셈이다. 이번에 엔비디아는 AI 개발을 돕는 B2B 툴도 발표했다. 'AI 파운데이션'(AI Foundations)에서는 언어 생성 모델을 위한 네모, 그림 모델을 위한 피카소, 신약 연구 개발용 바이오네모가 들어있다.

지난 GTC의 하이라이트는 젠슨 황과 OpenAI 공동 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의 대담이었다. GPT-4 출시 다음 날 녹화된 대담에서 젠슨 황은 "오픈AI는 정말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박사 수준을 넘어선 대규모 언어 모델의 최첨단 기술에 대한 최고의 설명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수츠케버는 ​"GPU의 병렬처리 덕에 전에 없던 속도로 새로운 것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라고 화답했다. 참고로 챗GPT의 초기 개발에 쓴 슈퍼컴퓨터에는 엔비디아의 GPU 약 1만 개가 들어갔다.

엔비디아는 AI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다. 자신들이 팹리스로 생산 설비 없는 설계를 해왔듯, 기술 기업들에게 슈퍼컴퓨터 없는 AI 개발 솔루션을 판매하면서 시장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그간 불확실성이 적지 않았던 데다 개별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터뜨렸던 채굴보다 훨씬 긍정적인 모델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 엔비디아)

 

# 엔비디아, 그래서 게임은?

 

엔비디아는 게임 분야에서도 적절한 발표를 해주었다. GTC가 아닌 GDC(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영상) DLSS 3를 켜고 구동한 넥슨 신작 <더 파이널스>.

엔비디아는 이번 GDC에서 새로운 버전의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꺼냈다. ‘3세대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3)’은​ 그래픽카드가 순차 프레임과 모션 데이터를 분석해 프레임을 추가 생성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DLSS는 게임 픽셀의 1/8만 렌더링하고, 나머지는 AI와 지포스 RTX 텐서 코어를 사용해 프레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기본 해상도에 필적하는 선명한 고품질 이미지를 제공한다"고 자부했다.

DLSS 3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에 통합된 형태로 서비스된다. DLSS 3​를 지원하는 게임으로는 <디아블로 4>, <포르자 호라이즌 5>, <레드폴>이 있다. ​게임,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 어느 분야가 잘 나가든 엔비디아에게는 자사 제품군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잘 안되었을 때 부침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근미래에도 지금의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바둑에서는 이기면 크게 가져가고, 져도 부담이 적은 패를 꽃놀이라고 부른다.​ 엔비디아는 지금 IT 생태계의 바둑에서 '꽃놀이' 중이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된 오늘날 +85%를 기록한 엔비디아의 연간(YoY) 주식 그래프 (출처: google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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