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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신작인 척?… 2년 된 어떤 게임의 기묘한 바이럴 현상

1,400만 조회수 영상의 주인공, 그런데 유저 수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7-08 17:58:46

최근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 무수히 언급되고 있는 다소 낯선 게임이 하나 있다. 장난감 병사가 되어 다른 장난감들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는 내용의 3인칭 디펜스 슈터 <하이퍼차지: 언박스드> (이하 <하이퍼차지>)다.

 

그런데 이 게임, 가만히 살펴보니 조금 이상하다. ‘Xbox에서 만나보세요’와 같은 상투적 광고문구를 읽었을 땐 그저 콘솔 신작인 것만 같다. 현지 업계인들도 이 게임을 ‘Xbox 신작’으로 오해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실 <하이퍼 차지>는 2020년에 나온 기존 출시작이다. PC(스팀)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꾸준히 서비스를 해왔다.

 

 

그런데 온라인 상의 반응은 묘하게 뜨겁다. 웬만한 신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대적인 바이럴 현상이 포착된다. 개발사에 따르면 트위터에 올린 짧은 게임 영상은 1,400만 회 이상 시청됐고, 틱톡 팔로워는 35만 명을 넘겼으며, 스팀에서는 ‘탑 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게임의 정체, 다소 엉뚱했던 바이럴의 과정, 유저들의 반응, 그리고 '반전'의 흥행 현황까지 하나씩 알아봤다.

 

조회수 1,400만 회를 넘긴 <하이퍼차지>의 플레이영상 (출처: 트위터 @HyperchargeGame)

 

# 어떤 게임인가?

 

<하이퍼 차지>는 최대 4명의 플레이어가 적의 웨이브에 맞서 ‘하이퍼 코어’라는 이름의 오브젝트를 방어하는 디펜스 슈터 게임이다.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이라는 기본 테마를 십분 활용해 어린 시절의 상상력과 추억을 게임에 재현해준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통한다.

 

유저들은 부엌, 거실, 마당, 장난감 가게 등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포탑, 함정, 벽과 같은 구조물을 지어 방어체계를 구축한 뒤, 각자의 무기로 직접 몰려오는 적들을 섬멸하게 된다. 숨겨진 장소와 오브젝트를 발견하는 ‘탐험’ 요소가 스테이지 클리어 및 보상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다른 디펜스 슈터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다양한 적 유형이 마련되어 있고, 그래픽 디테일이나 퍼포먼스 최적화 수준도 높아 ‘규모 있는’ 회사의 작품일 것만 같다. 하지만 개발사 ‘디지털 사이버체리스’는 5명으로 구성된 소형 개발사로 알려지면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최근의 바이럴 현상을 종합한 제작진 트윗 (출처: 트위터 @HyperchargeGame)

 

 

# 어떻게 ‘바이럴’ 됐나?

 

최초의 발단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Xbox 마케팅’으로 보인다. 디지털 사이버체리스는 현재 준비 중인 Xbox 버전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 시기부터 SNS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개발사가 기존 버전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 아직 나오지 않은 ‘Xbox 버전’을 중심으로 SNS활동을 이어 나갔다는 점이다. 관련 포스팅을 보면 ‘Xbox 플레이어 여러분, 이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리트윗해달라’고 말하거나 Xbox 공식 트위터 계정을 태그하는 등, 오로지 Xbox 플랫폼에 집중한 홍보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하이퍼차지>를 완전히 새 게임으로 인식시키고 싶은 개발사의 의도적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런 포스팅 때문인지 잘 알려진 업계인들까지 <하이퍼차지>를 ‘신작’으로 오해한 바 있다.

 

<하이퍼차지>에 관한 제이크 럭키의 트윗 (출처: 트위터 @JakeSucky)

일례로 e스포츠 인플루언서 제이크 럭키는 트위터에 <하이퍼차지>영상을 업로드하며 “5명의 사람이 이 멋진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적어 ‘새 게임’이라는 오해를 드러냈다. 해당 트윗은 43만 회 이상 ‘마음에 들어요’를 받는 등 화제를 모았다. 매체 ‘버지’의 톰 워렌 역시 SNS에서 <하이퍼차지>를 ‘곧 출시할 Xbox 게임’으로 설명했다가 이후 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사는 이를 의도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외신 PC게이머를 통해 제작진은 “우리는 <하이퍼차지>를 신작으로 위장시키거나, 그런 오해를 조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유저들에게 다른 플랫폼 버전을 확인해 볼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다만 “Xbox와 PS 유저들에게는 이것이 신작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들 고객에 맞춰서 소통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문제의 트윗 내용에서 게임을 신작처럼 소개한 것은 사실이라는 의미가 된다.

 

Xbox 유저 대상 <하이퍼차지> 뉴스레터 구독자 모집 페이지. 제작진에 따르면 2만 명 이상이 등록했으며, 일부 Xbox 유저들로부터 '출시일을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

 

 

# 유저들의 전반적 호평, 그런데 플레이어 수가…?

 

제작사의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재 게임은 그 덕분에 IGN, 코타쿠, 유로게이머 등 외신과 여러 유튜브, 트위치 스트리머들에 의해 언급되면서 계속 명성을 얻고 있다. 개발진이 직접 SNS를 통해 매체들을 향해 “너무 많은 (취재) 메시지가 와서 일일이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할 정도다.

 

유저 반응은 어떨까? 스팀 기준으로 1,900여 평가자 중 91%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등 전반적으로 호평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게임 테마, 잘 다듬어진 게임 퀄리티 등이 호평의 이유가 되고 있다. 반면 ‘무한모드’ 등 유저들이 파고들 만한 게임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은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 수백 명에 불과한 <하이퍼차지>의 최대 접속자 수

 

그런데 이 게임의 실질적인 유저 수는 앞선 모든 관심이 유의미한 사실인지 의구심을 품게 할 정도의 ‘반전’을 보여준다.

 

스팀 통계 사이트 ‘스팀DB’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하이퍼차지>의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평균 100명이 채 되지 못했던 7월 4일 이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 몇 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그런데도 그 숫자가 최대 500여 명 정도로 대대적 바이럴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는 심지어 바이럴 현상 없이 기록했던 과거 최대 기록 (900여 명)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치다. 과연 <하이퍼차지>는 이례적 수준의 집중조명과 관심을 실제 성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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