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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10년째 같은 재미에 참신함 한 스푼, '블랙 옵스 콜드 워'

[리뷰] '블랙 옵스' 팬이라면 꼭 해봐야 될 작품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성현(체리폭탄) 2020-11-20 16:50:13
※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리뷰 하단에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콜 오브 듀티>는 여전하다. 2008년 발매된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 게임플레이는 2010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이하 <블랙 옵스>)로 완성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콜 오브 듀티>를 FPS 장르 부동의 1위로 군림하게 해준 원동력이자, 동시에 변한 게 없다는 소리를 듣는 비판 요소이기도 하다.

 

비판을 모아놓으면 <콜 오브 듀티>가 게임인지 보존제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물론 SF 장르를 다루거나, 싱글플레이를 제외하는 등 시리즈에 변화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플레이 핵심 구성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블랙 옵스 콜드 워> 공식 런치 트레일러 (출처: 콜 오브 듀티 유튜브)

 

 

# 10년 전 게임과 똑같아요

 

이는 시리즈 17번째 정식 작품,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이하 <콜드 워>)에서도 이어진다. 게임플레이는 10년 전 발매된 <블랙 옵스>와 다를 게 없다. ‘달리고-쏘고-장전하고’ 이 세 과정만 기억하면 끝이다. 


캠페인 플레이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즉, <콜 오브 듀티>에 비판적인 사람에게는 ‘자가복제’나 다름없을 것이고, 시리즈 팬에게는 항상 해왔던 그 재미가 여전한 작품이다. 탈출이 어려워지면 AC-130이 기적적으로 나타나고, 주인공이 탑승한 헬리콥터는 격추되며, 기관총과 방탄복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런 게임 말이다. 

'런앤건' 게임 플레이는 여전하다

<블랙 옵스>처럼 헬리콥터를 조종하기도

 

 

<콜드 워>는 시대 배경을 통해 식상한 캠페인 플레이를 바꾸려 시도했다. 캠페인은 첩보전에 큰 비중을 뒀다. 동베를린에서 잠입작전을 펼치거나, 소련 비밀기지에 침투하는 미션은 <콜드 워>가 냉전을 다루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시대 배경 덕인지 시리즈 작품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는 임무가 많은 편이다.

한편으로, <콜드 워>는 '향수병'에 가까울 정도로 1980년대를 강조한다. 특정 미션은 당시 미국 시가지의 풍경을 그대로 구현했을 정도다. 그 외에도 실내에서 흡연한다거나, 천공 카드나 플로피 디스크자료영상의 브라운관 효과 등 사소한 부분들에도 시대 배경이 느껴진다.

암호 해독, 방첩 작전 등이 임무 목표가 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액티비전이 발매한 아케이드 게임도 만나볼 수 있다


# 후속작 같지 않은 후속작

 

영화 마니아들은 지긋하게 들었을 ‘5분 법칙’이란 말이 있다. 영화 첫 5분의 매력에 따라 흥행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인트로 장면에 캐릭터 및 작품 특징 소개, 화려한 연출과 스케일을 선보이는 데 공을 쓰는 이유다.


<콜 오브 듀티>도 이 5분을 허투루 쓸 수 없다. 어쩌면 영화보다도 더 까다롭다. 첫 미션에 할당된 시간은 한정됐다. 조작법, 게임 배경, 캐릭터 등 소개할 것들이 너무 넘쳐난다. 여기에 이 작품을 계속해야 할 이유까지 보여줘야 한다. 즉, “작년에 나온 콜옵과 달라진 건 뭔데?”라는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위에 언급한 구성 요소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첫 미션은 보통 한 가지에 집중한다. 가령 <모던 워페어>는 게임 엔진과 그래픽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야간 작전으로 시작한다. 해당 미션은 제대로 된 튜토리얼도 없고 자세한 배경 설명도 부족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시리즈가 지닌 그래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블랙 옵스>는 피델 카스트로 암살을 첫 미션으로 다룬다. 게임 배경으로 잘 쓰이지 않는 냉전을 택한 만큼, 플레이어 대다수가 알만한 ‘떡밥’을 선보여서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콜드 워>의 첫 5분은 <블랙 옵스> 후속작임을 확실히 하는 데 쓰였다. 두 게임의 첫 미션 시작 연출과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일치한다. 시리즈 팬이라면 감탄사를 참기 어렵다. 대신 플레이어가 지금 수행하는 임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행하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튜토리얼이나 그래픽 연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블랙 옵스>를 해봤음을 가정하고 설계한 ‘첫 5분’이다.

