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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핵 사이트를 고소했다가, 역으로 고소당한 해외 게임사?

번지 vs 에임정키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2-09-23 16:45:50
번지에게 고소를 당했던 핵 사이트 '에임정키스'(AimJunkies)가 역으로 번지를 고소했다.

사건은 이렇다. 미국의 게임 개발사 번지는 2021년부터 자사의 게임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핵 공유 사이트 다수를 고소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년 1월에는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게이터치트(Gatorcheats)를 고소했고, 2021년 7월에는 유비소프트와 함께 '링-1'(Ring-1)을 고소했다. 2022년에는 1년 동안의 공방 끝에 핵 공유 사이트 중 하나인 '엘리트 보스 테크'(Elite Boss Tech)에게 약 175억 원의 손해 배상금을 받았다.

에임정키스 역시 21년 6월 번지가 고소한 핵 사이트 중 하나였다. 당시 번지는 법원에 에임정키스가 "저작권 및 상표를 침해하고, 소프트웨어 계약 사용권을 위반했다"라고 주장했다. 번지의 주장에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코드를 무단 복사 및 배포하고,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대한 위반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달리 에임정키스와의 법적 분쟁은 뜻밖의 국면을 맞이했다. 에임정키스는 번지가 4개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이 중 2개는 치트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후인 2020년 11월 10일 이후에 만들어졌으므로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에임정키스가 제출한 법원 문서 중 일부

법원은 에임정키스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담당 판사는 번지가 자사의 저작물을 도용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저작권 침해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모든 혐의가 기각되지는 않았다. 판사는 상표권 침해 주장 등에 대해서는 번지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에 번지는 수정된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에임정키스의 요청 역시 기각했다. 판사는 번지가 수정된 고소장에서 저작권 주장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했다고 보았다.

이에 에임정키스는 번지 측에 반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를 제기했다. 에임정키스는 번지가 오히려 19년부터 21년 사이 자신들의 컴퓨터에 무단 침입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자사의 저작물인 '치트 프로그램'을 구입한 후 무단으로 역설계해 게임에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에임정키스의 치트 프로그램을 구입하려면 서비스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 에임정키스는 번지의 첫 소송 사유를 역으로 뒤집어, 역으로 번지가 DMCA의 우회 방지 조항 및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으며 동의한 약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에임정키스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다운받기 전 동의해야 하는 약관을 통해 번지를 역으로 공격했다.

 

법원 문서에 등장한 에임정키스의 핵 프로그램

 

또한, 에임정키스는 자사의 프로그램이 오히려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흥행에 도움을 주었으며, 스팀 오버레이(Steam Overlay) 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임정키스의 모회사 '피닉스 디지털 그룹'(Phoenix Digital Group)은 번지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에임정키스의 의견에 대한 법원의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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