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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조금만 견뎌라, 빛을 보여주리라 '그림 판당고'

이형철(텐더) 2021-05-03 15:25:44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6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어드벤처 게임은 주인공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루는 장르인데요. 현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성취감을 주는 퍼즐 등으로 많은 게임 팬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장르입니다.

하지만 어드벤처 게임은 현재 거의 입지를 잃은 상황인데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게임은 명확한 장르의 구분 없이 모험, 탐험, 퍼즐은 물론 액션과 풍부한 스토리까지 갖춘 '종합 선물 세트'로 발전했습니다.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흐름은 스토리에 중심을 두고 모험과 퍼즐에 올인해왔던 어드벤처 게임을 궁지에 몰아넣었죠.

그렇게 어드벤처 게임이 위기에 빠져있던 시기, 한 타이틀이 출시됩니다.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 '루카스아츠'가 개발한 <그림 판당고>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이 1998년 출시됐으니 벌써 20년도 넘은 오래된 게임인 셈입니다. 과연 디스이즈게임이 20년도 넘은 황혼의 타이틀, <그림 판당고>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 판당고>는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진행됩니다. 유저는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사신, '매니 칼라베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요. 평소처럼 업무에 매진하던 매니 칼라베라는 어느 날 우수 고객 한 명이 실종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이처럼 <그림 판당고>의 세계관은 무척 독특합니다. 덕분에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곳곳에서 재미있는 풍경을 보게 되죠. 살 없이 해골만 남은 채 인간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신들이 축제를 벌이는 장면이나 괴물에 가까운 비주얼을 한 정령 등 '루카스아츠가 빚어낸 독특한 사후세계'는 여러분께 또 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해 줄 겁니다. 

 

게임 곳곳에 루카스아츠의 감성이 묻어난다

주인공 매니 칼라베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된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이 게임은 무수히 많은 단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성 부분은 플레이 내내 기자를 괴롭혔죠. 아래 스크린샷을 보시면 좀 더 와 닿으실 것 같은데요. 놀랍게도 스크린샷은 <그림 판당고>의 '인벤토리'에 해당합니다. 주머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흔히들 바둑판 형태로 나열되는 그 인벤토리가 맞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림 판당고>의 인벤토리는 편의성이나 직관성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어떤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신속히 고르는 것도 불가능해요. 특정 아이템이 필요하면 주머니 버튼을 누른 뒤, 해당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화살표를 넘기며 찾아야 하고 그 뒤엔 선택 버튼을 누른 뒤 다시 한번 상호작용을 거쳐야 합니다. 너무나 번거로운 과정이죠.

놀랍게도... 인벤토리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조작에 대한 이야기도 해봅시다. 

<그림 판당고>는 마우스 클릭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고, 여차하면 키보드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게임 내내 자유로운 시점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퍼즐 요소가 가득 담긴 지역에 도착하더라도 게임이 제공하는 '단 하나의 시점'만 활용할 수 있죠. 제시된 장소에서 제시된 시점으로'만' 플레이해야 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답답함은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거나 잠겨있는 문 또는 퍼즐을 해결하나는 <그림 판당고>에겐 걸리적거리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명작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꾸역꾸역 플레이하다가도, 이 부분에서 인내심이 끊어진 분도 적지 않았을 듯합니다. 어쩌면 오래된 게임의 한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야 전환이 불가능한 구조는 게임 내내 불편함을 야기한다

공간 활용이 필요한 퍼즐에서도 시야 전환은 불가능하다. 기자는 이 장면에서 이성을 잃을 뻔 했다

이 '오래된 게임'에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그래픽입니다.

배경이나 컷씬의 퀄리티는 아쉽지만, 캐릭터는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인데요. 아무래도 리마스터 과정에서 컷씬이나 배경까지는 손대지 못했지만, 등장인물에 힘을 실은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는 딱 적당한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배경, 컷씬은 아쉽지만 캐릭터만큼은 나쁘지 않은 편

그렇다면 어드벤처 게임의 꽃, 퍼즐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림 판당고>의 퍼즐은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게 설계되어있습니다. 게다가 풀어가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림 판당고>가 설계한 퍼즐들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모호합니다. 특정 퍼즐의 경우, 공략 없이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스럽죠.

덕분에 게임 초반 낑낑대며 퍼즐을 풀던 기자는 중반 이후부터 아예 공략을 켜놓고 게임을 이어갔습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제시하는 퍼즐은 난해했습니다. 정답을 알고 나면 '아 그때 그 대화 속에 힌트가 있었구나'라고 깨닫곤 했지만, 막상 플레이를 이어가는 와중에 이를 눈치채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억지스러움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확실히 재미는 있다. 조금 억지스러운 게 문제였지만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도대체 왜 이런 게임을 소개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그림 판당고>는 오래된 게임인 만큼, 불편한 부분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특정 부분에서는 버그로 인해 진행이 막히거나, 강제로 게임이 종료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처럼 <그림 판당고>는 너무나도 오래됐고, 낡디 낡은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늘어놓은 수많은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할 수 있다면 <그림 판당고>는 너무나 멋진 타이틀입니다. 일일이 늘어놓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죠.

글의 흐름상 전부 소개하진 못했지만, <그림 판당고>는 앞서 말씀드린 사후세계에 대한 연출 외에도 성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는 물론, 캐릭터와 스토리까지 탄탄하게 구성하며 유저들을 자연스레 <그림 판당고>의 사후 세계로 이끕니다. 이에 더해 루카스아츠 특유의 대사들은 몰입감을 올려주죠. 특별하지는 않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는 BGM 역시 너무나 좋았습니다. 연출 부분에서는 흠잡을 것 없는 게임이에요.

그래서인지, 기자는 공략을 참고하며 최대한 빠르게 퍼즐을 해결하며 '이야기'를 보기 위해 <그림 판당고> 플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조금은 귀찮고 불편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으로요. 그 정도로 <그림 판당고>가 제시하는 세계관과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연출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말씀드리지만, 이 게임은 출시된 지 20년도 넘은 '황혼의 게임'입니다. 시스템적인 부분에서의 단점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해요. 만약 당신이 이러한 요소를 조금만 눈감아줄 수 있다면, 당신의 게임 인생에 남을 만한 멋진 명작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림 판당고>였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스토리와 세계관에 목숨 건 게이머라면 절대 지나치지 말 것
2. 루카스 아츠만의 독특한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필구 타이틀!

▶ 비추 포인트
1. 오래된 게임인 만큼, 곳곳에 불편한 부분이 가득하다
2.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버그

▶ 정보
장르: 어드벤처
개발: 루카스아츠
가격: 16,000
한국어 지원: X (유저 한글패치 존재)
플랫폼: 스팀

▶ 한 줄 평

끝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당신도 여행을 즐기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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