<블랙 옵스>의 첫 미션
<콜드 워>의 첫 미션


게임 한계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콜드 워>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게임이다. 게임이 플레이어와 공감하고자 하는 시도 대다수는 <블랙 옵스> 플레이 경험이 요구된다. <블랙 옵스> 등장 캐릭터 메이슨과 우즈가 등장해 시도 때도 없이 패러디와 오마주를 날린다. 그러나 작품은 두 캐릭터가 시리즈에서 어떤 비중을 지녔고, 이번에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작중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전작 캐릭터가 재등장한다면, 이번 작에 등장한 이유와 작품 내외 역할 그리고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월드 앳 워>와 <블랙 옵스>에 등장한 레즈노프가 좋은 예시다. 레즈노프는 <월드 앳 워>에서 소련군 군인으로 참전한다. <블랙 옵스>에서는 소련 수용소 탈출 미션에서 죄수로 재등장한다. 레즈노프는 해당 미션에서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블랙 옵스>는 레즈노프가 어떤 배경을 지닌 캐릭터인지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는다. <월드 앳 워>를 하지 않은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캐릭터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훨씬 뒤, 레즈노프가 지닌 스토리 비중이 제일 커졌을 때 시작된다. 이는 <월드 앳 워>를 한 유저에게도, <블랙 옵스>만 한 유저 모두가 납득하고 몰입 가능한 내러티브 구성이다. 

<월드 앳 워>에서의 레즈노프
<블랙 옵스>에서의 레즈노프


메이슨과 우즈에게 <블랙 옵스> 같은 내러티브를 기대했다. 그러나 게임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메이슨과 우즈가 단역으로 짧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와 게임 끝까지 여정을 함께한다. 그런데도 어떤 캐릭터인지 제대로 소개가 이뤄지지 않는다. 스토리에 끼치는 영향도 매우 적다. 두 캐릭터 없이도 이야기 진행은 문제없다. 

이러한 문제는 게임 스토리가 <블랙 옵스> 직후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는다. <콜드 워>는 냉전이 다시 본격화된 냉전 후반기 1981년을 다뤘다. 1968년을 배경으로 한 <블랙 옵스> 보다는 뒤 이야기면서, 1986년을 다룬 <블랙 옵스 2> 보다는 앞 이야기다. 시리즈 팬이라면 필연적으로 두 작품과 연결될 포인트를 찾고 싶어진다. 

<콜드 워>에서 두 작품을 연결점은 우즈와 메이슨이다. 그러나 두 캐릭터에 할당된 비중이 너무 적어 팬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는 극소량만 포함됐다. 시리즈 인기 캐릭터를 꺼내오는 건 좋지만 처우가 너무하다. 두 캐릭터는 카메오도 조연도 아닌 어정쩡한 무언가다.



# 플레이어가 만드는 캐릭터


다시 보는 얼굴들은 딱히 반갑지 못했다. 대신 처음 보는 얼굴들은 꽤 호감이 간다. 시리즈 신규 캐릭터로 애들러와 그 팀원들이 합류했다. 애들러는 13년간 소련 간첩 ‘페르세우스’를 쫓아온 CIA 요원이다. 캠페인은 페르세우스가 다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은 애들러가 팀원을 소집하며 시작한다.

 

‘벨’은 애들러가 선별한 신입요원으로, 시리즈 전통 ‘말 없는 주인공’이다. 대신 대화 선택지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종종 몇몇 대화는 주인공 설정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이름, 성별, 심리 프로필 등을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다. 가령 출신을 전직 KGB로 했다면, 동료가 "러시아로 돌아가니 부담스럽지?"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름도 커스터마이징 가능. 드라고비치, 크라브첸코, 슈타이너 따위로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대화 선택지 대다수는 '답정너'에 가깝다. 몇몇 미션은 화술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이 묘사했다. 그러나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대답이 어떻든,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답은 이미 정해졌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는 장족의 발전이다. 여태껏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이야기 진행을 납득하는지, 캐릭터가 주고받는 대화에 공감하는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동료와 나누는 대화라고 해봐야 "문을 열어라", "기관총을 잡아라" 따위의 일방적인 명령이 대부분이었다. <콜드 워>는 대화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가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물어본다. 돌아오는 답변이 구색 맞춤 용이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점은 칭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 (스포일러) 콜옵이란 한계를 뛰어넘은 스토리

 

작 중에서 애들러는 언제나 “할 일이 더 남았다”며 주인공을 부추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중에서 이만큼 명령조인 동료 캐릭터도 드물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생사(?)를 같이한 애들러에 점차 정이 갔다. 애들러에 꽤 정이 들었다 싶으니 어느새 게임은 마지막 미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들러 팀이 세운 작전이 완벽히 실패한다. 물론 <콜 오브 듀티> 같은 게임이나 영화는 보통 마지막에 실패하기 마련이고, 보통 “괜찮아 우린 해낼 수 있어.” 정도 분위기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순간 <콜드 워>가 여태껏 숨겨온 본색이 드러난다. 

