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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낙태권 폐지’로 들끓는 미국… '발언' 나선 게임사는?

유저 반응은 양쪽으로 나뉜다

방승언(톤톤) 2022-05-06 18:19:16

“당신의 몸, 당신의 권리.”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단’의 권리(이하 낙태권)를 보장했던 법원의 기존 판결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지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북미 게임사는 ‘낙태권 수호’를 외치고 나섰다.

 

이에 게임사의 '인권보호 노력'을 칭찬하는 반응과 '게임이나 만들라'는 비판적 반응이 둘 다 나온다. 미국에서 낙태권은 왜 다시금 이슈가 됐을까? 어떤 기업이 목소리를 냈을까? 짧게 살펴보았다.

 

 

# 낙태권, 왜 다시 논란이 됐나

 

미국에서 50여 년간 법적으로 보호받던 낙태권이 최근 다시 쟁점화한 이유는, 기존의 낙태권 인정 판결을 뒤집겠다는 미연방대법원의 판결 초안이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1973년 낙태 처벌을 위헌으로 결정한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결에 의해 그간 미국인들은 임신 6개월(24주)까지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유출된 판결문에 적힌 것처럼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지면, 미국 각 주에서 낙태의 불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 경우 절반가량의 주에서 낙태가 금지될 것으로 현지 언론 등은 전망하고 있다.

 

 

# 고도로 정치화한 의제 

 

낙태권은 신체에 대한 개인의 자유, 여성 복지, 종교, 생명존중 등 논의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랜 기간 진보 대 보수의  대립 구도를 세워 온 정치적 의제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판결이 뒤집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또한 5월 6일 민주당은 연방상원에서 낙태권을 연방법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다만 법안은 의석수 부족으로 상원 통과가 힘들 전망이어서 상징적 차원의 입장 표명으로 해석된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낙태권은 표심을 가를 중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실제로 뒤집힐 경우, 각 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해당 주의 낙태 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들에 직접적으로 “판결이 뒤집어진다면, 선거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후보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미국 대통령실)


# ‘옹호’ 나선 게임사, 유저 반응은? 

 

미국 기업들은 하나둘 입장을 밝히고있다. 일례로 의류 기업 리바이스는 낙태권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낙태 금지 주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다른 주에서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와중에 게임계에서 먼저 목소리를 낸 곳은 번지 스튜디오(이하 번지)다. 

 

지난 5월 4일 번지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번지는 모든 사람에게 자기 삶의 방향성을 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으며, 자유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유출된 연방대법원 판결 초안은 미국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자, 인권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결정이 만약 실현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보건적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지닌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을 형성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수 세대에 걸친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번지는 직원들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호할 것이며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낙태권 옹호 유저들은 번지의 이러한 선언을 칭찬하고 있지만 큰 반감을 표하는 유저도 있다. 특히 게임사로서 정치적 지지 선언 보다는 게임 개발과 운영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는 반응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는 데서 미덕과시(virtue signalling)의 저의가 느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번지 로고

 

그런데 번지는 이러한 비판에 매우 단호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게임이나 만들면 안 되냐?”는 댓글에 “절대 안 된다”고 답하는가 하면, “정견(opinion)이 아니라 게임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아라”고 말한 유저에게는 “우리는 어느 편(side)에 설지 정했고,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다. 우리의 기업 가치는 게임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답변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편 번지와 뜻을 같이한 기업으로는 엔씨의 북미 자회사 아레나넷이 있다. 5월 6일 아레나넷은 “당신의 몸. 당신의 권리”(Your Body. Your Right.)라는 간결한 문구를 SNS에 업로드하면서 낙태권 옹호 의사를 밝혔다.

 

낙태권 옹호 의사 표명이 이들 게임사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낙태권 ‘축소’를 옹호했던 게임사 임원이 유저 비판 때문에 사임한 사례는 있다. 2021년 9월 트립와이어의 존 깁슨 CEO는 텍사스주가 새로 만든 낙태금지법을 지지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반발을 사 결국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임신 6주를 경과했을 때의 낙태를 전적으로 금한다.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위헌에 해당한다며 소송 등 절차를 예고했던 바 있다.

 

한편 낙태 처벌 금지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도 이루어졌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최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바 있다. 다만 아직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아레나넷이 SNS에 업로드한 낙태권 옹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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