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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박물관, 이대로 물거품 되나?" 문체부 내년 예산에서 삭제

게임은 문화라더니... 박물관은 멀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09-14 09:39:13

수백억 원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검토된 게임문화박물관 추진 사업 관련 예산이 2022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내년도 예산에는 박물관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2년 연속으로 설립 관련 예산을 받지 못한 것이다.

 


 

당시 용역보고서에 제출됐던 박물관 이미지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문화박물관 추진사항

 

# 게임문화박물관은 언제 처음 언급됐나?


게임문화박물관 설립 이슈는 202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월 16일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박양우 당시 문체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게임의 산업적 가치에 더해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정부는 게임역사를 모은 게임문화박물관을 설립할 예정"이라며 “올해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올해 비공개 계획 수립을 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문체부는 게임문화박물관 건립 기본방향 수립 연구에 대한 용역 연구를 발주했고, 도시재생 기업 메이크앤무브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추진을 위한 큰 틀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문서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다음 단계로는 수 개월째 한 발짝도 못 딛고 있다. 문체부 산하의 주무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2020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위한 예산 협의"에 나섰지만, 2021년은 물론 2022년에도 관련 예산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개 이후 게이머들의 뭇매를 맞은 연구보고서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부실 투성이 연구 용역 보고서로 뭇매... 다시 고쳐도 문제

 

콘진원은 2021년과 2022년 예산안에 게임문화박물관 관련 예산을 추가했지만, 기재부가 이를 감액했다는 입장이다. 수립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약 1억 원(99,853,000원)을 들여 만든 용역 보고서가 부실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 보고서에는 <오버워치>를 '오브워치'라고 쓰는 등 오타(추정)부터 시작해서 ​ <바람의나라>를 최초의 MMORPG로 기술한 등 사실관계 오류가 수십여 개 발견됐다. 이를 본지 보도를 통해 공론화하자 콘진원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라며 "전문가 감수를 통해 오류와 오타를 정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라고 전했다.

콘진원은 2021년 1월 6일 수정된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주로 전시할 게임의 역사와 오류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1차적으로 제기됐던 도표를 인식하게 어렵다는 문제 또한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게임문화박물관 프로젝트는 8개월 째 방치 중이고, 내년까지 무엇도 개선할 수 없는 실정이 된 것이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게임문화박물관 건립사업이 표류 중인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특히 지금은 국내 게임 업계의 발전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은 시점이다. 게임이 문화가 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도록, 문체부는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개정된 보고서의 한국 RPG 주요 사건(p.428). 후속 연구자들이 글자를 인식할 수가 없다.

 

 

# 2년 연속 예산 '제로'(Zero)... "이대로 물거품 되나?"

 

아울러 문제의 용역 보고서에는 당초 입지 여건 등에 대한 연구 결과도 나와있다.

 

다른 국내 1급 박물관과 비교해가며 조사한 결과, 게임문화박물관이 전시, 수장, 교육, 사무 공간 등을 아우르기 위해선 최소 17,168㎡(약 5,193평)의 면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설, 기획전시 등 전시공간, 게임 DB 수장 공간, 교육 공간, 라이브러리가 포함된 자료 공간, 조사/연구/사무 공간 및 각종 부대시설이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박물관 건립사업비는 유휴공간을 활용했을 때 446억 원, 신축했을 때 523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검토됐다. 정자동 주택전시관 부지 등이 주요 부지로 꼽혔으며, 구상부터 제작, 판매, 폐기까지 게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박물관 구축 계획에 포함됐다. 소프트웨어 개발비 43억 원, 하드웨어 투자비 29억 원을 포함해서 약 80.9억 원이 제시됐다.

 

그러나 한콘진이 예산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대로라면 게임문화박물관에 대한 후속 연구, 추진은 2023년에야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상으로는 내년에도 프로젝트와 관련한 어떠한 진척도 낼 수 없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물관 건립 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를 내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게임 관련 박물관, 아카이브로는 ​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 ▲ 나주 콘텐츠진흥원 콘텐츠도서관 등이 있다. 넷마블도 신사옥에 게임박물관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지난 6월에는 계약직 학예사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제주시 노형동 소재의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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