 

주인공을 향한 동료의 대우가 난데없이 바뀐다. 상관인 애들러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갑작스러운 처우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의혹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장담하건대, 이 시점에서 애들러를 따르고 싶어 할 플레이어는 없다. 명령의 진정성을 자연스레 의심할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에게 명령을 내린 게 아니라 주인공 벨에게 명령을 내렸음에도 말이다.

 

애들러 아저씨, 일 좀 그만시키세요

 

여태껏 플레이어들은 동료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했다. 그야 주인공 첫 등장부터 서로 동료였고, 명령을 들어야 게임이 진행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콜 오브 듀티>는 롤러코스터처럼 정해진 레일을 따라가면 되는 게임"이라며 ‘레일슈터’로 혹평한다. 

 

<콜드 워>는 이를 비틀어 시나리오에 녹여내는데 성공햇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NPC의 명령을 듣기 싫게끔 연출했다. 그 뒤, 처음은 가벼운 일탈을 권유한다. NPC는 플레이어 일탈에 반응을 보이며 당황한다. 플레이어가 이를 우연으로 넘기지 않게 하기 위해, 게임은 다시금 일탈의 기회를 제공한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일탈을 거듭할수록 애들러가 지닌 권위 그리고 주인공과 관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리고 이를 시각적으로 기괴하게 연출했다. 이 때부터 플레이어의 일탈은 애들러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을 얼마나 기괴하게 바꿀 수 있는지로 목적이 변한다. 

 

 

 

이 구간은 <콜드 워> 더 나아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미션이다. <콜드 워>의 장점을 딱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두말없이 내러티브를 뽑을 수 있다. 비록 캠페인 구성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시리즈가 여태껏 선보이지 못한 내러티브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해당 구간의 연출이 기존에 없던 방식은 아니다. 명령을 내리는 내레이터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을 다룬 <스탠리 패러블>은 이미 2013년에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작위적인 연출을 버리고 색다른 시도를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동료가 내린 명령을 따르기만 하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준 것만으로 게임에 훨씬 더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시리즈가 앞으로도 이런 참신한 서사 및 연출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으나, <콜드 워> 한 번으로 끝내기는 너무나 아깝다고 생각한다.

 

 

# 콜옵은 여전히 '콜옵'이지만 재미는 확실하다

 

캠페인 플레이가 뻔한 것과 별개로, 사소하지만 신경 쓰이는 단점이 여럿 있다.  가장 큰 문제는 PC판의 UI 사이즈다. <콜드 워>는 임무 내용, 세계관, 캐릭터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획득한 첩보자료나 문서 등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출력된 텍스트가 너무 작아 돋보기가 필요할 정도다. 

 

다른 단점은 그래픽이다. <콜드 워>만 놓고 보면 흠잡을 때 없다. 그러나 2019년 발매된 <모던 워페어>가 화려한 그래픽으로 '영화 같은 연출'을 제대로 보여줌을 고려하면 아쉽게만 느껴진다. 또한 <콜드 워>는 RTX 3000 그래픽카드 시리즈 번들로 제공되는 만큼 레이트레이싱 효과에 기대하기 마련인데, 막상 그 기대를 충족시킨 미션은 없었다.

 

<모던 워페어>의 야간 미션
<콜드 워>의 야간 미션

 

 

짧은 분량과 넉넉하지 못한 미션 개수도 발목을 잡는다. 2개의 서브미션을 클리어한다고 가정해도 플레이 시간은 7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7만 원가량을 들여 싱글플레이만 즐기기에 적절한 분량은 아니다. 

 

그렇지만 <블랙 옵스>를 재밌게 했다면 <콜드 워>도 재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비록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블랙 옵스>의 재미요소를 잘 들고 온 작품이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주인공과 동료관계에 신경 쓴 <콜 오브 듀티>는 처음인 점도 호평 요소다.​ 뻔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이상한' 작품이지만, 그 뻔한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다면 <콜드 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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