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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리' 개발자, 뼈 때리는 분노 “게임사들, 거짓말 작작해라”

피터 몰리뉴부터 ‘사펑’까지… 과장 광고에 너무 관대한 게이머와 게임매체 역시 문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1-02-05 17:28:53

“개발사는 거짓말하지 말고, 소비자는 개발사 거짓말을 용서하지 말라.”

 

많은 사랑을 받는 메트로배니아 게임 <오리와 눈먼 숲>, <오리와 도깨비 불> 개발사 문 스튜디오 CEO겸 개발자 토마스 말러가 게임계의 도덕적 해이와 게이머들의 ‘지나친 관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말러는 최근 해외 게이밍 포럼 ‘리셋에라’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과장, 허위광고가 만연한 업계 추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게임계에 미치는 폐해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그의 생각을 간추려 옮겨봤다.

 

 

# '이 분야 원조' 피터 몰리뉴

 

그가 생각하기에 현재 게임계에 횡행하는 과장광고 트렌드의 ‘원조’는 개발자 피터 몰리뉴다.

 

개발자 겸 기획자 피터 몰리뉴는 과거 <블랙 앤 화이트>, <신디케이트>, <파퓰러스>, <페이블> 등 유명 게임을 만들며 그만의 독창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게임 출시 전 늘어놓았던 여러 인게임 기능 및 콘텐츠를 실제로 구현하지 않아 비판도 함께 받았다. 말러는 몰리뉴를 다음처럼 평가한다.

 

 

“모든 것은 몰리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실제 게임 내용을 내세우는 대신 ‘실현 가능성’ 있는 요소들을 마구 언급해 사람들을 죄다 흥분시키는 데 도가 튼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리뉴는 게이머 친화적 이미지, 그리고 업계에 대한 무시할 수 없는 공헌을 등에 업고 십여 년 넘는 세월 동안 이런 ‘과장광고’를 계속 용납받았다. 그러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게임을 연속으로 내놓았고, 결국은 매체와 소비자들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됐다.

 

 

# 배턴 이어받은 <노 맨즈 스카이>와 <사이버펑크 2077>

 

말러는 대표적 과장광고 게임이었지만 성실한 사후관리로 사랑받고 있는 <노 맨즈 스카이>도 유독 냉정하게 평했다. <노 맨즈 스카이>는 심한 수준의 허위·과장광고로 많은 분노를 샀다. 개발자 션 머레이가 일부 게이머에 살해위협까지 받았을 정도다. 머레이는 약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출시 전 약속 내용을 대부분 이행하며 반전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말러는 션 머레이의 행동을 결코 쉽게 잊고 용서해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2020년 게임즈 어워드에서 <노 맨즈 스카이>가 ‘온고잉 게임상’을 받은 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말러는 “그런 행동에 상을 주면 게임산업은 분명 중흥할 것이다. (주최자인) 제프 케일리에 참으로 감사한다”며 강력하게 비꼬았다.

 

 

<사이버펑크 2077>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CDPR은 소비자 기대를 광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영상과 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상을 속였다. 이는 사전구매 800만 장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물은 잘 알려진 대로 소비자들에 충격과 실망을 안겼을 뿐이다.

 

 

# 게임 업계에 미치는 폐해

 

말러는 ‘기대 부풀리기’ 관행이 소비자는 물론 다른 개발사들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언론과 소비자 관심을 부당하게 독점하기 때문이다.

 

게임 흥행에 입소문은 중요한 요소다. 큰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기 힘든 중소기업 타이틀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장광고가 많아지면 좋은 신작 게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야 할 시점에 ‘부풀려진’ 게임이 이슈를 독차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말러 스스로도 이런 경험을 했다. 2014년 <오리와 눈먼 숲> 출시를 준비하던 말러는 한 대형언론 기자로부터 <오리와 눈먼 숲>이 여러 매체 커버스토리로 다뤄질 만한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말에 내심 기대를 품었지만 정작 그 해 각종 게임매체 지면은 <노 맨즈 스카이>의 독무대였다.

 

당시에는 말러조차 이 현상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홍보 내용대로라면 <노 맨즈 스카이>는 분명 ‘대형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노 맨즈 스카이>를 주목받게 했던 요소들은 거의 다 ‘실체가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실제 게임이 나왔을 때까지도 그중 대부분은 구현되지 않았다.

 

 

# 말러의 '당부'

 

말러는 유독 게임업계에서만 이런 노골적 기망행위가 용납되는 현재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끝맺었다. (순화된 버전이다. 원본은 이곳을 참고)

 

“내가 300마력짜리 새 차를 샀는데, 판매자가 엔진을 바꿔치기한 다음 차를 내줬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속았으므로 정당하게 화를 낼 것이다. 그런데 게이머와 게임 언론은 이런 상황에 아무렇지 않아 한다. 물론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냥 그대로도 게임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정말 많이 봤다.


속아서 산 물건이 내 입맛에 맞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다. 개발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요소를 광고하지 말고, 실현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지도 말고,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자들은 게이머, 게임 언론(이들은 사실 애초에 속질 말아야 한다. 부끄러운줄 알길!), 개발사 모두를 ‘X 먹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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