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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리' 개발사마저? '억압적 기업문화' 폭로 살펴보니

거친 언어와 퀄리티 압박으로 직원 번아웃 야기했다는 주장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3-21 18:16:50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오리> 시리즈 개발사 문 스튜디오의 공동창립자 2인이 ‘억압적(oppressive)이고 프로답지 못한’ 사내 문화를 조성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월 18일 (현지시간) 외신 벤처비트는 문 스튜디오 전·현직 직원에 대한 심층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문 스튜디오는 약 80여 직원으로 구성된 인디 개발사다. 40개국 직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온라인으로 협업하는 독특한 조직 구성을 하고 있다. 2015년 출시한 <오리와 눈먼 숲>, 2020년 작품인 <오리와 도깨비불> 등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은 특유의 아름다운 스토리와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다.

 


 

 

# "솔직함을 빙자한 거친 문화"

 

문 스튜디오의 전현직 직원들은 공동 창립자인 토마스 말러(Thomas Mahler)와 게네디 코롤(Gennadiy Korol)이 조성한 기업 내 분위기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러와 코롤은 대외적으로 ‘수평적이고 솔직한’ 기업 문화를 지향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러한 ‘솔직한 문화’가 그들 자신의 과격한 언행과 부적절한 농담을 정당화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솔직함’을 빙자한 공개적인 모욕이 가장 문제시됐다. 직원 50명 이상이 참여한 채팅에서 개인의 업무에 관해 “*판이다”(“This is *hit)라며 비속어를 섞어 비판하는 등, 언사를 전혀 조심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처럼 원색적 모욕을 가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피드백은 없었고, 반면 퀄리티 향상에 대한 압박은 계속됐다. 이것이 정신적 상처로 이어져왔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여기에 두 사람의 비합리적인 업무 스타일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의 정신적인 고초는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두 창립자는 직원들에게 과거 요구사항과 정반대되는 요구를 하거나, 개발 계획을 마음대로 바꿔 결국 크런치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대외적으로는 크런치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직원들이 언급한 또 다른 중대 문제는 두 사람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말러와 코롤은 회사 채팅에서 서로 ‘패륜 드립’이나 차별적 농담,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 등 업무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합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직원들은 말했다. 비록 두 사람 간에 농담 삼아 나눈 대화가 대부분이었지만, 직원들은 여기에 ‘진력이 난’(fed up)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러한 압박적 풍토는 결국 직원들의 정신적 탈진(번아웃)과 잦은 퇴사로 이뤄졌다. 한 직원은 “유저들의 긍정적 반응을 확인했을 때가 유일한 힐링의 순간이었다. 내가 겪은 일에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이 출시될 때에는 완전히 번아웃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 창립자 2인의 반박

 

이같은 보도에 문 스튜디오 측은 공식 해명에 나섰다. 벤처비트에 전달한 서한에서 이들은 “벤처비트의 질문을 통해 묘사된 해당 경험들은, 현재 잘 활동하고 있는 80명 이상의 문스튜디오 팀 멤버들, 그리고 전직 직원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은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반박하고 압박함으로써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수평적인 스튜디오 구조로 되어 있다. 창의력과 소통, 협력, 성과를 내려고 일부러 (다른 기업과는) 다른 유형의 스튜디오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직원들이 말한 가혹한 분위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 스튜디오는 “우리가 때로 비판과 반박에서 직원들에게 잔혹할 정도로 직접적이었을 수 있으나, 우리는 칭찬에도 마음을 다했다. 우리는 직원들과 함께 이룩한 것들에 매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문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의도치 않게’ 직원들에게 상처를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우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직원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 직원 누구든 불편하게 만들었거나 실망하게 한 적 있다면, 이에 반성하는 바이며, 더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 ‘폭로’의 특이사항 몇 가지

 

벤처비트는 이번 폭로기사에서 1만 3,000단어에 걸쳐 직원들의 폭로를 장황하게 다루면서, 몇 가지 유념할 만한 사항 몇 가지도 함께 언급했다.

 

먼저, 이번 폭로는 기업의 다른 인물들과는 관계없이 창립자 2인의 문제로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두 사람조차 직원들을 직접 대면했을 때에는 온라인에서보다 직원들에게 훨씬 더 친절하게 군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비트 인터뷰에 응한 직원들은 “두 사람은 직접 만났을 때에는 호감이 갈 만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키보드 워리어’처럼 이들의 악독한 면모가 돋보였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업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직원들의 고충은 심화했다.

 

한편 문 스튜디오는 세계 각지에 퍼진 직원들을 모아 단체 여행을 주최하는 등 직원 복지에도 나름의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한다. 한 직원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일에 정말 많이(so f*cking much) 신경을 쓰기는 했다. 단체 여행도 그 자체로는 좋았다. 회사가 돈을 많이 들였다. 그러나 프로페셔널한 업무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실패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직원 중 창립자 2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사람은 아직 없다. 법적 분쟁 소지가 있을 정도의 괴롭힘은 자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폭로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직원들은 “문 스튜디오 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미리 경고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들에 따르면 문 스튜디오 특유의 문화는 이들이 만든 <오리> 시리즈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봤을 때에는 전혀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게다가 말러와 코롤은 대외적으로 이러한 기업 분위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입사하고 나서야 ‘실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개발자는 불특정 다수의 예비 입사자에 직접적 충고에 나섰다. 그는 “만약 이런 직장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행운을 빈다. 잘 해내길 바란다. 그러나 (기사를 보고) 좋은 성품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발을 들이지 않기로 마음먹는다면, 나는 만족할 것 같다. 이 인터뷰가 그런 도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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